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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견된 공멸, 남은 건 경영 공백

4일 금감원 최수현 원장이 임영록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 대한 중징계 결정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KB금융지주 내분사태가 결말이 예견된 ‘막장 드라마’로 막을 내렸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4일 임영록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 두 사람 모두를 중징계(문책경고)하기로 했다.

지난 5월 이후 전산시스템 교체를 두고 양편으로 갈려 벌인 내분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 이는 지난달 나온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의 판단(둘 다 경징계)을 뒤집은 것이기도 하다. 최 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KB금융에서는 총체적 내부통제 부실로 대형 금융사고가 잇따라 발생했고, 국민은행 주전산기 기종 변경 과정에서는 이사회 안건을 왜곡해 허위 보고하는 등 범죄행위에 준하는 심각한 내부통제상의 문제가 나타났다” 고 중징계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금감원 수장이 제재심 결과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도, 2000년 금융지주회사법이 제정된 이래 현직 지주사 회장과 은행장이 나란히 중징계를 받는 것도 모두 처음이다.

[뉴스분석] KB지주회장·은행장 사상 첫 동반 중징계
금감원 제재심 결정 뒤집기 최수현 원장이 사상 처음
경징계 의견 후 양측 또 충돌 … 여론 나빠져 제 발등 찍은 셈







 이 행장은 금감원 발표 직후 바로 사임했다. 이와 달리 임 회장은 끝까지 결백을 주장하겠다는 입장이다. 지주회사 회장에 대한 징계는 금융위원회가 최종 승인해야 한다. 임 회장 측 인사는 “당황스럽고 유감스러운 결정”이라며 “금융위의 결정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소명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두 CEO 스스로 매를 번 측면이 있다”면서도 “법과 원칙에 따라 판단할 것”이라고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임 회장의 제재안건 논의는 이르면 다음 달 1일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14일간의 장고 끝에 초강수를 내놓긴 했지만 최 원장도 적지 않은 상처를 입었다. 무엇보다 제재심이 원장의 뜻에 반해 반기를 들었고 이를 원장이 다시 뒤집는 사나운 모양새가 됐다. 더욱이 제재 대상자에게 소명 기회를 주는 대심제는 최 원장 자신이 도입한 제도다. 자문기구라고는 하지만 금감원 수석 부원장이 위원장을 맡고, 정부 측인 금융위 인사도 참여한다. 금융 당국 내부에서조차 자중지란이 일어난 셈이다. 두 사람을 끌어내리는 방식도 결국 감독 당국의 완력을 동원한 관치에 의존한 꼴이 됐다. ‘낙하산 CEO 간의 갈등’이란 관치 후유증을 또 다른 관치로 메운 전례를 남겼다.





 게다가 애초 ‘중징계’를 사전통보하며 기세등등했던 금감원이 지난달 21일 제재심이 경징계를 내리자 우왕좌왕하며 체면을 구겼다. “문제는 있지만 실제 피해가 실현된 것은 아니어서 관리책임만으로 중징계를 내리긴 어렵다”는 제재심의 결정에 금감원도 한발 물러나는 듯했다. 그러다 임 회장과 이 행장이 제재심 다음 날인 22일 화합의 계기를 만들겠다며 임원진과 1박2일 템플스테이에 나섰다가 다시 충돌하자 입장을 선회했다. 급기야 이 행장이 주전산기 문제와 관련해 중징계를 받은 임직원 3명을 검찰에 고발하고 나섰고 여론이 악화되자 중징계를 들고 나왔다.



 그러나 임 회장이 소명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이날 금감원의 결정 근거에 대한 논란도 계속 될 가능성이 크다. 금감원은 임 회장 등 KB지주 경영진이 전산시스템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국민은행에 부당하게 압력을 행사했다고 판단했다. 기존 IBM 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로 바꿨을 때 생길 수 있는 심각한 위험을 숨기고 외부에서 받은 컨설팅 보고서도 조작해 경영협의회와 이사진에 보고하게 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임 회장은 유닉스로의 전환을 위해 은행의 정보기술(IT) 본부장을 교체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등 인사에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임 회장 측은 보고서 조작이나 인사 개입을 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결국 희생양은 KB금융이 됐다. 앞으로도 경영 공백사태가 상당 기간 이어질 수밖에 없어서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사태가 생긴 근본 원인은 ‘낙하산’ 인사”라며 “지속되는 불행의 고리를 끊기 위해선 KB에 더 이상 낙하산이 떨어지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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