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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로 개도국 미숙련 노동자 낙오 … 불평등 해소 시급

매스킨 교수는 세계화의 혜택이 개도국에선 숙련 노동자에게만 돌아갔다고 분석했다. [Christian Flemming/Lindau Nobel Laureate Meetings]
-메커니즘 디자인 이론이 뭔가.
“경제학의 많은 분야는 어떤 ‘결과’를 도출해내는 데 신경을 쓴다. 이런 조건에서 저런 방식으로 생산을 하면 모두가 만족을 느낄 수 있게 된다는 식이다. 메커니즘 디자인은 그걸 뒤집는다. 결과를 미리 설정해 놓고 어떤 방법이나 제도(메커니즘), 도구들을 동원해 그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를 연구한다. 재미있는 예를 들자면, 부모가 케이크를 잘라서 두 자녀에게 나눠주려고 한다. 물론 아이들은 서로 더 많이 먹기를 원한다. 그래서 부모가 아무리 똑같은 크기로 케이크를 잘라줘도 상대방이 더 큰 케이크 조각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부모의 입장에선 각각의 아이가 케이크 크기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황이다. 방법은 있다. 부모가 자르지 말고 한 아이에게 자르도록 시키고 다른 아이가 선택하도록 하면 된다. 자르는 아이는 상대방 아이가 더 큰 조각을 가져갈까봐 똑같은 크기로 자르게 된다. 정말 똑똑한 해법 아닌가(웃음).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릴레이 인터뷰] ③ 메커니즘 디자인 이론의 대가 에릭 매스킨

현실 세계의 시장은 애덤 스미스가 말한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는 이상적인 시장이 아니다. 경쟁이 공정하지 않을 수 있고 시장 참여자들의 정보에 차이가 있다. 개인에겐 도움이 되는 선택이 사회에는 비용을 유발할 수 있는 다이내믹한 곳이 현실 시장이다. 메커니즘 디자인 이론은 이런 현실 시장에서 각 참여자의 인센티브와 개인 정보 차이를 고려해 최적의 자원 배분을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메커니즘)을 연구한다.”

-좀 더 정책적인 사례는 없나.
“내가 가장 최근에 동료와 함께 쓴 논문은 ‘선심성 예산 몰아주기(pork-barrel politics)’에 대한 것이다. 어떤 정치인이 자신의 당선 가능성을 높이려고 특정 집단에 예산을 몰아준다고 치자. 이렇게 되면 정부 예산을 방만하게 운용할 가능성이 커지고 국가 또는 주(州) 정부의 채무가 늘어날 수 있다. 이런 예산 몰아주기가 빚을 키운다는 사실이 유권자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으면 공공 채무는 더 늘어나게 될 것이다. 이와는 별도로 미국이나 유럽에서 시행하는 예산통제(balanced budget requirements) 법률은 예산 몰아주기도 줄이지만 정당한 예산 집행도 줄인다는 것을 입증했다. 선거제도에 대한 논문을 쓴 적도 있다.”

-케이크의 사례가 더 이해하기 쉬운 것 같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사실 메커니즘 디자인 이론은 나와 노벨상을 함께 수상한 레오니트 후르비치(1917~2008) 전 미네소타대 교수가 개척한 것이다. 나와 또 한 명의 공동 수상자인 로저 마이어슨 시카고대 교수는 메커니즘 디자인 이론을 더 발전시킨 것뿐이다.”

-이번 회의에서 당신은 개발도상국의 불평등에 대한 주제 발표를 했다.
“많은 불평등 연구가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국의 불평등 상황에 국한돼 있다. 물론 현재 미국의 소득 격차는 19세기 후반 수준으로 매우 심각하다. 나는 불평등의 원인을 노동 숙련도의 분산(variance)에서 찾으려고 시도했다. 전형적인 제조업 회사인 GM이나 포드자동차 같은 곳에선 숙련 노동자와 미숙련 노동자가 같은 회사에서 일했다. 하지만 세계화와 함께 노동시장의 분리(segregation)가 일어났다. 간단하게 말해 마이크로소프트·애플·구글 같은 곳에는 숙련 노동자만 있고 맥도날드나 월마트에는 미숙련 노동자만 몰린 형국이 된 것이다. 또 지금의 미숙련 노동자는 옛날 GM에서 일하던 미숙련 노동자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임금을 받고 있다. 국가와 회사의 종류, 노동 숙련도와 임금 같은 변수들 사이에 ‘미스 매치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개도국으로 넓혀보면 세계화는 그곳의 숙련 노동자에게만 혜택을 줬을 뿐 미숙련 노동자에게는 도움이 되지 못했다. 리카르도가 주창한 ‘비교 우위(comparative advantage)’ 이론이 맞지 않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론 자체가 잘못됐다는 게 아니라 지금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비교 우위 이론대로라면 세계화가 진행되고 무역 장벽이 사라지면서 개도국의 소득 격차, 불평등도 줄어야 한다. 하지만 개도국 서민들은 여전히 빈곤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노동시장을 ▶선진국의 숙련된 노동력 ▶선진국의 미숙련 노동력 ▶개도국의 숙련된 노동력 ▶개도국의 미숙련 노동력으로 나누어 보자. 세계화가 서비스 산업 위주로 이뤄지다 보니 개도국의 숙련된 노동력은 혜택을 보지만 미숙련 노동력은 그렇지 못하다. 리카르도는 이제 은퇴할 때가 됐다.”

-해법은 뭔가.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아무래도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 기업들도 미숙련 노동자에 대한 지원을 해야 하고 정부도 기업에 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미숙련 노동자 대책을 세워야 한다. 정부가 미숙련 노동자들을 직접 지원하면 그들이 그 돈을 어디에 써야 할지 모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각종 보조금 혜택도 도움이 된다. 최저임금을 높이는 것은 전체적인 고용률을 낮추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보조금이 더 좋은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정부 예산이 많이 들어가겠다.
“재정 우선순위가 무엇인지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보조금을 마냥 주라는 게 아니다. 가장 중요한 건 그렇게 지원함으로써 사람들이 누구나 같은 출발선에 선다는 점이다. 불평등은 중대한 정책 사안이다. 각국 정부는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정책 최고순위에 올려놔야 한다.”

-이번 회의의 또 다른 주제는 경제학이 과연 유용한가 하는 점이다.
“금융위기를 예측하지 못했다고 경제학이 실패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경제학의 실패가 아니고 경제학에 관심을 두지 않은 사람들이 실패한 것이다. 시장원리가 작동하도록 내버려둬야 한다는 사람, 금융시장은 자율규제가 가능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득세했기 때문에 위기가 왔다. 시장의 실패는 만연한다. 이를 위해 규제가 필요한데 무턱대고 규제할 것이 아니라 예상치 못한 외부효과가 있는지 살펴보고 메커니즘을 잘 디자인해야 한다.”


린다우(독일)=박성우 기자 bla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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