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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기후 연구에 투자해야 재난 대비할 수 있다

하경자
부산대 대기환경과학과 교수
최근 부산·경남 일대는 ‘물 폭탄’으로 극심한 재해를 입었다. 안타까운 인명 피해도 이어졌다. 남해안 일대를 휩쓸었던 이번 집중호우는 갑자기 생긴 현상이 아니다. 극한기후로 인한 재해의 발생 가능성과 피해 규모가 점점 커질 것이라는 기후 모형 예측 결과까지 나오고 있다.

 집중호우는 일정 시간 내에 내리는 시간당 강수량인 ‘강우강도’가 클 때 발생하는 현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호우경보는 6시간 동안 110㎜ 이상, 12시간 동안 180㎜ 이상의 강수량이 예상될 때 발령되며 1시간당 강수량으로 정의되는 특보는 없다. 이번에 내린 집중호우의 강우강도는 시간당 130㎜였다. 이 수치는 1년에 내리는 비의 10%가 단 한 시간에 내린 것을 의미한다.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강우강도다. 2009년 7월 해운대 일대를 물바다로 만들었던 당시의 강우강도가 시간당 90㎜였던 것과 비교해 봐도 그렇다.

 지구 온난화는 광범위하게 지표기온이 상승하는 기후 현상이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 변화에는 해수면 상승, 열파와 이상난동, 가뭄, 빙하 녹음 등이 있다. 강우강도의 증가 또한 지구 온난화로 인해 발생하는 현상에 속한다. 기온이 1도 상승할 경우 대기는 6% 정도 더 많은 수증기를 함유할 수 있다.

 지구 온난화가 일어날 때 육지냐 해양이냐에 따라 위쪽 대기의 수증기에 대한 반응이 구별된다. 지속적으로 수증기가 증발하면 육지 표면의 대기는 건조해진다. 반면 바다 위에서는 수온이 상승한 바다로부터 수증기가 계속 공급된다. 이로 인해 해양과 육상에서의 수증기 양의 차이가 심해져 수증기 수송이 빠르게 일어난다. 더운 공기와 찬 공기가 만나 대기불안정이 생기면 다량의 수증기는 더욱 가속적으로 상승운동을 유발하고 결과적으로 강한 비를 내리게 된다.

 특히 우리나라는 8월에 강수가 점점 증가하는 것이 이미 학계에 보고된 바 있다. 그 원인은 봄철과 이른 여름에 걸쳐 인도양의 높은 해수온도가 일종의 축전기 효과를 내면서 북서태평양 고기압의 활동을 지속시켜 8월의 강수량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분석된다. 집중호우 현상이 빈번해지고 강우강도가 더욱 강해질 것이란 점은 기상학계에서 이미 이설이 없는 예측으로 자리 잡았다. 학계에선 지역적으로 2.5배 정도까지 강해질 수 있는 것으로 예측한다. 유엔 정부 간 기후변화위원회(IPCC)의 기후 변화 보고서도 기후 변화→극한기후→재해 증폭의 시나리오를 예고하고 있다. 미 워싱턴대 기후생태학자인 피터 워드 교수는 “앞으로 지구 멸망이 있다면, 바로 기후 변화에 의해 가능한 일”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기후 변화는 기후를 산출하는 기후 시스템이 변화한 결과다. 대기와 해양, 생물권, 지권(地圈) 그리고 빙권(氷圈)은 살아 있는 유기체로서 기후 시스템의 요소들이다. 이들 요소는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기후 시스템 간의 상호작용에 의한 기후 변화를 물리적으로 다루는 학문이 ‘기후물리’이다. 지구 온난화를 포함하는 기후 변화의 문제는 기후물리 연구의 발전으로 해결될 수 있다. 기후 변화로 발생될 급격한 기상현상과 이상기후의 예측은 사회안전망을 견고하게 조성함으로써 국민을 재난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

 지구의 변화하는 기후에 영향을 끼치는 모든 요인을 파악하고 지구 온난화와 이에 따른 자연 재해 증가에 대비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많은 전문 인력과 자본이 투입되고 있다. 이와 같은 세계적인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따로 놀고 있다. 기초과학 연구의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는 ‘기초과학연구원(IBS)’은 기후 연구의 높은 생산성과 사회적 기여도를 여전히 깨닫지 못하는 느낌이다. 현재 20여 개 분야의 기초과학이 IBS연구단으로 선정되어 국가적 과제를 시작했으나 아직 기후 변화에 대한 연구단은 없다. 과학기술이 안전한 국가와 사회를 조성하는 데 핵심이며,그것이 선진국으로 가는 길임을 잊어버린 게 아닌지 의문이다.

 미국 UC버클리대 리처드 뮬러 교수는 『대통령을 위한 물리학』이라는 저서에서 지도자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과학적 사실 중에 ‘지구 온난화’를 매우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중앙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예측 가능한 자연재해로 인해 국민의 삶이 위협받지 않고 안정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 필요가 있다. 예컨대 사회 기반시설 공사나 도시공학에서 기준이 되는 극한기후의 수치는 몇십 년 전에 작성된 것인데, 지속적인 측정과 연구 결과에 따른 갱신이 이루어져야 한다.

 재해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대응해야 할 과제는 아직도 산적해 있다. 여기에 ‘현재의 경쟁력’보다 ‘미래의 가치’를 지향하는 기초과학, 예를 들어 기후물리학 같은 학문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부산·경남의 폭우는 앞으로 우리 사회가 마주해야 할 극한기후의 예고편일 수 있다. 불길한 징조에 미리 대비하는 나라가 선진국이다. 기후 변화와 재난에 대응하는 대한민국의 자세에 미흡한 점은 없는지를 다시 한 번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하경자 부산대 대기환경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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