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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병기 칼럼] 빅데이터 시대 유감

나는 지금 손 안의 스마트폰 화면을 통해 전 세계의 모습을 보고 있다. 플로리다의 한가로운 해변가나 뉴욕 도심의 길거리 풍경에서 도쿄의 한 일식집 내부까지 훤히 들여다본다. 세계 4000여 곳에 설치된 개방형 CCTV를 실시간으로 연결해서 볼 수 있게 만든 ‘Live Cams+’라는 애플리케이션 덕분이다.

마침 켜놓은 PC에선 flightradar24.com 사이트를 통해 지금 이 시각 전 세계 상공을 날고 있는 모든 민항기들의 궤적이 한 눈에 들어온다. 표식 하나를 클릭해보니 기종과 항로는 물론 현재 속도·고도까지 각종 정보가 쫙 흘러 나온다. 이 역시 비행기에서 위치 정보를 전송하는 ADS-B 트랜스폰더의 신호음을 포착해서 데이터로 제공하는 서비스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thingful.net처럼 전 세계에 퍼져있는 자동차 속도 측정기, 공기·방사능 오염 계측기와 같은 각종 모니터 기기의 실시간 자료를 내 집 안방에서 볼 수 있는 사이트도 등장했다. 휴대폰 송수신 전파나 위치추적장치(GPS), 신용카드 기록이나 인터넷 쿠키 등의 흔적은 내가 24시간 내내 뭘 하고 다니는지를 훤히 알려준다. 괜히 이상한 정보를 흘리고 다니다간 낭패 보는 날이 오기 십상이다.

과거엔 공유되지 않았던 이 세상의 모든 데이터들이 하나의 망으로 연결되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는 사례들이다. 가히 ‘빅데이터 시대’다.

초(超)연결사회의 출현은 손·발·귀·눈과 같은 인간의 감각 능력을 무한대로 확대·연장시켜주고 있다. 마치 줄기와 가지가 어디로든 쭉쭉 늘어나며 자유자재로 움직이던 신화 속의 나무 괴물이 디지털 시대에 다시 살아난 듯하다.

감각의 확대란 지금 이 시간에 벌어지는 모든 일을 한 번에 알 수 있게 해주는 동시성(synchronicity)의 확장이다. 그러나 미국의 미디어 비평가 더글러스 러시코프는 이런 현상에 대해 “데이터에만 입각해 현재 진행중인 사실을 극단적으로 추구하다 보니 숫자와 사실이 가치에 우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모든 것이 현재 진행형이고, 라이브이고, 실시간의 세상이 된 것을 앨빈 토플러의 ‘미래의 충격’에 빗대 ‘현재의 충격’이라고 명명했다. 사람들이 지금 누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너무 매달리면서 지나치게 감각적이고 충동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어디에 있는가에만 집착하고 세상이 어디로 향하는가에 대한 생각은 멈춘 지 오래다.

데이터와 감각의 과도한 연결과 확장은 인간 본성의 상실에 대한 공포로도 이어진다. 현재만이 끊임없이 이어지며 결코 끝날 것 같지 않은 세상이다 보니, 종말이니 최후니 하는 극단적인 시나리오가 주는 단순함에 매료되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이 이른바 ‘프레퍼(prepper)’들이다. 지구 종말(둠스데이)이 임박했다며 나름의 생존을 준비하는 사람들이다. 미국에만 300만명에 달한다는 프레퍼족들은 현재를 위기로 규정하고 외부와의 연결을 차단한 채 순전히 자신만의 감각만으로 살아남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이들은 데이터나 정보 대신 아날로그식 자원인 식량·물·무기의 대량 확보에만 극단적으로 매달린다. 한국에서 각종 생존술을 가르쳐주는 인터넷 카페에 회원들이 몰리는 것도 이들과 비슷한 심리다.

빅데이터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호모 데이터쿠스’ ‘호모 모빌리쿠스’류의 인간군과 세상과의 단절을 택한 ‘프레퍼’ 양 극단 외에 우리의 선택은 없는 것일까?

러시코프는 “현재에 마비되지 말고 미래를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폭증하는 정보에 짓눌리지 말고, 연결이 아닌 통합, 검색이 아닌 사색을 통해 미래의 꿈과 내일을 그리는 사람만이 시대 충격을 견디며 살아남을 수 있다는 진단이다.

그러하니 여러분들도 이 순간에만 매몰되지 말고 과감하게 현재와의 접속을 해제해 보라. 당신의 미래가 지금 어디쯤 가고 있는지 곰곰이 한번 생각해봄 직하지 않은가.


홍병기 기획 에디터 klaat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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