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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회사 앞은 깔끔해요, 남의 건물 가서 피우거든요

강남구 테헤란로를 따라 나란히 붙어 있는 ① 동부금융센터, ② 테헤란로 대우아이빌, ③ 대치타워(SK하이닉스 입주). 대우아이빌 앞은 인근 직장인들이 담배를 피우기 위해 몰렸다. 반면 동부금융센터와 대치타워 앞은 흡연자가 거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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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오전 10시30분 대치동 테헤란로 대우아이빌 오피스텔 앞 인도. 직장인 10여 명이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고 있었다. 10 여 분 뒤 이들이 떠나자 같은 자리에 또 다른 직장인이 몰려와 담배를 입에 물었다. 오전 11시가 되자 동시 흡연자 수가 20여 명까지 늘었다. 이들은 대부분 인근 동부금융센터와 대치타워(SK하이닉스 입주) 건물에서 나왔다. 회사 사원증을 목에 걸고 있는 걸로 봐서 이 회사 직원임을 쉽게 알 수 있었다.

같은 시간, 동부금융센터 건물 앞 인도에는 담배를 입에 문 사람이 전혀 없었다. SK하이닉스 서울사무소 건물 앞은 흡연자 한두 명만이 눈에 띌 뿐이었다. 두 건물은 모두 흡연 장소가 별도로 있다. 대치타워는 건물 옆에, 동부금융센터는 건물 뒤편에 재떨이에 대형 파라솔까지 갖춰놨다.

대우아이빌 경비원 조모(71)씨는 “4년 전부터 근무했는데 유독 올 들어 양 옆 회사 직원들이 담배 피우러 많이 온다”며 “담배 연기 맡는 것도 괴로운데 이들이 바닥이며 나무 사이에 버리고 간 담배랑 쓰레기 치우느라 힘들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비 김모씨도 “꽁초랑 쓰레기를 주우면 쓰레기함이 수북해질 정도”라며 “여기서 담배 피우지 말라고 하고 싶어도 여기가 사유지가 아닌 인도라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실제로 흡연자가 떠난 자리마다 흔적이 남았다. 가로수 가지 사이마다 담배꽁초가 끼어 있었고, 다 마신 우유팩이나 음료캔 안에도 담배꽁초가 가득했다.

불편한 건 경비원뿐만이 아니다. 오피스텔 주민들도 고통을 호소한다. 30층짜리 이 건물 1,2층은 상업시설이 주로 있고, 그 위로는 주로 주거공간이다. 총 371세대가 산다. 이날 만난 김모(57)씨처럼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도 일부 있지만 주민 대부분은 “인근 직장인의 흡연 때문에 힘들다”고 말한다. 지난해 10월 이 오피스텔에 입주했다는 장모(31)씨는 “임신 2개월인데 오피스텔 입구를 지날 때마다 간접흡연 걱정에 입을 손으로 막고 다닌다”며 “왜 사원증 걸고 남의 건물에 와서 담배를 피우는지 그 이유를 도통 모르겠다”고 말했다. 장씨는 “지난 겨울 굉장히 추운 날씨였는데도 담배 피우는 사람은 여전했다”며 “입구 드나들 때뿐 아니라 주변 버스정류장에 앉아 있어도 담배 연기가 흘러와 괴롭다”고 했다.

학원 강사라 출근 시간이 일정치 않다는 또 다른 주민 김모(38)씨도 “매일 오전 9시부터 저녁 7시까지는 시간을 가리지 않고 흡연자가 많아 택시 잡을 때마다 이 담배 연기를 맡아야 한다”며 “미화원이나 경비원이 꽁초 줍는 모습을 보면 화가 치민다”고 말했다.

일부 주민은 강남구청에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구청 측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정 거리를 제외하고는 길거리 흡연이 불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구에서 운영하는 금연거리는 강남역~신논현역 구간, 한국전력 맞은편 코엑스 주변 인도, 은마아파트입구 사거리 일대 등 총 세 곳뿐이다. 이 구간에서 흡연하다 적발되면 벌금을 내야 한다. 다시 말해 이 지역이 아니면 거리에서 흡연해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다는 얘기다. 흡연자의 배려심과 상식에 맡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희자 강남구 건강생활팀장은 “거리 흡연은 벌금을 무는 등 단속을 할 수 없다”며 “다만 주민 고통을 감안해 지난달 22일 오피스텔 관리소장에게 금연 표지판과 스티커를 전달하고 26일에는 흡연단속요원을 투입해 계도 활동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달라진 건 아무 것도 없다.

자기가 근무하는 건물을 놔두고 왜 굳이 10~20m 더 떨어진 이 오피스텔까지 와서 담배를 피는 걸까.

동부금융센터 경비는 “건물 내부는 당연히 금연이고 입구 앞 인도 역시 본사 이미지를 생각해 사원들이 알아서 피우지 않는다”고 말했다. 동부그룹 홍보 관계자는 “회사 앞에서 피우면 안된다는 사내 금연 정책은 없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 홍보 관계자 역시 “건물 앞 금연정책은 없다”며 “다만 옆 오피스텔 1층에 편의점이 있어 직원들이 음료와 담배를 사면서 자연스레 그 앞에서 흡연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 흡연자는 “담배를 살 수 있는 편의점이 있어 여기서 많이 피운다”고 말했다.

각 회사마다 흡연장소가 따로 있지만 담배를 살 수 있는 편의점이 있는 오피스텔에서 흡연을 하고, 이런 상황을 회사가 따로 제지하지 않으니 애꿎게 인근 오피스텔 주민이 함부로 버려진 쓰레기와 담배 연기로 피해를 보는 상황인 셈이다. 이곳 외에도 역삼·대치동 등 업무 지구는 흡연 관련 민원이 많이 발생한다.

역삼역 8번 출구 앞이 대표적이다. 지난 5월 강남구청 측은 간접흡연 위험성을 알리는 문구를 쓴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달 말 찾아 보니 현수막은 제거됐고, 직장인 30여 명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이곳을 지나가던 김모(60)씨는 “법적으로는 어떤지 몰라도 간접흡연이 건강에 안좋다는 건 상식인데 하루종일 저렇게 담배 연기를 뿜어대는 게 옳은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조한대 기자 ch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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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