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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장의 올바른 규제개혁

요즘 언론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정부 정책은 단연 규제개혁일 것이다. 규제개혁은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에서 성장 촉진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특히 강조되었다. 물론 안전과 환경 등 세심한 점검과 보호가 필요한 분야에 대한 적절한 규제는 바람직하다. 하지만 보호가 지나치면 다른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규제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의 측면을 지닌다. 또한 특정 이해집단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하여 교묘하게 위장된 규제도 있다.

노동시장에서의 규제 역시 과유불급의 측면에서 양면성을 갖고 있다. 노동시장의 규제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은 근로자에 대한 고용보호, 즉 해고의 제한이라 불리는 것이다.

개발 연대 이후 우리나라에서 고용안정의 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된 것은 외환위기 때 대량실업을 겪으면서부터다. 당시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정리해고법이 도입되었으며,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이분화된 고용형태가 정착되기 시작하였다. 그 뒤 비정규직의 급속한 증가와 정규직과의 지나친 차별이 사회문제로 부각됐다. 이에 따라 2007년에는 차별 금지와 기간 제한을 골자로 하는 소위 비정규직법이 시행되었다. 이 법의 효과는 비정규직 일부의 정규직 전환과 눈에 보이는 차별의 감소 정도로 파악된다. 그러나 비정규직 비중이 전체 근로자의 3분의 1 수준에서 크게 변함이 없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직종 분리 등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럼 우리나라 노동시장 규제개혁의 방향은 어떻게 설정하는 것이 좋을까. 과유불급의 원칙을 적용하고 특정 집단의 이해관계를 배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전체로 보아선 경직적이라 말하기 어렵지만, 특정 부분은 상당히 경직돼 있다. 이는 중소기업과 대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조합의 유무에 따른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반영한 결과다. 우리나라의 경우 노동조합이 있는 대기업의 정규직은 근로기준법만이 아니라 각 기업의 단체협약에 의해 과도한 고용보장을 받고 있다. 이들은 전체 임금근로자의 6∼7%에 불과하지만 이들의 해고는 거의 불가능하다. ‘고용의 역설’이라는 말도 있듯이 기업의 입장에서 해고가 불가능하다면 추가적인 채용 자체를 꺼리는 실정이다. 이 부분에 대한 개혁이 없다면 양질의 일자리 창출은 불가능하다. 우리나라의 과도한 비정규직 문제는 그들 가운데 일부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는 풀기가 어렵다. 문제의 본질은 일부 정규직의 과보호와 비정규직 등 취약계층에 대한 부실한 사회안전망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먼저, 일부 대기업 정규직의 과보호를 완화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사항이 고려되어야 한다. 유(有)노조 대기업의 정규직 근로자가 과보호된 이유는 대기업의 근로자들이 파업을 하는 경우 기업의 대처 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수출 차질이 발생하여 손실을 보느니 과도한 내용의 단체협약을 수용하는 것이 기업 입장에선 이익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도한 고용보호를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기업에게 노조의 파업에 대한 대응 수단을 제공해야 한다. 대다수 외국에서 허용하고 있는 파업 시 대체근로의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해고에 대한 금전적 보상제도의 도입도 고려해야 한다. 즉 부당해고가 이뤄진 경우에도 원직 복귀보다는 피해 근로자에 대한 금전적인 보상을 통해 사용자의 잘못을 처벌하는 게 필요하다. 이는 정규직의 고용보호 수준이 우리나라보다 높은 유럽의 국가들에서 많이 사용되는 제도다. 근로자에게는 해고에 따른 금전적 배상을, 사용자에게는 해고에 따른 결과 예측가능성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노동위원회에서는 근로자가 원하는 경우 허용하고 있으나 법원의 판결은 아직 없다. 부부도 같이 살다가 헤어지면 잘못한 쪽에서 위자료를 지급하고 헤어지는데 노사 한쪽이 굳이 싫다는데 같이 일하라고 강제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만 이 경우 금전적 보상제도가 노동조합의 활동을 방해하는 데 악용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와 더불어 비정규직에 대한 실질적인 보호 수준을 높여야 한다. 취약한 비정규직의 경우 정규직과의 차이가 주로 사회안전망의 가입 유무에서 비롯되곤 한다. 사회보험 사각지대의 축소에 더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다. 또한 비교대상인 정규직이 없는 업무를 수행하는 비정규직들의 실질적인 차별 해소를 위해 동일 업무가 아닌 유사 업무로 차별해소의 비교 대상을 넓혀야 할 것이다.



유경준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미 코넬대 경제학 박사. 한국노동연구원을 거쳐 현재 KDI 수석이코노미스트. 전공은 고용과 노동. 저서는 『성장과 고용의 선순환 구축을 위한 패러다임 전환』 『비정규직 문제 종합연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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