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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호박 등…추석 앞두고 살펴본 전국 송편지도

민족의 큰 명절인 추석의 절식(節食)은 뭐니 뭐니 해도 송편이다. 솔잎을 깔고 쪄낸 떡이라 하여 송편이다. 송편을 찔 때 켜마다 솔잎을 깔면 송편이 서로 들러붙지 않는다. 또 솔잎엔 ‘산의 정기(精氣)’로 통하는 피톤치드가 들어 있다. 우리 조상은 송편을 먹으면 소나무처럼 건강해진다고 여겼다.



서울 송편은 한 입에 쏙 들어가…도토리송편엔 중금속 제거 효과도

경상도 송편은 크고 투박한 게 특징, 제주선 둥글납작한 비행접시 모양

송편 피의 주재료인 맵쌀가루에 무엇을 첨가하느냐, 소로 무엇을 넣느냐에 따라 송편의 이름이 정해진다. 멥쌀가루에 모시잎 찧은 것을 섞어 반죽하면 모시잎 송편, 송기ㆍ도토리가루ㆍ칡가루ㆍ호박가루를 섞으면 송기ㆍ도토리ㆍ칡ㆍ호박 송편이다.



속이 비치는 감자 송편



각 지역마다 송편 만드는 법이 독특하다. 그래서 ‘8도(八道) 송편’이다.



서울 송편은 한 입에 쏙 들어갈 정도로 작고 귀엽다. ‘서울깍쟁이’란 말을 들을 만하다. 오미자ㆍ치자ㆍ송기ㆍ쑥 등을 이용해 다섯 가지 색깔을 낸 오색(五色) 송편이 있다. 조개 모양으로 빚어낸다.



강원도에선 도토리송편ㆍ감자송편ㆍ무송편을 즐겼다. 강원도에서 유독 많이 생산되는 천연 식재료를 이용한 것이다. 도토리송편은 멥쌀가루와 도토리가루를 3대 1 비율로 섞은 반죽으로 피를 만들고 다양한 소를 넣어 빚어낸다. 도토리 특유의 갈색 빛이 난다. 도토리 향도 베어 멥쌀만으로 피를 만든 송편보다 구수하다. 도토리에 풍부한 아콘산(酸)은 국내의 한 연구에서 체내에 쌓인 중금속을 제거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도토리의 껍질을 까서 잘 말린 뒤 절구로 빻은 것을 물에 오래 담가두면 떫은 맛 성분인 타닌을 우려낼 수 있다. 앙금과 물이 분리되면 웃물만 따라내는 과정을 여러 번 거친 뒤 가라앉은 앙금을 잘 말리면 하얀 가루를 얻을 수 있다. 이게 바로 도토리가루(녹말가루)다.



감자송편은 감자녹말로 피를 만들고 삶은 감자를 소로 넣어 만든 것이다. 다른 송편처럼 반달모양이 아니라 손가락으로 반죽을 꾹 눌러 네모나게 만든다. 반죽을 만들 때도 멥쌀가루는 넣지 않고 감자녹말만 이용한다. 반죽을 오롯이 감자녹말로만 만들어 일반 송편과는 달리 반죽이 반투명하다. 찜통에 쪄내면 속이 비친다. 식감은 차지고 쫀득쫀득하다. 감자를 직접 갈아서 나온 앙금과 건더기로 반죽을 만들기도 한다. 감자송편은 충청도ㆍ경상도ㆍ함경도에서도 만들어 먹는다. 메밀가루와 맵쌀을 섞어 피를 만들고 소로 무생채를 넣은 무송편도 강원도의 맛이다.



충청도의 대표 송편은 호박송편이다. 늙은 호박을 썰어 말려 뒀다가 가루로 만들거나 찐 호박을 으깬 다음 멥쌀가루와 섞어 반죽해 피를 만든다. 호박의 노란색이 선명해 볼품도 좋다. 빚을 때도 호박 모양으로 빚는다. 호박 특유의 달고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재료로 사용된 호박은 육식을 즐기는 현대인들에게 부족하기 쉬운 식이섬유가 풍부해 건강식으로도 인기다.



쉬 상하거나 굳지 않는 모시잎송편

전라도는 ‘음식의 고장’답게 송편도 다양하고 화려하다. 치자ㆍ쑥ㆍ송기ㆍ포도즙ㆍ오미자즙 등 천연 재료로 색을 내어 반죽한 꽃송편이 있다. 꽃 모양으로 빚어 꽃송편이다. 매화송편이라고도 불린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옛말처럼 꽃송편은 외양은 물론 맛도 기막힌 떡이다.

맵쌀가루에 삶은 모시잎을 넣어 피를 만든 모시잎 송편은 식감이 쫄깃쫄깃하다. 소로 넣은 살구색 콩은 달콤한 맛을 더해준다. 한귀정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가공이용과장은 “전라도에선 과거에 머슴들에게 나눠주기 위해 주먹만 한 ‘노비송편’을 만들었다”며 “여기에 푸른 모시잎을 넣은 것이 전남 영광ㆍ고흥 등의 특산물인 모시잎송편”이라고 소개한다.



모시잎을 반죽에 넣으면 송편이 쉽게 상하거나 굳어지지 않는다. 모시잎의 항균(抗菌) 효과 덕분이다. 모시잎엔 지방 흡수를 억제하는 성분이 있어 과식하기 쉬운 추석에 권할 만한 음식이다. 또 모시잎엔 철분이 풍부해 빈혈 예방을 돕는다는 입소문도 났다. 요즘 모시잎 송편은 전국적으로 인기가 많다.



전라도엔 삐삐떡(삘기송편)이란 고유의 질긴 맛 송편도 있다. 삘기는 여러해살이 풀인 띠의 어린 새순으로 들치근한 맛이 난다. 이 송편은 맵쌀가루와 삘기를 섞어 피를 만든다.



경상도에서도 전라도처럼 모시잎송편을 즐겨 먹는다. 삶은 모시잎을 멥쌀가루에 섞어 반죽한 뒤 꿀에 재어둔 밤ㆍ콩ㆍ대추 등을 소로 넣은 송편이다. 대개 참기름에 발라 감잎에 싸서 먹는다. 경북의 산간지역에서 나는 칡을 이용해 만든 칡송편도 경상도 송편이다. 송편 모양이 큼직하고 투박한 것이 특징이다.



제주송편은 둥글납작한 비행접시처럼 생겼다. 대개 완두콩을 소로 넣는다.



‘조개가 없는’ 조개송편

황해도에선 송편을 빚을 때 손바닥에 가득하게 빚는다. ‘얄밉다’는 서울 송편보다 5배 정도는 크다. 넓적하게 반달형으로 만든 뒤 손가락 자국을 내어 찐다. 윤숙자 한국전통음식연구소 소장은 “대체로 북쪽지방은 송편을 크게 만들며 서울이나 경기에선 작게 빚는다”고 설명했다.



평안도 해안지방에선 ‘모시조개가 많이 잡힐 것’을 기원하며 모시조개 모양으로 송편을 예쁘게 빚었다. ‘조개가 없는’ 조개송편이다. 볶아서 찐 깨를 설탕ㆍ간장으로 버무려서 소를 만든다.



한반도에서 가장 추운 산간벽지인 함경도에선 특작물인 감자가 쉽게 얼곤 한다. 이런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만든 떡이 언감자송편이다. 언 감자로 가루를 만들어 익반죽(가루에 끓는 물을 뿌려 가며 하는 반죽)해 치댄 다음, 소로 팥을 넣고 송편처럼 빚는다. 이애란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 원장은 “팥이 많이 나는 황해도에선 송편의 소로 팥을 주로 넣는다”며 “북한의 다른 지방에선 단콩·설탕·볶은 들깨 등을 소로 쓴다”고 말했다.



송편은 다른 명절에도 먹는 떡

송편은 추석에만 먹는 떡은 아니다. 이애란 원장은 “북한에선 송편을 다른 명절 때도 많이 만들어 먹는다”고 전했다.



지역에 따라 음력 2월 초하루인 중화절(中和節)에 송편을 만들어 먹기도 했다. 과거에 중화절은 농사철의 시작을 알리는 명절이었다. ‘머슴날’ ‘노비일’이라고도 불렀다. 이날 머슴ㆍ노비들에게 ‘농사일을 잘해 달라’며 큼지막하게 빚은 송편을 나이 수대로 나눠줬다. 이 송편이 ‘노비송편’ 또는 ‘나이떡’이다.



『홍길동전』을 쓴 허균은 『도문대작(屠門大嚼)』이란 책에서 “송편은 봄에 먹는 떡”이라고 썼다. 설날, 정월 대보름날, 3월 삼짇날, 4월 초파일, 5월 단오, 6월 유두절에도 송편을 빚는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그러나 송편은 역시 가을에 먹어야 제 맛이다. “가을 맛은 송편에서 오고 송편 맛은 솔 내에서 온다”는 말도 있다. 추석 때 먹는 송편을 '오려송편'이라 했다. '오려'는 올벼(햅쌀)를 뜻한다.



우리 민족이 봄ㆍ가을에 간식거리로 즐겨 먹는 떡으론 송편 외에 개피떡이 있다. 개피떡은 성질이 따뜻하고 송편은 서늘하다. 그래서 봄엔 송편이 먼저 나오고 개피떡이 나중에 등장하는 것과 정반대로 가을엔 개피떡 먼저, 송편 나중이다.



문헌에 송편이 언급된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1680년 『요록(要錄)』에 송편은 “백미가루로 떡을 만들어 솔잎과 켜켜로 쪄서 물에 씻어낸다”고 기술된 것이 최초의 기록이다.



예부터 처녀들이 송편을 예쁘게 빚으면 좋은 신랑을 만나고, 임산부가 송편을 예쁘게 빚으면 예쁜 딸을 낳는다고 하여 송편 빚기에 정성을 다했다. 윤숙자 소장은 “덜 익은 송편을 깨물면 딸을 낳고 잘 익은 송편을 깨물면 아들을 낳는다고 하여 임산부들이 찐 송편을 일부러 씹어보기도 했다”며 “송편 속에 솔잎을 가로로 넣고 찐 다음 한쪽을 깨물어서 솔잎의 귀쪽이면 딸이고, 뾰족한 끝쪽이 오면 아들을 낳는다고 믿었다”고 말했다.



“푼주의 송편이 주발 뚜껑 송편 맛보다 못하다”는 속담이 있다. 푼주(넓고 밑이 좁은 사기그릇)처럼 비싼 그릇에 담긴 송편이라 할지라도 정성과 사랑이 담기지 않으면 볼품없는 주발 뚜껑에 담긴 송편보다 맛이 좋을 리 없다는 뜻이다. 추석에 가족끼리 도란도란 얘기꽃을 피우며 먹는 정성 가득한 송편이 바로 그 맛일 것이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tk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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