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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 때 접은 화가 도전 … 70세 여대생 "정말 행복"

조선대 새내기 대학생 윤기숙(70·가운데)씨가 1일 손녀뻘 동기들과 수업을 듣고 있다. [광주=프리랜서 오종찬]
6074(60~74세)들은 산업화의 역군이다. 살아오면서 이들 중 상당수에게 ‘나’는 없었다. 시인·화가·교수 같은 꿈을 품었더라도 내세울 수가 없었다. 형편이 안 돼서, 남자 형제에 밀려 진학을 포기했다. 은퇴하거나 자녀가 출가하고 나면 그제야 자신을 돌아보고 젊은 시절의 꿈을 찾아 나선다.

 1일 오후 2시30분 광주광역시 동구 조선대 1·8극장(노천극장). 학생 10여 명이 그림에 빠져 있다. 먹으로 주변 정경을 담고 있다. 이 학교 회화과 새내기들(2014학번)이다. 앳된 얼굴 사이에 윤기숙(70·여)씨가 보인다. 윤씨도 새내기다. 동급생 김지원(19)양은 “우리보다 더 열심히 하셔서 감탄을 한다”고 말했다. 윤 할머니는 학창시절 미술부원이었다. 건강이 악화돼 고교를 중퇴했다. 결혼하고 육아에 매달리고 보험설계사로 20년 일하면서 그림은 잊혀졌다. 55세 퇴직 후 남편의 한마디가 운명을 바꿨다. “여보, 미술 다시 해볼래.” 전주여고에 편입하고 조선대 신입생이 됐다. 윤씨는 “지금 너무 행복하다”며 “졸업 성적 전교 10등 안에 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 학교 조양희(43) 교수는 “젊은 학생들과 어울리지 못하거나 수업을 따라오지 못할까 걱정했는데 애들과 소통을 잘 하고 더 열심히 공부한다”고 말했다.

 6074는 젊은 시절의 꿈을 찾는 데 전혀 문제가 없는 나이다. 그걸 위해 대학 입학을 마다하지 않는다. 교육부에 따르면 4년제 대학에 재학 중인 60세 이상 고령자는 2009년 354명에서 지난해 532명으로 50.3% 늘었다. 같은 기간 전문대 재학생도 890명에서 1125명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국가기술자격시험 응시자가 1만8958명으로 10년 새 약 8배로 늘었다(한국산업인력공단). 꿈을 찾는 6074는 전업주부·전직 공무원·보험설계사·농부 등의 보통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한 해 800만~1000만원의 등록금에 부담을 느낀다.

 최병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은 “50세가 넘으면 그동안의 전공지식이 노후화돼 재충전할 필요가 있는데 그 역할을 할 만한 데가 대학만한 곳이 없다”며 “대학이 문호를 개방해 6074의 재교육을 담당하도록 학비지원 등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신성식 선임기자, 박현영·장주영·김혜미 기자, 김호정(중앙대 광고홍보학과)·이하은(서울여대 국어국문학과) 인턴기자
사진=신인섭·송봉근·김성룡 기자 welfar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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