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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당 130mm 폭우 … '안전 주의' 문자 1통 뿐

25일 오후 부산 양덕여중 학생들이 소방대원들의 안내를 받으며 긴급 대피하고 있다. 이 학교는 1층 교실 10여 개도 물과 토사에 묻혔다. [사진 부산소방본부]

25일 부산시 구포동 아파트의 경로당이 산사태로 흘러내린 토사에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부산소방본부는 인명 피해는 없다고 밝혔다. [뉴시스]
기상청 예보는 빗나갔다. 소방방재청은 그런 예보와 자체 매뉴얼에 따라 시민들에게 호우 경보를 알리는 문자를 발송했다. 하지만 정작 25일 부산과 경남지역을 덮친 건 수십 년 만에 한 번 있을 정도의 게릴라성 집중 폭우였다. 이로 인해 도시 기능은 마비되고 5명이 사망하고 수명이 실종되는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예보와 제대로 된 경보시스템이 없는 현실이 빚어낸 결과였다.

 이날 부산시 금정구엔 오후 2시30분쯤부터 한 시간 동안에만 130㎜의 비가 쏟아졌다. “26일까지 영남지역에 30~80㎜ 비가 내리겠다”고 기상청이 예보했는데, 그보다 훨씬 많은 비가 단 한 시간 만에 퍼부은 것이다. “갑자기 하늘이 시커멓게 변하더니 융단폭격하듯 비가 내렸다”고 시민들이 말할 정도였다. 부산기상청에 따르면 시간당 130㎜는 부산기상청이 측정·통계를 내기 시작한 1973년 이래 두 번째 기록이다. 지금까지 최고는 2002년 8월 영도구에 내린 시간당 162㎜였다.

 이 같은 게릴라성 집중호우는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것이었다. 경남 고성에서 시작해 호우가 동쪽으로 이동해서다. 25일 오후 1시 경남 창원시에선 곳곳에서 도로에 주차돼 있던 차량들이 물에 잠겼다. 다음은 호우가 부산을 습격할 차례였다. 소방방재청은 시민들에게 ‘긴급재난문자’를 보냈다. ‘25일 오후 1시 부산광역시, 경남 진주시, 양산시 지역 호우경보, 상습침수지역 대피, 위험지역 통제 등 안전에 주의’라는 내용이었다. 회사원 황모(53)씨는 “그저 비가 많이 올 때 가끔 오는 문자여서 오후 2시쯤 차를 몰고 나섰는데, 갑자기 도로에 물이 차오르며 차가 잠기기 시작했다”며 “겁이 덜컥 나 차를 돌렸다”고 말했다. 자칫 차를 몰고 나섰다가 물에 잠길 수도 있을 정도의 상황임이 제대로 통보되지 않은 것이다.


 경찰 통제도 문제였다. 이날 오후 3시20분쯤 부산시 온천2동 우장춘지하차도에서 승용차가 물에 잠겨 운전자 박모(40·여)씨는 탈출했으나 박씨의 친정어머니 나모(57·여)씨와 딸 임모(15)양이 숨졌다. 지하차도는 물이 차올라 경찰이 오후 2시17분쯤 출입금지 안내판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당시 출입 통제 인력은 배치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 지하철도 멈춰 섰다. 오후 2시22분 도시철도 1호선 범어사역 선로가 환기구를 타고 들어온 빗물에 20~30㎝ 깊이로 잠기는 바람에 5개 역 구간 운행이 중단됐다. 비슷한 시각 대천천 등이 넘치면서 도시철도 2호선 화명역 선로가 30㎝가량 침수돼 6개 역에 지하철이 다니지 못했다. 4호선도 금사역 일부가 침수되면서 전 구간 운행이 중단됐다. 부산교통공사는 지하철에 물을 빼낸 뒤 이날 오후 5시50분쯤부터 1호선을 정상 운행했다.

 백양산 중턱에 있는 부산 구포1동 양덕여중은 오후 2시쯤 운동장과 1층 교실 10여 곳이 무너져 내린 흙과 물에 잠겼다. 학생들은 3층 이상으로 대피했다. 오후 3시가 지나 무릎 높이 정도로 운동장 물이 빠지자 귀가했다.

 인근 구포 3동의 한 아파트 뒤편 경로당은 백양산 일대의 산사태로 흘러내린 토사가 덮쳐 무너졌다. 경로당이 문을 열지 않는 날이어서 인명 피해는 없었다. 이날 “게릴라성 폭우가 내릴 테니 주의하라”는 강도 높은 경보가 시민들에게 전달되지 않은 데 대해 소방방재청은 “매뉴얼에는 그런 상황을 알리는 내용이 없다”고 해명했다. 동아대 이상화(토목공학) 교수는 “배수시설 용량을 초과해 일어나는 ‘도시홍수’에 대해서는 보다 강도 높은 경보를 발령하는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밤늦게까지 경남 창원 진북면은 269㎜, 창원 중앙동 240㎜, 부산 금정구 두구동 242㎜, 부산 북구 구포동 221.5㎜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비는 오후 3시 넘어 거의 그쳤 다.

부산·창원=황선윤·위성욱·차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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