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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공원 입장객 수 눈여겨보면 금리 흐름 보인다

지난 5월 9일, 세월호 사고 이후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렸다. 사고 20여 일이 지난 시점이었다. “세월호 사고의 영향을 면밀히 점검해 보겠다. 큰 흐름을 바꿀 정도는 아닐 것이다. 적어도 기준금리의 방향은 인상 쪽이지 않겠나.” 이주열 한은 총재의 판단은 한 달 전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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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인상’으로 굳어지는 듯 했던 금리의 향방은 두 달 뒤 반전됐다. 이 총재는 7월 금통위 회견에서 “세월호 사고 이후 크게 위축되었던 소비가 증가로 돌아섰지만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못했다. 하방 리스크가 다소 크다”고 했다. 분명한 ‘인하’ 신호였다. 한 달 후 한은은 실제로 기준금리를 낮췄다.

 두달 새 이 총재의 마음을 돌려세운 건 무얼까. 비밀은 이 총재와 금통위원 손에 쥐어졌던 얇은 보고서에 있다. ‘부문별 경기동향 모니터링’이다. 한은이 금리 신호등을 켜고 끌 때 참고하는 실물지표들이 담겨있다.

 이 보고서는 보통 금통위 일주일 전 열리는 한은 경제상황점검회의 때 제출된다. 이달 회의는 3일, 금통위는 추석 연휴 뒤인 12일 각각 열린다. 보고서엔 체감경기를 가늠할 수 있는 다양한 지표들이 망라돼 있다. 롯데백화점과 이마트 매출, 에버랜드 입장 인원, 모두투어 예약 동향, 고속도로 승용차·화물차 통행량 같은 것들이다. 신용카드 이용실적, 온라인 오픈마켓 11번가, 전자양판점 하이마트, GS수퍼마켓 매출에 휴대전화 번호이동 건수, 국내 항공사 탑승률도 포함돼 있다.

 이 통계들은 가장 최근의 경기 상황을 보여준다는 장점이 있다. 통계청이나 다른 정부부처에서 생산하는 공식 통계는 나오는데 짧게는 몇 주, 길게는 한두 달 시차가 있다. 당장 그리고 앞으로 경기를 감안해 금리 판단을 선제적으로 해야 하는 한은으로선 난감한 일이다. 그래서 한은은 각 회사와 기관의 양해를 얻어 내부에서만 확인할 수 있는 최신 수치를 받아보고 있다. 한은 조사역이 직접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동향이 어떠냐’고 묻기도 한다.

 대부분은 내수와 소비심리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판단하는데 유효한 통계다. 세월호 사고 이후 소비심리 지표는 기준금리 결정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지난달 14일 금통위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총재가 경기(19번), 경제(18번) 다음으로 많이 언급한 단어가 심리(17번)였을 정도다.

세월호 사고 직후 모니터링을 담당하는 한은 부서는 긴박하게 돌아갔다. 한 달 단위로 추렸던 이들 지표를 주간 단위로 받아보며 담당자들은 올 7월까지 비상근무를 했다. 한은 관계자는 “사고 직후 5월 중순까지만 해도 백화점 매출, 카드 이용 실적 같은 실물지표 속보치에서 소비 충격이 나타나긴 했지만 장기화 될 조짐은 뚜렷하지 않았다. 하지만 6월 중순으로 넘어가며 지표가 심상치 않게 흘러갔고 올 7월 들어 금리 방향을 바꾸는데 주요 근거가 됐다”고 전했다. 한은은 제조업 경기를 가늠할 땐 시멘트·철근 출하량이나 디스플레이 패널 출하량, 전력 판매량을 주로 본다고 한다. 다른 한은 관계자는 “이 속보치를 이후 거시 경기지표와 비교해 확인해보면 흐름이 꼭 맞아떨어진다”고 귀띔했다.

 경기 흐름을 판단하는데 특정 실물지표를 활용하는 건 정부와 중앙은행의 공공연한 영업비밀이다. 중국에선 ‘커창 지수’가 대표적이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주로 활용한다는 3대 실물지표 철도 운송량, 은행 대출 증가율, 전력 사용량을 말한다. 중국 경기를 판단하는데는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하는 국내총생산(GDP)보다도 더 정확하다는 평을 받는다. 미국에선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참고했다는 남자 팬티 판매량, 쓰레기 배출량 등이 ‘그린스펀 지수’로 알려져 있다.

 한 금통위원은 “이런 속보치는 실제 금리 결정을 내리는데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된다. 이 외에도 대·중소기업, 수출·내수 등 경제 부문 간 불균형을 가늠할 수 있는 실물지표를 개발하라는 주문을 한은에 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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