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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아산정책연구원 공동기획] 고유문화 살린 창조도시로 … 회색도시는 지금 변신 중

가장 한국적인 전통문화 도시로 꼽힌 경북 안동에 들어선 한옥마을 ‘구름에 리조트’. 고택 숙박과 전통마을 교육프로그램으로 지역문화관광을 이끈다. 작은 사진은 전통과 현대미가 조화를 이룬 리조트 내부의 모습. 김춘식기자
한국 인구의 90%가 도시에 살고 있다.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도시는 한국 문화를 보호하고 표현하며 개발하는 중요한 단위다. 그런데 한국 도시에는 고유의 얼굴이 없다. 거의 모든 도시가 획일적인 모습을 하고 있어서 정체성이 모호하다. 이는 1960년대 이후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를 겪으면서 모든 도시가 하나의 발전 모델을 따랐고, 그 과정에서 각 도시의 개성과 문화가 많이 훼손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문화 대탐사 <24> 도시문화 정체성

 도시문화는 도시 발전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다. 경제지리학자 리처드 플로리다는 창조도시의 부상을 설명하면서 “창조도시는 창조산업을 만드는 인재가 선호하는 문화를 가진 도시”라고 주장한다.

 이제 한국 도시는 생존을 위해서라도 도시문화를 키워야 한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중요하게 여기는 젊은 세대는 도시문화에 따라 ‘살고 싶은 도시’를 결정한다. 미래 도시의 성패는 젊은 세대의 다양한 문화 욕구를 얼마나 성공적으로 만족시키는지에 달렸다. 살고 싶은 도시, 매력적인 도시는 국가 경쟁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도시가 키운 스타벅스·이케아·나이키
정부는 국정과제로 문화융성과 창조경제를 설정했다. 문화를 기반으로 한 창조도시가 많아지면 동시에 해결된다. 플로리다가 말한 창조도시가 되려면 도시 문화 정체성을 찾는 일이 중요하다.

 #사례 1=미국 시애틀은 매력적인 도시문화로 큰 기업을 키운 대표적인 도시다. 시애틀은 미국에서 카페인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도시다. 날씨와 연관이 있다. 늦가을에서 늦봄까지 거의 매일 비가 온다. 해가 일찍 져 어둡고 음산하다. 시민들은 유난히 커피를 마시며 대화하는 걸 즐긴다. 이 도시는 새로운 기업을 지원하는 문화와 자원이 풍부하다. 스타벅스는 물론 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코스트코 등도 시애틀에서 시작했다.

 #사례 2=실용적 가구 이케아(IKEA)의 실질적인 본사는 스웨덴의 남부 도시 알름홀트에 있다. 알름홀트가 속한 ‘스몰란트’라는 지역은 예로부터 척박한 자연환경 때문에 근검절약을 최고의 미덕으로 여겼다. 이케아는 화려한 디자인을 멀리하고 단순하고 실용적인 제품을 만들었다. 제품뿐 아니라 매장 위치와 구조에서도 지역 환경에 대한 배려를 엿볼 수 있다. 끝까지 다 둘러봐야만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매장을 설계했고, 직접 차를 몰고 오는 고객을 주 소비층으로 정해 임대료가 싼 도시 외곽에 문을 열었다.

 #사례 3=포틀랜드는 나이키가 창업하고 성장한 도시다. 포클랜드는 ‘미국에서 가장 푸른 도시’로 불린다. 그에 걸맞게 지역 전체에 산책로가 많아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운동을 즐긴다. 나이키가 운동화 개발을 위해 노력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포틀랜드는 자유로운 도전을 강조하는 나이키의 경영 철학과 어울렸다.

 이처럼 지역 특유의 생활방식과 문화를 연계해 산업을 발전시킨 창조도시가 세계 경제를 주도한다.

 아산정책연구원 여론계량분석센터는 리서치앤리서치와 함께 지난 5월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51명에게 한국의 도시문화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문화 정체성이 가장 뚜렷한 도시는 서울(24.7%)·안동(11.9%)·전주(10.8%)·제주 (8.5%)·부산 (7.4%) 순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잘 모름(19.3%)’이 많다는 사실이다. 상당수의 시민이 도시문화 정체성을 중요하게 인식하지 않고 있거나 도시의 문화 정체성이 그만큼 뚜렷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가장 한국적인 도시로는 안동(17.4%)과 전주(16.0%), 서울(15.4%) 순이었다. 매력적이면서 살고 싶은 도시는 서울·제주·부산 순으로 꼽혔다. 전주와 안동 등 전통문화 도시는 문화와 한국 정체성은 뚜렷하나 제주와 부산 등의 현대 문화 도시보다 도시 매력성과 거주 희망도가 떨어졌다. 전통문화를 어떻게 매력적으로 만들 것인가가 이들 전통 도시의 숙제인 것이다. 제주와 부산은 문화 정체성과 한국 정체성에서 전주와 안동에 뒤졌지만 도시 매력성과 거주 희망도에서 앞섰다. 환경·대중문화·관광 등 비전통문화 요소가 한국의 도시 정체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임을 보여준다. 하지만 제주와 부산의 문화 정체성이 무엇인지는 아직 명확하지가 않다.

독특한 생활 습관도 소중한 도시 자원
서울은 모든 항목에서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도시다. 문화 정체성, 한국 정체성, 도시 매력성, 거주 희망도 등 모든 분야에서 한국을 대표한다. 하지만 뚜렷하게 서울의 문화 정체성을 정의하기 어렵다. 서울 정체성의 부재는 곧 한국 문화 정체성의 부재를 의미한다. 우리가 한국 문화의 정체성과 차별성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금 한국 도시는 서서히 변모하고 있다. 문화 거리의 확산, 귀농의 증가, 문화도시의 등장 등 우리나라 곳곳에서 목격할 수 있다. 많은 시민이 자연을 음미하고 걷거나, 구석구석을 누비며 맛과 쇼핑을 즐기기 위해 주변의 거리와 동네를 찾는다. 좋은 동네는 더 이상 투자 가치가 높은 지역이 아니다. 이제 시민이 원하는 동네는 새로운 도시문화를 체험할 수 있고 문화적으로 매력이 있는 동네인 것이다.

 제주·전주·통영·부산·강릉은 도시 전체가 문화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 문화도시로 변모해나가는 이들 도시는 대규모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지난해 제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무려 230만 명에 이른다. 전주는 전주한옥마을로만 연간 5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을 유치한다. 강릉의 커피 문화(테라로사 공장), 안동의 리조트 문화(한옥 리조트 구름에), 통영의 바다 문화를 찾는 관광객이 늘고 있다. 함평군은 2013년 함평 나비 대축제에 총 24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했고 탄광 도시로 알려진 정선은 지역 문화를 활용해 지역 경제를 살리고 있다. 지난해 정선 5일장을 방문한 관광객은 무려 46만 명에 달했다. 대구시는 매년 지역의 치킨산업을 문화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매년 ‘치맥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마산의 무학소주, 부산의 파크랜드, 경주의 경주법주 등 대기업 수준의 지역 기업도 전국 기업이 됐다. 현재 추세라면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나라의 소도시에서도 글로벌 기업이 탄생할 것이다.

 창조도시의 전제 조건은 매력적인 도시문화다. 전통문화 보호, 예술가 지원, 문화 시설 건립 등 문화 인프라에 더 투자해야 한다. 그를 통해 지역 고유의 가치와 문화를 계승하고 현대 문화에 맞춰 독특한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가야 한다. 지역 문화 정체성의 확립을 위해 정부가 한 가지 더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초·중등학교에서 지역 정체성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다.


모종린 연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jongry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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