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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염치 불고하고

한 정치인이 선거운동에 나서기 전에 “과연 정치인으로서 국민에게 표를 달라고 할 염치가 있는지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고 털어놨다. ‘염치(廉恥)’는 예부터 권력자들의 주요 덕목으로 여겨졌다. 중국의 고전 『관자(管子)』 목민편(牧民篇)에서는 염치를 나라를 버티게 하는 덕목으로 꼽았다. 염치를 깨뜨리는 ‘파렴치(破廉恥)’가 판치게 되면 나라가 위태로워진다는 것이다.



 “방탄국회의 구태를 염치도 없이 되풀이하나!”와 같이 쓰이는 ‘염치’는 체면을 차릴 줄 알며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을 이른다. 이러한 염치를 돌아보지 아니하다고 할 때 ‘염치 불구하고’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눈앞의 이득 앞에선 염치 불구하고 고함과 삿대질도 서슴지 않는 정치인들의 모습에 절로 한숨이 나온다” “위에서 자리를 주니 염치 불구하고 받고, 자리를 받았으니 위에 봉사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행태는 근절돼야 한다”처럼 사용해선 안 된다. ‘염치 불구하고’는 ‘염치 불고하고’로 바루어야 한다.



 염치 뒤에 흔히 쓰는 ‘불구(不拘)하다’는 얽매여 거리끼지 아니하다는 동사다. “총체적인 비리에도 불구하고 정작 내부 징계는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 “공무원들의 청렴도 향상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공직사회 비리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그런 엄청난 비리를 저질렀는데도 불구하고 의원면직 처리되는 데 그쳤다”와 같이 주로 ‘-에도/-음에도/ㄴ데도 불구하고’ 형태로 사용된다. ‘염치 불구하고’ ‘체면 불구하고’처럼 명사 바로 뒤에 쓰이는 일은 없다.



 ‘불고(不顧)하다’는 돌아보지 아니하다는 말이다. ‘염치 불고하고’는 염치를 돌아보지 않는다, 즉 염치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표현은 염치를 돌아보지 않음이라는 사자성어 ‘불고염치(不顧廉恥)’에서 비롯됐다. 동사인 ‘불고염치하다’도 한 단어다. 이를 어순을 바꿔 표현한 것이 ‘염치(를) 불고하고’인 셈이다. ‘불고하고’는 문어적인 표현이므로 일상생활에서는 ‘염치없지만’ ‘염치없는 줄 알지만’ 등으로 사용하는 게 자연스럽다.



이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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