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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인류는 갈수록 더 폭력적? 그 반대였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사이언스북스

1408쪽, 6만원




윤 일병이 부대 내 선임병들에게 구타당해 사망했다.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를 공습해 많은 민간인이 죽었다. 정말이지 현대는 폭력이 난무하는 시대인 것 같다. 여기 희소식이 있다. 하버드 대학의 진화심리학자 스티븐 핑커가 쓴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를 따르면, 인류의 역사를 통해서 폭력은 감소해 왔다. 그리고 우리는 인간이라는 종이 지구에 출현한 이래 가장 평화로운 시대를 살고 있다.



 이 무슨 정신 나간 소리일까.



 헛소리로 치부하기엔 이 책이 너무나 깊고 넓다. 저자는 전작 『언어 본능』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빈 서판』 등에서 인간 본성의 진화적 토대를 조명해 온 석학이다. 그가 역사학·국제관계학·범죄학 등 낯선 분야들을 학습하고 저술하느라 꼬박 2년 반을 투입했다. 그 결과가 100여 개의 그래프와 표, 200쪽이 넘는 주와 참고문헌으로 무장한 1408쪽의 대작이다. 고고학·정치철학·인류학·통계학·뇌과학·분자유전학·동물행동학·진화심리학을 자유로이 가로지르며 핑커는 폭력이 실제로 감소했다는 구체적인 증거들을 펼쳐 놓는다. 전쟁·살해·강간·약탈·고문·구타·인종 차별·동물 학대·자녀 체벌·동성애자 박해 등 모든 형태의 폭력이 줄었음이 방대한 통계 수치로 입증된다.



15세기 독일의 일상을 묘사한 연작 그림 ‘중세 가정의 책’ 일부. 마을을 공격하는 기사들의 폭력적인 모습을 그렸다. 그림 속 기사들은 농민을 칼로 위협하고 농가에 불을 지른다. [그림 사이언스북스]


 달리 말하면, 과거에는 수많은 폭력이 일상적으로 행해졌다. 현대인의 감수성으로 보면 끔찍하고 낯선 세상이었다. 16세기 파리에선 고양이를 불에 태워 죽이면서 박장대소하는 유희가 인기를 끌었다. 중세 유럽에는 부모에게 말대꾸하거나, 유언비어를 퍼뜨리거나, 동성애를 하거나, 안식일에 일한 사람은 사형에 처했다. 전쟁 시의 강간은 전리품이었다. 노예제는 노동력 확보 수단이었다.



 폭력이 급격히 감소한 원인은 무엇일까. 사실 진화심리학은 폭력이 유전자에 내재한 인간 본성이므로 외부 환경이 달라져도 결코 변치 않는다고 주장하지 않던가. 진화심리학에 대한 이 낡은 통념은 완전히 틀렸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사악하지도 않고, 본질적으로 평화롭지도 않다. 인간 본성은 여러 심리적 도구들이 가득 담긴 연장통이다. 그 속에는 우리를 폭력으로 몰아가는 도구들도 있지만, 폭력에서 멀어지게 하는 도구들, 즉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도 있다. 핑커는 감정 이입·자기 통제·도덕감·이성 같은 내면의 천사들이 더 우세하게끔 하는 외부 조건들이 역사를 통해 점차 마련되었다고 지적한다.



 일례로, 17세기부터 인쇄술이 발전하면서 책이 널리 보급됐다. 책은 타인의 처지에서 세상을 바라보게 해준다. 흑인·여성·장애인 같은 소수자도 자신과 똑같이 기뻐하고 슬퍼하는 사람임을 일깨워준다. 책이 보급됨에 따라 감정 이입의 범위가 확장돼 결국 세상에 평화가 더 늘어났다는 것은 스토 부인이 쓴 『톰 아저씨의 오두막』이 미국의 노예제를 철폐하는데 크게 기여했다는 사실로 알 수 있다.



 이 책은 모든 사람이 한 글자도 빠뜨리지 않고 읽어야 한다. 인류 역사상 아마도 가장 중요한 문제, 즉 어떻게 폭력을 누르고 평화가 흐르는 사회를 건설할지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번역도 정확하고 유려하여 마치 원서를 그대로 읽는듯한 즐거움을 준다. 물론 핑커는 평화가 인류에게 예정된 길이며 앞으로 폭력이 증가하는 일은 없다고 예언하지 않는다. 핑커의 주장은 다만 폭력이 지금까지 감소해 왔다는 것이다. 어떤 현상이 갑자기 줄었다면 그 원인을 꼼꼼히 따져볼 일이다. 사람들이 고양이를 다루는 방식에서 국가 간 분쟁이 전쟁이 될 가능성까지, 인류는 무언가 꽤 잘해 왔다.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안다면 더 나은 세상을 앞당기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진화심리학으로 사회를 진보시키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보여준다.



전중환은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진화심리학 전공. 진화적 관점에서 들여다본 인간 본성을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 『오래된 연장통』 『사회생물학 대논쟁』(공저) 등.



전중환 경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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