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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선행학습 못 하니 학원 보낼 수밖에 … "

지난달 29일 서울 대치동 종합학원으로 한 학생이 들어서고 있다. 선행학습 광고 금지에도 학원의 전단 배포·온라인 홍보는 여전하다. [김경빈 기자]

서울 양천구 한 고교의 박모(40) 수학교사는 2학기 방과후 수업 개설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그동안 심화수학·수리논술반을 통해 선행수업을 했는데 12일부터 선행학습금지법이 시행돼 더 이상 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박 교사는 “복습만 하는 방과후 수업은 학생들이 듣지 않을 텐데 커리큘럼을 어떻게 짤지 걱정”이라며 “특히 상위권 학생에게 인기가 많았던 수리논술은 미적분 개념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선행이 필수인데 이젠 학생들에게 저렴하게 제공해줄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선행학습금지법 시행을 앞두고 일선 학교에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이 법은 학교에서의 수업·시험·수행평가 등은 규제하지만 사교육업체에 대해선 광고만 금지해 학원으로 학생들이 몰려갈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었다. 실제 현장에선 심화 수업으로 학생들의 방과후 학교 참여율이 높았던 학교들을 중심으로 “눈 뜨고 학원에 아이들을 뺏기게 생겼다”며 답답함을 토로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학생·학부모 사이에서도 불만이 터져 나온다. 고2 이모(17·서울 강서구)양은 “2학년 때 고교 과정을 끝내야 3학년 때 문제풀이로 대학수학능력시험 준비를 할 수 있는데, 학교에서 진도를 빼 주지 못하면 학원 가는 시간을 늘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학부모 홍모(41·서울 송파구)씨는 “특목고 등에 비해 일반고가 수업에서 입시 대비를 해주기가 더 어렵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당장 3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주관하는 수능 모의평가도 교과서 전 범위에서 출제되기 때문에 선행학습을 하지 않은 학생은 배우지도 않는 내용을 시험 봐야 하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고교 교사들은 “수능을 다음 해 1월 정도로 미루지 않는 한 선행학습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반면 서울 강남·노원구 등 교육 특구에 몰려 있는 학원들은 최근 일제히 선행반을 개강했다. 지난달 29일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만난 중2 강모(15·서울 송파구)양은 “고교 수학 과정을 거의 다 뗐다”고 말했다.

  12일부터 금지 대상이 되는 학원의 선행학습 광고도 아직 횡행하고 있었다. 대치동 한 학원은 ‘초등학생도 중학교 과학 선행으로 영재원에 대비하세요’라는 전단 11개를 학원 정문 앞에 비치해 뒀다. 학부모 정모(41·서울 서초구)씨는 “선행학습 대부분이 학원에서 이뤄지는데 학교만 규제하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며 “법만 믿고 선행학습을 안 시키면 내 자식만 뒤처질 것”이라고 말했다. 송인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대표는 “수능을 정점으로 한 입시 체제를 바꾸지 않는 이상 선행학습을 완전히 막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초등 1·2학년 방과후 영어는 허용=정부는 2일 국무회의를 열고 선행학습금지법 시행령안을 의결했다. 당초 금지하기로 했던 초등학교 1·2학년 영어 방과후 학교 수업은 허용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지난 4월 입법예고 때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영어 과목이 편성되기 때문에 1·2학년 영어 수업을 불법으로 규정했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초등학교 저학년 수업은 보육의 성격이 강하고, 규제하면 사교육이 늘어날 수 있다는 현장의 의견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글=김기환·신진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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