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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쇠'고집 … 한우 600g에 24만원

전북 정읍시 오성그린농장에서 농장주 김상준씨(사진 가운데)와 장남 민씨(왼쪽), 차남 욱씨가 청보리를 발효시켜 만든 먹이를 한우에게 주고 있다. [프리랜서 오종찬]


자신의 한우 고기를 스스로 ‘명품’이라 불렀다. 올 추석을 앞두고는 3㎏에 120만원짜리 고기 세트를 내놨다. 서울의 특급 호텔에서 판매하는 등심·안심·채끝·살치살·부채살 등으로 이뤄진 선물세트다. 100g에 4만원, 옛 도량형으로 표현하면 한 근(600g)에 24만원이다. 보통 1++ 등급 한우보다 세 배 이상 비싸다. 단지 호텔에서 판다는 이유로 비싼 게 아니다. 같은 부위, 같은 육질(肉質)의 고기는 그가 직접 운영하는 판매장에서도 그에 못지않은 값을 받는다.

800마리 키우는 김상준씨
1++ 등급 한우 값 3배 넘어
19세 때 소 한마리로 시작
일본 와규 본 뒤 종자 개량
청보리 먹이며 연 80억 매출



 전북 정읍시 오성그린농장의 김상준(59)씨. 그는 40년 전 고교 졸업 직후 한우를 키우기 시작했다. 선친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서 물려받은 소 한 마리가 첫걸음이었다. 김씨는 “처음엔 운이 좋았다”고 당시를 되돌아봤다. 대출받아 송아지를 사려고 할 즈음에 송아지 값이 폭락했다. 키워 팔아 이익을 남겨서는 사육 마릿수를 늘려갔다. 10여 년 만에 100마리 넘는 소를 키우게 됐다.



 “그때만 해도 육질엔 별로 신경을 안 썼습니다. 그러다 일본에 가보곤 와규(和牛)가 한우의 10배 이상 받는 데 충격을 받았죠.”



 돌아오자마자 ‘명품 한우 만들기’에 팔을 걷었다. 책을 뒤지고 전문가를 만났다. 일본에만 40여 차례 오가며 비결을 캤다고 했다.



 일단 전국을 돌며 혈통 좋은 암소를 구했다. 정부가 제공한 한우 씨앗(정자)으로 임신을 시키며 종자를 개량했다.



 육질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고기 중에 최고 등급인 1++가 차지하는 비중이 70~80%에 이르렀다. 20% 안팎인 여느 농장의 네 배였다.



서울의 특급호텔에서는 이 한우 고기로 꾸민 3㎏짜리 선물세트(아래)를 120만원에 판다. [프리랜서 오종찬]


 “ 목표를 달성한 건 아니었습니다. 다른 목장에서 키운 1++ 고기와 똑같은 값을 받을 수 있을 뿐, 명품 대접을 받는 건 아니었으니까요.”



 15년간 대학 농업인 과정에 다니며 사육 비법을 배웠다. 사료는 유기농 청보리를 발효시킨 것으로 바꿨다. 이걸 먹인 한우 고기는 체내의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기능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서였다.



 2008년엔 아예 정읍에 고기 가공센터를 차렸다. 도축한 후 어떻게 숙성을 시키느냐에 따라 고기 맛이 달라지기 때문이었다. 스스로 터득해 특허까지 낸 비법으로 숙성시키려는 목적이었다. ‘행복하누’란 브랜드를 달고 판매장을 차려 이렇게 생산한 고기를 내놨다. 일반 1++ 등급 한우의 두 배 이상 값을 매겼다.



 “처음엔 안 팔렸습니다.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지만 ‘제정신이냐’고 하는 것 같았지요. 그래도 ‘명품의 자존심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값을 내리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흐르며 맛을 본 사람들이 두세 배 비싼 값을 치르고 ‘행복하누’를 사게 됐다. 소문을 듣고 호텔에서 찾아왔다. 고기 맛을 보고, 한우농장과 가공센터까지 둘러보더니 계약을 했다. 2009년 처음 호텔을 통해 3㎏에 100만원짜리 한우 세트를 선보였다. 호텔에서는 ‘행복하누’가 아니라 호텔 측이 붙인 브랜드를 사용한다.



 김씨는 2년 전 국내에 두 명뿐인 ‘한우명인’이 됐다. 지금은 800여 마리의 한우를 키워 한 해 약 80억원 매출을 올린다. 농대를 졸업한 스물아홉, 스물일곱 두 아들도 함께 일한다. 김씨는 “‘행복하누’는 쇠고기 맛을 좌우하는 올레인산 함유량이 일본 와규 못지않다”며 “다음 목표는 세계 시장에서 와규만큼 대접을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읍=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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