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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김수창은 왜 거짓말을 했나

조강수
사회부문 차장
세상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해 천주교의 성지 중 하나인 충남 서산 해미읍성에 가 계신데 이건 뭐지?

 교황의 방한은 우리 사회에 대한 축복이었고, ‘8월에 찾아온 크리스마스’ 같은 것이었다. 그 와중에 개탄의 목소리가 난 건 ‘지검장(차관급) 바바리맨’의 등장 때문이었다.

 2주 전 일요일(8월 17일) 출근하는 기자에게 만삭의 아내가 의외의 부탁을 해 왔다. “(김수창) 제주지검장 속보 있으면 빨리 알려 줘. 궁금해 죽겠어.”

 평소 사회부 기사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던 아내로선 드문 요청이었다. 사실 아내는 부부간 갈등을 드라마로 만든 ‘사랑과 전쟁’의 골수 시청자다. 주말이면 서너 편의 드라마를 연속해 보면서도 질리는 기색이 전혀 없다. 그런 아내가 뉴스 속보까지 챙기는 걸 보며 이 사건이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가 보다 생각했다. 하긴 지검장이 공연음란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됐으니 호기심이 발동했을 만도 하겠다 싶었다.

 그날 김 지검장은 서울고검 기자실로 제 발로 찾아와 공개적으로 공연음란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사건은 현직 지검장과 그를 현행범으로 체포한 경찰 간의 진실공방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김 지검장의 해명과 달리 진실은 폐쇄회로TV(CCTV)에 찍혀 있었다. 사건 발생 9일 만에 상황은 사실상 성도착 범죄의 하나로 정리됐다. 김 지검장도 혐의를 인정하면서 사법처리 절차만 남겨 두고 있다.

 김 지검장의 성적 일탈은 검찰조직에는 재앙 수준이다. 최근 2년 사이에 로스쿨 출신 검사, 평검사, 부장검사, 고검장, 검찰총장까지 줄줄이 돈 또는 성에 얽힌 비리와 추문이 시리즈로 이어졌다. 검사 시리즈를 만들고도 남을 만한 건수와 분량인데 김 지검장 건으로 퍼즐이 완성된 느낌마저 들었다. 최근 상갓집에서 만난 일선 지검의 검사장급 간부는 “이런 일은 어느 조직에서나 일어난다”며 “검찰이 지나치게 매를 맞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커진 데는 김 지검장의 거짓말이 결정적이었다. 만약 그가 사건이 알려진 직후 시인을 했다면 CCTV 화면까지 등장하고, 그의 궤적이 생생하게 드러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는 왜 얼마 안 있어 들통 날 거짓말을 했던 것일까. 이른바 ‘일도 이부 삼백(첫째가 도망, 둘째가 부인, 셋째가 백)’이 중요하다는 걸 알아서였을까. 추측하건대 잘하면 피해 갈 수도 있다는 일말의 기대감, 수십 년간 쌓아 온 명예와 지위·가족을 한꺼번에 잃을지 모른다는 공포심 때문이었으리라.

 문제는 이런 일이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피의자를 상대로는 자백을 받아 내려 애를 쓰는 검사들이지만 막상 자신이 대상이 되면 습관처럼 부인을 하곤 한다. 혼외자 의혹이 불거졌던 채동욱 전 검찰총장도 다르지 않았다. 들키지 않았다면 모를까, 어차피 들켰다면 요행을 바라기보다 이실직고·석고대죄하고 책임을 지는 게 공직자로서 최소한의 도리 아닐까 싶다. 검사가 ‘검사도(道)’를 잃으면 모든 것을 잃은 것이다.

조강수 사회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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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