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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세 사막 마라토너, 50세 때 파리 유학 다녀온 파티시에

지난 1일 우헌기(66)씨가 경기도 광주시 남한산성 주변 산길을 뛰어오르고 있다. 10월에 참가할 남미 잉카 트레일 고산 사막 마라톤대회 준비를 위해서다. 우씨는 3년 전 은퇴 후 사막 마라톤을 시
작했다(사진 왼쪽), 이숙경(62·여)씨가 1일 경기도 판교의 카페 문을 열고 손님을 배웅하고 있다. 결혼 후 30년간 전업주부로 지내다 50세에 돌연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다. 2년간 파리의 요리학교 ‘르 꼬르동 블루’에서 제빵을 공부하고 고급 제빵사 자격증(Dipl me)을 땄다(사진 오른쪽). [김성룡 기자], [사진 우헌기], [신인섭 기자]


노인이 행복한 나라 꿈을 찾아서 <중> 6074 브라보 제2의 인생

6074 브라보 제2의 인생



168개국 배낭여행한 70대 부부

피부관리사 자격 딴 남성 어르신

100세 시대 60세면 남은 삶 40년

"진짜 하고 싶었던 일에 도전하라"




지난해 나미비아 나미브 사막 마라톤에 참가했을 때의 우씨 모습. [김성룡 기자], [사진 우헌기]
지난 1일 경기도 광주시 남한산성의 한 등산로. 우헌기(66·서울 송파구)씨가 운동화 끈을 바짝 조였다. 일주일치 식량(10㎏)이 든 배낭을 짊어지고 산을 뛰어오르기 시작한다. 일반인의 조깅 속도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심장이 요동친다. 그는 주 2회 자전거(겨울에는 스키)를 타거나 등산을 하면서 훈련한다. 10월에 남미 잉카 트레일 고산사막 마라톤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에서 일주일간 약 250㎞를 쉼 없이 달리는 대회다.



 우씨의 극한 도전은 이번이 네 번째다. 2011년 이집트 사하라, 2012년 미국 애리조나에 이어 지난해는 나미비아 나미브 사막 마라톤을 완주했다. 우씨는 마라톤과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버스 멀미가 심해 학창 시절 수학여행을 가본 적이 없을 정도로 약골이었다. 그의 도전은 2011년 63세에 시작됐다. 공직을 거쳐 무역회사 대표에서 퇴직하고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익숙한 것보다 새로운 것, 쉬운 것보다 어려운 것에 도전했다”고 말했다. 그는 마라톤 1㎞를 뛸 때마다 주변에서 100~200원씩을 기부받아 파키스탄 보육원 건립을 후원하고 있다.



 “누구나 살아오면서 꼭 해보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 밀린 숙제입니다. 이걸 하나씩 해야 활기찬 노년을 보낼 수 있어요.”



 우씨의 말대로 ‘6074(60~74세)’ 누구에게나 꿈이 있다. “이 나이에 꿈이라니…”라고 지레 포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요즘 6074는 그렇지 않다. 100세 시대를 맞아 30~40년을 더 살게 되면서 새 꿈을 꿀 수 있게 됐다.







 경기도 양평에서 한의원을 하는 정승호(60)씨. 그는 올 2월 세명대 한의대를 졸업한 초보 한의사다. 서울대 철학과 졸업 후 금융업계에 종사하다 정년이 다가오면서 제2의 인생을 설계했다. 그는 “정년이 없고 남한테 도움 되는 일이 없을까 고민하다 한의사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한의대 문호는 젊은이에게도 좁은데 50대 중반의 은퇴자에게 오죽했으랴. 실제로 그는 양평의 산속 고시원에서 2년 이상을 보냈다.



 배낭여행가 김현(75)·조동현(72·여)씨 부부는 여행가가 되기 위해 정년을 2년 앞두고 퇴직했다. 김씨는 TBC·KBS 프로듀서(PD)로 32년간 일했다. 조씨는 서울여상 교사였다. 부부가 지금까지 168개국을 여행했다. 김씨는 “돈을 아끼려 국적 항공기를 타지 않고 배낭여행만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퇴직금의 30%를 여행에 지출했다. 김씨는 “늘 여행을 꿈꿔왔기에 회사를 조금 일찍 나와도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며 “나는 아직도 꿈을 꾼다”고 말했다.



가게에서 작업하는 장면. [신인섭 기자]
 경기도 판교에서 카페를 운영 중인 이숙경(62·여)씨는 프랑스 유학파 파티시에(Patissier·제빵제과 전문가)다. 항공사에서 근무하다 결혼과 동시에 전업주부가 됐다. 그렇게 30년 남편·자식을 뒷바라지했다. 그러다 보니 문득 ‘나는 아무것도 못하는 바보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작정 유학을 결심했다. 50세 때였다. 프랑스에서 2년간 머무르면서 120년 전통의 프랑스 명문 요리학교인 ‘르 꼬르동 블루(Le Cordon Bleu)’에서 제빵을 배웠다. 이씨는 “50이 넘은 나이에 도전을 했지만 살아온 내공이 있어 그런지 잘 풀렸다. 도전을 겁내지 말고 무조건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6074의 새 꿈 찾기는 때로는 파격적이기도 하다. 경북도청 공무원으로 은퇴(2008년)한 주상숙(66·대구시 수성구)씨는 피부관리사 자격증을 땄다. ‘무슨 남자가 그런 일을 하느냐’는 편견을 뿌리치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한다. 주씨는 “100세 시대에 60세 문턱에 서면 이후 40년이 남는다”며 “반드시 인생 2막을 시도하라”고 조언한다.



 평소 어학공부에 관심이 많았던 허만길(71·부산시 해운대구)씨는 고용노동부의 관광영어 통역봉사 교육을 받고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때 영어 통역 자원봉사를 했다. 중국의 중요성이 커지는 것을 감안해 중국어 통역 봉사를 하기 위해 2008년부터 방송통신대에서 중문학을 공부하고 있다.



 기능사의 꿈을 갖고 있는 은퇴한 6074에게 한국폴리텍대학은 매우 유익한 곳이다. 안종철(63·충북 충주)씨는 ‘만능 수리센터’ 사장님이었다. 주로 고장 난 보일러를 수리했다. 안씨는 자격증이 없어 ‘돌팔이’로 비치는 게 한이었다. 2012년 한국폴리텍대학(산업설비과)에 진학했고 자격증을 땄다. 지금은 건설회사에 취직해 월 300만원을 받는다. 그는 “공부한다고 했을 때 가족들이 ‘미쳤다’ ‘1000만원을 까먹는 일’이라고 반대했다”며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은 바로 지금처럼 제대로 된 전문가가 돼서 일하는 것이었다”고 뿌듯해했다.



 경남 창원시 박란훈(60)씨는 임상병리사로 30년 일하다 퇴직한 뒤 5년 동안 낚시·등산으로 시간을 보냈다. 사는 게 무료했다. 젊어서 기계에 관심이 많았다. 한국폴리텍대학 창원캠퍼스에 입학해 9개월 동안 컴퓨터 응용 선반 기능사 자격증을 땄다. 지금은 자동차 부품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활동하는 어르신 … 건강은 덤



몸 쓰고 머리 쓰고

새로운 사람과 교류

치매·우울증 예방약




서울백병원 내과 권인순(노인의학) 교수는 “6074가 꿈을 찾아서 대학에 가면 세 가지를 이루기 때문에 성공적 노화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한다. ①젊은 사람과 관계를 맺고(소통) ②신체 기능이 좋아지며(육체적 건강) ③인지 기능이 향상된다(정신적 건강)는 것이다. 대학 입학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꿈을 찾아가도 같은 효과를 낸다. 사회 활동이 활발해져 소통 능력이 향상된다. 권 교수는 ‘Use it, or lose it’(써라, 그렇지 않으면 사라진다)을 강조한다. 6074의 꿈 찾기가 여기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한국폴리텍대학에서 공부를 시작한 김종화(65)씨는 매일 4시간씩 대중교통을 이용해 학교를 오간다. 지하철역 계단을 오르내리고, 역에서 학교 강의실까지 왕복 40~50분을 걷는다.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는 일부러 타지 않는다. 김씨는 “하고 싶은 공부를 해서 그런지 몸이 고되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퇴직 후 공방을 운영하는 조병곤(63)씨도 이전보다 훨씬 건강해진 것을 느낀다. 나무를 깎아 공예 작품을 만드는 게 여간 힘이 드는 게 아니다. 몸을 쉴 새 없이 움직여야 한다. 서울 서초구 공방에서 용산구 집까지 매일 걸어 다닌다. 한 시간 이상 걷다 보면 머리가 맑아져 작품을 구상하는 데 도움이 된다.



 30~40년간 열심히 일하다 은퇴하면 우울증이 찾아온다. 올해 조선대 회화과에 입학한 윤기숙(70·여)씨는 대학에 입학하면서 우울증을 극복했다. 젊은 동급생들과 MT를 가고, 에어로빅 경진대회에 출전하고, 공모전을 준비하고, 매일 그렇게 살다 보니 어느새 우울증을 느낄 틈이 없었다. 윤씨는 “처음엔 힘들었지만 갈수록 머리가 오히려 좋아지는 느낌”이라며 “공부를 시작하며 두 달간 앓아 온 우울증을 떨쳐냈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좋아서 하는 일은 스트레스보다는 행복감을 더 증가시킨다”고 설명했다.



 김형일(64)씨는 전북 부안군의 ‘부안 실버연극단’ 단장이다. 아마추어지만 전국 단위의 실버연극제에서 4관왕에 올랐다. 단원 7명의 평균 나이는 61세다. 처음에는 엄청난 양의 대본을 외울 수 있을지 모두 겁을 먹었다고 한다. 김씨는 “자꾸 하다 보니 머릿속에 들어가더라. 우리 스스로 놀랐다”고 말했다.



 6074의 학습은 무엇보다 치매 예방에 특효약이다. 삼성서울병원 나덕렬(신경과) 교수는 “6074세대가 사회 속에서 왕성한 활동을 해나가는 것만으로도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며 “특히 대학에 다니는 경우엔 자연스럽게 치매 예방에 좋은 4가지 ‘SWAT(말하기, 쓰기, 활발하게 의견 나누기, 발표하기) 활동’을 모두 하게 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신성식 선임기자, 박현영·장주영·김혜미 기자, 김호정(중앙대 광고홍보학과)·이하은(서울여대 국어국문학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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