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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빠진 방서 텐트 쪽잠" 한숨뿐인 명절

지난달 25일 폭우로 물이 집 천장까지 차올랐던 기장군 좌천마을 주민 김일호(60)씨가 도배를 위해 벽을 긁어내고 있다.

“텐트에서 쪽잠을 자는 형편에 추석 명절은 꿈도 못 꿉니다.” 2일 오전 부산 기장군 장안읍 좌천마을 주민 김일호(60)씨는 마당에 텐트를 널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씨 가족은 지난달 25일 부산·경남에 내린 폭우로 생활터전을 송두리째 잃고 텐트생활을 하고 있다.

20평(66㎡) 남짓한 1층 주택이 높이 2.5m인 천장까지 누런 흙탕물을 뒤집어 쓰면서 가재도구 하나 건지지 못하고 몸만 간신히 빠져나왔기 때문이다. 명절마다 일가 친척이 집에 모여 차례를 지냈지만 올해는 엄두도 못 낸다고 했다. 장남 김동주(35)씨는 “명절 분위기는커녕 다친 사람이 없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라며 “차례는 가까운 절에서 지내고 연휴동안 복구작업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폭우 8일 만에 장안읍 일대 도로 위에 가득했던 진흙과 쓰레기는 대부분 치워졌고, 끊겼던 전기와 수도도 다시 연결되면서 평온을 되찾은 듯했다. 하지만 주민들의 시름은 여전했다. 추석 대목을 기대했던 상인들은 장사를 제대로 못하고, 피해가 없는 주민도 “마을에 큰 어려움이 닥쳐 명절 분위기를 내지 못할 것 같다”며 장보기를 꺼렸다.

 장안읍사무소 인근에서 떡집을 운영하는 문경례(52·여)씨는 추석 대목을 위해 800만원이 넘는 떡 성형기를 준비했지만 가게가 침수되면서 성형기가 고장나는 바람에 기사를 불러 겨우 고쳤다. 문씨는 “주문이 현재 10건밖에 안 돼 지난해 매출의 3분의 1 수준”이라고 말했다.

 철물점 주인 김영택(65)씨는 “가게가 물에 잠기면서 가을 농번기에 대비해 확보한 농기계와 공사자재가 모두 흙탕물을 뒤집어썼다. 마른 헝겊으로 닦아냈지만 녹이 슬어 팔릴지 걱정”이라고 했다. 김씨는 “집안이 이 지경이라 추석 때 자식들에게 내려오라 할 수가 없다”며 “최소 1억원 이상 손해를 본 것 같다”고 말했다.

 기장군은 이번 폭우로 659억원의 재산피해가 난 것으로 집계했다. 이는 재난안전기본법상 특별재난지역의 국고 지원 기준액(90억원)을 넘는 수준이다.

부산 북구는 124억원, 금정구 122억원, 동래구 89억원의 피해가 났다. 부산시는 이를 바탕으로 이들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줄 것을 정부에 요청할 계획이다.

글·사진=차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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