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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한국은 외교 잘하기로 손꼽히는 나라

[일러스트=강일구]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부소장
한국은 왜 미국에서 더 주목받고, 더 중시되지 않는지 궁금해 하는 나의 한국 친구들이 있다. 그들은 일련의 질문을 쏟아낸다. 왜 미국 관료들과 싱크탱크는 한·일 간의 역사·영토 갈등에서 서울의 편을 들지 않는가. 한국의 공공외교가 비효과적이기 때문인가. 한국 정부는 로비 활동을 강화해야 하나.

 워싱턴에서 한국이 더 눈에 잘 띄는 나라가 되려면 다음 몇 가지 역사적 배경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 역사적으로 미국은 아시아보다는 유럽, 한국보다는 일본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경향에 빠른 변화가 일고 있다. 조지 워싱턴은 이임사에서 미국이 늙은 유럽의 동맹 외교에 휩쓸리지 말 것을 국민에게 호소했다. 하지만 20세기 미국의 전략은 항상 아시아보다 유럽을 중시했다.

 둘째, 최근 몇 년간 역전이 일어났다. 미 군사력의 중심은 유럽에서 아태지역으로 이동할 것이다. 역사상 처음이다. 또 여론조사를 해보면 대다수의 미국인들이 아시아가 유럽보다 중요하다고 응답한다. 한데 일본을 우선시하는 미국의 정책이 한국에 항상 불리한 것은 아니었다. 트루먼 행정부가 한국전쟁 참전을 결정한 것은 일본을 방어하기 위해서였다. 지미 카터의 주한 미군철수 백지화는 일본의 워싱턴 로비 결과물이다. 미국을 둘러싼 한·일 관계는 과거에도 현재에도 제로섬이 아니다.

 셋째, 최근 몇 년 동안 한국의 대미 외교는 매우 효과적이었다. 백악관 관리들이 내게 항상 하는 이야기가 있다. 2009년 오바마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담은 그해 가장 중요한 정상회담이었다는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은 미국이 한국의 발전과 안보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설명했다. 그는 또 미국의 외교와 발전을 위해 한국이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제안을 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출범 당시 중국에 대한 관여(engagement) 정책과 미·일 동맹을 통한 세력균형 유지를 공약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관리들은 한국이 주요 방산품 수출국이라는 것과 가장 신뢰할 만한 파트너라는 사실을 알고 놀랐다. 그래서 백악관은 한국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핵안보정상회의·세계개발원조총회의 개최와 한국의 대북정책을 강력히 후원했다. 한덕수(2009~2012년 재임) 주미 한국대사는 미 의회를 지극히 효과적으로 설득해 한·미 자유무역협정(KORUS) 체결에 기여했다. 그는 인내심을 가지고 의원들을 맨투맨으로 접촉해 KORUS가 의원들의 지역구에 가져다줄 경제적 이익을 설명했다. 미·호주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위해 주미 호주 대사가 한 대사의 외교술을 벤치마킹하기도 했다. 한 대사의 후임들 또한 미 의회와 강력한 관계를 유지했다. 한국 정부만큼 워싱턴 정가에서 영향력 있는 정부는 극소수다.

 넷째, 일본을 겨냥하는 한국의 로비는 종종 한국이라는 외교 브랜드에 손상을 끼치고 있다. 워싱턴의 일본 전문가들은 모두 일본에 압력을 넣어 역사 문제에 대해 보다 전향적이 될 것을 요구했다. 한국의 로비 때문이 아니다. 한·일 갈등은 아시아에서 미국의 국가이익을 저해하기 때문이다. 워싱턴의 일본 전문가들은 일 정부의 이런저런 발언이나 행동이 한·일 관계를 해친다는 한국 정부의 설명을 경청한다. 하지만 한국 관리들이 아베의 ‘위험한 민족주의’를 거론하며 미국이 일본에 전략적으로 등을 돌려야 한다고 주장하면, 미국의 관리나 학자들은 한국이 중국 쪽으로 기운다는 느낌을 받고 당혹해 한다. 상황을 꿰뚫고 있는 아시아 전문가들은 한·미 동맹이 얼마나 강력한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일부 인사들은 한국의 일본 비판을 지목하며 이러한 전제에 도전한다. 대부분의 워싱턴 전문가들은 영토 문제와 관련된 한국의 로비가 한국 국내용이라고 보기 때문에 미국의 정책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다. 미 정부는 독도나 동해 호칭 문제에 대해 아무런 입장을 취하지 않는다. 워싱턴에서 두 문제와 관련된 세미나가 개최되거나 주 정부가 교과서와 관련된 어떤 결정을 내린다고 해서 미국 정부가 한국·일본 중 한쪽을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다. 한·일 양국 모두 미국에 핵심 동맹국이다. 또 한국의 재단들은 미국 학자들을 후원할 때 신중해야 한다. 한국 편을 들도록 유도하는 연구비 지원은 학문의 독립성이라는 가치와 상충된다.

 워싱턴에서 한국의 영향력은 계속 증대했다. 한국은 긍정적인 메시지를 보내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세계전략에서 아시아는 더욱 중요한 지역이 됐다. 중국에 대한 신뢰나 일본 정치의 안정성에 의문이 생길 때마다 한국의 가치는 올라간다. 한국의 외교 브랜드가 가장 효과적일 때는 ‘글로벌 코리아’가 빈곤·핵확산·원조·무역 등의 분야에서 해결책을 내놓을 때다. 한국이 일본에 상대적인 이득을 취하려고 하면 한국은 덜 글로벌하고 덜 긍정적인 모습으로 스스로를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이 동일한 입장에서 미국에 뭔가를 요구할 때에 양국의 외교력이 증가한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이라는 동북아에서 가장 가까운 동맹국들이 한목소리로 나올 때 ‘아니오’라고 하기 힘들다. 효과적인 외교는 효과적인 정치와 마찬가지로 ‘네가 나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느냐’를 묻는 게 아니라 ‘내가 너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나’를 보여주는 데서 시작한다.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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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