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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곡 스트리밍 서비스 때 ‘소녀시대’ 1명 당 수입 0.1원


“2014년 최저시급 5210원. 가수가 그 돈을 음원팔아 벌려면 965명이 다운로드 해주거나 43416명이 스트리밍 해주면 된다. 이 정도면 음악을 할 이유가 있을까?”

지난 4월 록그룹 시나위 리더이자 우리나라 대표 기타리스트 신대철(47)씨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퍼져 나갔다. 신씨는 “당신 자식이 음악을 한다고 하면 말려야 한다”며 창작자에게 정당한 수익이 배분되지 않는 음악계의 현실에 대해 비판했다.

디지털 음악 서비스는 온 국민의 필수 애플리케이션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버스나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은 물론 사무실에서도 스마트폰으로 디지털 음악을 즐긴다. 하지만 음악인들에게 돌아가는 수익이 ‘전(錢)’ 단위에 불과하단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다음날 한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온 글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2002년부터 두 장의 앨범을 낸 인디밴드 뮤지션이라고 소개한 익명의 게시자는 자신의 음원수익 내역을 공개했다.

그는 “제 노래 2곡이 다운로드됐는데 저한테는 35원을 주네요. 스트리밍(디지털 재생) 97번에 제 정산금액은 662원입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창작물을 저렇게 말도 안 되는 유통구조로 소비자에게 보급하면 도대체 이 나라에 창작가들이 남아 있을지 모르겠다”며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순수하게 음악을 좋아하고 열심히 노력하는 음악인들에게 합당한 이익이 창출될 수 있는 구조가 되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첫 단추 잘못 꿴 디지털 음악 시장
1990년대 초·중반 우리나라 음악시장은 처음이자 마지막 전성기를 맞았다. 서태지, 김건모, 신승훈 같은 가수들은 이른바 ‘길보드’ 불법 복제 카세트테이프 판매를 제외하고도 100만장이 넘는 음반을 팔아 치웠다.

하지만 빛이 밝았던 만큼 어둠도 깊었다. 빠른 속도로 소비되는 댄스음악이 유행하고 인터넷과 디지털 시대를 맞으면서 시장이 급격히 재편되기 시작한 것이다. 음악 매체는 전통적인 카세트테이프나 레코드판, 컴팩트디스크(CD) 대신 컴퓨터와 mp3 플레이어로 하루아침에 옮아갔다.

이 같은 추세는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P2P(peer to peer)방식의 디지털 공유기술을 이용한 불법 다운로드 사이트인 냅스터가 출현했고 우리나라에선 이를 본 따 ‘소리바다’ 서비스가 탄생했다. 더 이상 음반을 구입하지 않아도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대형 음반사와 기획사, 오프라인 음반판매상이 갖고 있던 음악유통의 주도권은 디지털 유통기반을 갖춘 인터넷기업으로 넘어갔다. ‘싸이월드’ 등 인터넷 미니 홈페이지 배경음악과 휴대전화 벨소리·연결음이 각축하던 시대를 거쳐 디지털 음악 플랫폼은 스마트폰으로 정착됐다.

현재 음악 소비자들은 저작권료를 내지 않는 불법 다운로드 음악을 스마트폰에 넣어 듣거나(전체 이용자 중 절반 정도로 추산) 대부분 스트리밍(streaming) 서비스를 이용한다. 스트리밍 서비스란 디지털 음원을 직접 구매하지 않고 음원 서비스업체의 서버에서 휴대전화망이나 와이파이로 전송해 듣는 방식이다. 우리나라 유료 음악시장에서 스트리밍 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율은 90%가 넘는다.

휴대전화가 디지털음악의 주된 플랫폼으로 자리잡으면서 음악시장은 이동통신사들이 주도하게 됐다. 이동통신과 휴대전화 산업을 국가 경제개발 모델로 삼은 정부 정책도 일조했다.

현재 디지털음악시장에서 65%의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는 ‘멜론’은 SK텔레콤의 콘텐트사업에서 출발했다. 멜론은 다른 나라에 비해 일찍 자리잡은 우리나라의 유무선 초고속인터넷망에 주목했다.

불법 다운로드가 대부분이었던 상황에서 유료시장을 창출하기 위해 저렴한 가격에 스트리밍 방식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한 것이다. 이른바 월정액 음원대여업(Monthly Rental)이란 비즈니스 모델이 생겨났다. 공짜음악에 길들여져 있던 소비자들이 주머니를 열게 하기 위해선 값싼 상품을 내놓을 수 밖에 없었다.

지난해 5월 문화체육관광부는 헐값 논란을 피하기 위해 월 6000원(실제론 각종 프로모션으로 반값 결제)에 무제한 스트리밍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무제한 정액제’를 폐지했다. 하지만 여전히 창작자(작사·작곡가, 가수, 연주자)에게 돌아가는 수익은 비현실적일 정도로 적다.

2000년대 초 냅스터로 홍역을 겪었던 미국과 유럽 등은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2000년 세계적 록그룹 메탈리카는 냅스터를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미국 연방지방법원에 고소했다. 데뷔 이후 수천만장의 음반을 팔아치운 ‘억만장자’ 록그룹이 일개 벤처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내자 비난여론이 들끓었다. 하지만 이 소송은 결과적으로 디지털 시대 창작물의 가치를 인정받게 하는 계기가 됐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아이팟으로 디지털음악 플레이어 시장을 석권하면서 디지털음악을 유료로 구입할 수 있는 ‘아이튠즈’ 생태계를 정착시켰다. 아이튠즈는 창작자와 유통사의 수익배분비율을 7대3으로 정했고, 이후 등장한 경쟁 서비스들도 이 비율을 따라갔다. 유무선 초고속 인터넷망의 구축이 우리나라에 비해 더뎌 스트리밍 서비스가 늦게 등장한 것도 도움이 됐다. 최근 스포티파이(www.spotify.com) 등 스트리밍 서비스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미국에선 오프라인 음반시장과 온라인 다운로드 시장이 비교적 건실하게 유지되고 있다.

‘생산자’가 가격 결정에 참여 못 해
창작자의 권리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신대철씨는 지난 4월부터 ‘바른음원유통협동조합’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신씨가 던진 물음은 ‘왜 유독 음악시장에서만 생산자가 가격결정에 참여할 수 없는가’라는 것이다.

음원수익에서 유통수수료 명목으로 멜론 등 대형 음원사이트들이 가져가는 비율은 한때 60%에 달했다. 지금은 40%까지 떨어졌지만 창작자들은 여전히 과도하다고 주장한다.

신씨는 스페인 프로축구단 FC바르셀로나, 통신사 AP통신처럼 협동조합 방식의 대안적 음원사이트를 개발 중이다. 대형 음원사이트에 비해 적은 유통수수료만 가져가고 나머지는 창작자에게 돌려주겠다는 것이다.

신씨는 “세상 어느 유통업체가 40% 마진을 남기고 물건을 파느냐”며 “더 비싸게 팔고 적게 이윤을 남겨도 소비자들에게 유리하다는 것을 보여주면 현재의 대형 음원사이트들이 얼마나 과도하게 수익을 보고 있는지 증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저작권사용료 징수규정에 따르면 디지털 음원의 수익은 제작사가 44%, 유통사(음원사이트)가 40%를 가져가도록 돼 있다. 작곡·작사가가 각 5%, 가수와 연주자 등 이른바 실연자는 각 3%를 가져간다.

소비자가 600원을 내고 음악을 다운로드 받으면 제작사와 유통사가 504원을 떼 가고 작사·작곡가는 각 30원, 가수와 연주자는 각 18원씩 받는다.

시장의 대부분인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창작자의 수익은 더 처참해진다. 소비자가 월 3000원을 내고 100곡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할 때 1곡 당 작곡·작사가 1명에게 돌아가는 수익은 각각 1.5원, 가수 1명이 받을 수 있는 수익은 0.9원에 불과하다. 밴드나 아이돌그룹의 경우에도 1명으로 치기 때문에 9명으로 구성된 소녀시대 멤버 1명이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한 달에 받을 수 있는 돈은 0.1원이다.

여기서 디지털 음원시장의 함정이 드러난다. 월정액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통사는 창작자 개인과 1대1로 수익을 나누는 것 같지만, 소비자가 월 100곡을 들으면 100명의 창작자와 1대100으로 나누는 셈이기 때문이다. 즉, 월 3000원짜리 스트리밍 100곡을 들으면 1곡 기준 작곡가·가수 등 창작자들에게 총 16%의 수익이 돌아가는 것 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100곡으로 나눈 0.16%씩만 지급되는 것이다.

대중예술인 권익보호운동을 하고 있는 예술인소셜유니온 김상철 정책위원은 “그 동안 음원 유통은 유통사와 개인의 사인(私人) 계약으로만 여겨져 왔지만 실제론 창작자 집단 전체와 거대 유통사와의 관계”라며 “개별적 저작권 계약방식보다 음악산업 전체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산업 아닌 문화 차원서 정책 마련해야
큰 돈을 들여서 음악을 만들어봐야 음반은 팔리지 않고 디지털 음원으론 수익을 낼 수 없다 보니 대중음악인들은 ‘공 들인’ 음악을 만들 엄두를 못 낸다.

올 상반기와 하반기 1, 2부로 나눠 정규 11집 앨범을 출시할 예정이던 가수 이승환은 하반기 앨범 발매 계획을 포기했다. 그는 최근 라디오에 출연해 “11집 전(前)편을 정산했는데 6억5000만원을 들여 4억5000만원을 손해 봤다. ‘과연 우리가 이길 수 있을까’하고 체념하는 분위기가 생겼다. 앨범을 내는 게 악수(惡手)가 되는 이상한 게임처럼 돼 버렸다”고 말했다.

대중음악계에선 이대로라면 창작자들이 더 이상 창작을 계속 할 수 없기 때문에 그나마 수익을 내고 있는 유통사들도 ‘팔 물건이 없는’ 시장의 실패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한다. 왜곡된 시장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원재 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 소장은 “시장경제에서 이익을 내려면 지속가능한 시장이 있어야 한다”며 “소비자들은 좋은 음악에 대해 공정한 대가를 지불하려는 태도를 가져야 하고, 정부는 한류같이 민간영역에서 성공한 분야에 숟가락만 올려놓으려 하지 말고 공정한 시장과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는 장기 정책을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익배분과 관련해 유통사와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서로 “우리 권한이 아니다”라며 책임을 떠넘기기 급급하다. 문화부 저작권산업과 관계자는 “사용료 징수규정은 이해당사자가 합의한 것을 문화부가 승인하는 것 뿐”이라며 “정부 입장에선 창작자와 소비자, 유통사의 입장을 모두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업계 1위 유통사인 로엔엔터인먼트(멜론) 관계자도 “가격결정권은 사업자에게 있는 게 아니라 문화부에 있다”며 “40%의 수수료가 과도하다고 하지만 마케팅 비용이나 결제수수료 등을 감안하면 우리가 많은 이익을 보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국회에서 음원유통구조 개선논의를 제기한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은 “창작물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지불할 수 있는 소비자 운동과 함께 정부도 물가관리나 차세대 성장동력 개발 등 경제관점에서만 바라보지 말고 문화적인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처음부터 꼬인 시장을 하루 아침에 고칠 수 없다면 당장 클라우드 펀드나 창작 바우처 제도 등을 도입해 창작자들에게 단기적인 재정지원을 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 하다”고 강조했다.

근본적인 문제는 창작물에 매겨지는 가격이 워낙 헐값이라는 데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트리밍 중심의 시장이 고착화되면서 저가정책에 소비자들이 길들여졌고, 헐값이나 다름없는 음원수익에서 10~20%를 나눠가진들 다수의 창작자들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서교음악자치회 이준상 회장은 “독과점 유통사들이 헐값 경쟁을 주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군소 유통사들은 독과점 업체의 비즈니스모델을 따라갈 수 밖에 없다”며 “바른음원유통조합 같은 대안 유통이 자리를 잡고 경쟁할 수 있어야 시장의 왜곡이 바로잡힐 수 있다”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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