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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미국인 참수, 기로에 선 오바마 리더십

  미국인 기자인 제임스 폴리를 참수했던 이슬람국가(IS)가 또 미국인 기자인 스티븐 소트로프(31)를 참수하는 동영상이 2일(현지시간) 공개됐다. 지난달 19일 IS가 폴리를 살해하는 동영상을 공개하며 소트로프 참수를 위협한지 13일 만이다. 이슬람 무장단체를 추적해온 사이트 인텔리전스 그룹과 미국 언론에 따르면 동영상에서 소트로프는 죄수복을 연상시키는 오렌지색 복장으로 무릎을 꿇은 채 참수당했다. IS는 이번에도 구호단체 일원으로 활동했다가 실종됐던 영국인 인질인 데이비드 헤인즈를 보여주며 살해 예고로 협박했다.

소트로프는 동영상에서 “미국의 (이라크) 개입으로 인한 대가를 왜 내가 치러야 하나”라고 말했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이어 얼굴을 가린 검은색 두건을 쓴 IS 소속 인물이 "오바마. IS에 대한 당신의 오만한 외교정책 때문에 내가 돌아왔다”고 말한 뒤 “당신들의 미사일이 우리를 계속 공격하는 것처럼 우리의 칼은 너희의 목을 계속 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복면 인물은 폴리를 참수했던 인물과 유사하게 강한 영국식 억양을 구사해 미국·영국 언론들은 폴리 살해범과 동일인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8월 시리아에서 실종됐던 소트로프는 타임지, 포린폴러시 등에 기사를 보내는 프리랜서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소트로프의 어머니는 IS 지도자를 “칼리프”로 부르며 “생명을 구해달라”고 호소했지만 아들은 일주일 만에 참수 동영상으로 돌아왔다. 백악관은 "동영상의 진위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젠 사키 국무부 대변인은 “사실이라면 이라크 반군의 야만적 행동에 역겹다”고 비판했다.

IS의 참수는 미국인만이 대상이 아니다. IS는 지난달 28일 쿠르드족 민병대 포로에 이어 이틀 후 레바논군 병사를 참수하는 동영상을 내보냈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샤샨크 조쉬 연구원은 “폭탄 테러보다 사상자가 적어도 사람의 머리를 자르는 생생한 행위가 더 큰 공포를 야기한다”며 “더 공포스러울수록 선전 효과는 더 크다”고 분석했다. IS가 충격의 극대화로 일관하고 있다는 취지다.

IS의 자국민 참수로 국내 여론이 비등하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리더십은 기로에 서게 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시리아의 IS 공습을 놓고 지난달 28일 “아직 전략이 없다”고 말해 ‘소심 외교’로 정치권의 뭇매를 맞았다. 다음날엔 중동·동유럽 등 국제 위기를 놓고 소셜미디어의 탓으로 돌리며 비판 확산을 자초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민주당 행사에서 “밤 뉴스를 보면 세상이 무너지는 것처럼 느껴진다”면서도 “세상은 항상 엉망이었다”고 말했다. 또 위기감이 증폭되는데 대해선 “부분적으로 소셜미디어 때문”이라고 했다.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은 “세상은 언제나 엉망이었는데 소셜 미디어가 이를 두드러지게 했다는 대통령 발언에 깜짝 놀랐다”고 비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동영상이 공개된 직후 바그다드의 인력·시설 보호를 위해 이라크에 350명을 추가 파병토록 지시했지만 비등한 여론이 만족할지는 불투명하다. 민주당 내에서도 IS 응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며 오바마 대통령이 조만간 시리아 공습 여부를 결정하는 게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날 공화당의 린지 그레이험 상원의원이 “(IS를) 비난하는 것으론 불충분하고 단호하게 행동할 때”라며 대통령을 압박한데 이어 민주당의 빌 넬슨 상원의원은 “대통령에게 시리아 IS 공습 권한을 부여하는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나섰다.

오바마 대통령은 IS 소탕전에 서구 우방국을 끌어 들이는 대외적 리더십의 숙제도 껴안게 됐다. 이라크 내 IS 공습을 놓고 영국ㆍ프랑스ㆍ독일ㆍ호주 등은 미온적이거나 불참을 표명한 반면 이라크 지상에선 미국의 적대국이던 이란이 IS 공격에 동참하며 우방과 적대국의 위치가 뒤바뀐 모양새다. 지난달 31일 이라크 중부의 아메를리 탈환 때 미군의 공습 속에 이란이 지원한 시아파 민병대가 참여하는 ‘합동 작전’이 전개됐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유럽 순방길에 오른 오바마 대통령은 3일 발트 3국과의 정상회담에 이어 4∼5일 영국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러시아 대응책 마련 외에도 ‘IS 공동전선’을 어떻게 이끌어낼지 관건이 됐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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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