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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일 12시30분46초 햄버거집 갔죠? … 무서운 구글

부인과 3년째 이혼 소송 중인 탤런트 A씨. 그는 지난해 9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벌금 700만원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판사가 당시 인정한 A씨의 범죄혐의는 ‘폭행과 협박, 위치정보수집’이었다. 검찰에 따르면 그는 부인의 동의 없이 차량에 위치추적장치(GPS)를 부착해 부인의 동선을 파악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변호사는 “A씨가 장기간 가족과 떨어져 있어야 하는 직업 특성상 부인과 딸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부인이 타는 승용차에 몰래 위치추적장치를 달았다”고 설명했다. A씨가 만약 스마트폰과 ‘구글’에 익숙했다면 어땠을까. 부인의 차량에 몰래 숨어들어 ‘GPS 신호 발신기’를 부착하는 ‘모험’ 대신 부인의 구글 계정을 파고들었을지 모를 일이다. 굳이 위치추적장치를 달지 않더라도 구글을 통해 부인의 일거수일투족을 알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이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시대가 됐다. 한 달 전 어느 날 하루, 아침부터 저녁까지 어디를 돌아다녔는지, 내가 어떤 음악이나 영화를 좋아하고, 어떤 제품에 관심이 많은지 모두 기억한다. 모바일(mobile) 시대가 각종 빅데이터(Big Data)와 만나면서 생겨난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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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표적 사례가 구글의 ‘로케이션 히스토리(location history)’다. 말 그대로 개인의 ‘위치 역사’를 보여주는 서비스다. 해당 사이트(maps.google.com/locationhistory)로 들어가 보자. 물론 애플사의 아이폰이 아닌 삼성 갤럭시S5 시리즈 등 비교적 최신 안드로이드폰을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의 얘기다. 기자가 사이트로 들어가니 화면의 왼쪽엔 달력이, 오른쪽 위엔 지도가, 아래엔 시간대별 거리표시가 나타난다. 무턱대고 달력 속의 하루를 찍어봤다. 6개월여 전인 지난 2월 1일 토요일, 난 어디서 뭘 했을까. ‘2월 1일’을 열자마자 잠실에서 시작한 붉은 선이 서울을 크게 한 바퀴 돈다. 지도를 확대해 보니 오전 7시47분 잠실의 집에서 시작한 하루 일정이 한남대교를 넘어 혜화동-서대문-신촌까지 갔다가 여의도를 지나 신림동-과천-분당까지 이어졌다. 붉은 선이 끝난 시간은 오후 11시55분. 이날 하루 16.183㎞를 돌아다녔다.

 ‘이날 뭘 했기에 이렇게 돌아다녔지?’ 잠시 생각해보니 ‘아’ 하는 탄식 소리와 함께 기억이 떠올랐다. 당시 3월이면 중학생이 되는 아들을 데리고 서울 시내 과학고와 대학을 둘러보고 과천과학관을 구경했다. 이날 밤은 집이 아닌 분당의 아버지댁에서 잤다. 순간 오싹했다. 나는 언뜻 기억나지도 않는 6개월 전 일을 구글은 분초까지 정확히 기록하고 있었다. 아마도 올해 초 스마트폰을 아이폰에서 안드로이드폰으로 바꾸면서 구글 계정에 로그인하고, 그 과정에서 나도 모르게 구글의 위치정보 수집에 동의한 결과였을 것이다. 스마트폰의 ‘설정’에서 ‘위치정보’로 들어가면 위치정보를 켜거나 끌 수 있게 돼 있다. 꺼져 있는 위치정보를 켤 경우 ‘구글의 위치서비스에서 위치정보를 수집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일부 데이터는 기기에 저장될 수 있습니다. 앱이 실행되고 있지 않을 때도 정보가 수집될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이에 동의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물어보게 돼 있다.



 구글은 위치정보 외에도 나를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구글 계정의 ‘계정활동 기록’으로 들어가자 그간 내가 봤던 유튜브 동영상과 구글을 통해 검색했던 기록이 날짜는 물론 시·분·초 단위로 기록돼 있다.


 구글은 요구하지도 않았는데 왜 이런 ‘과도한’ 서비스를 할까. 구글코리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요즘 대부분의 인터넷 관련 회사들은 사용자의 이용기록을 다 저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이용자의 동의 절차를 밟았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는 “구글은 이런 개인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서비스를 통해 투명하게 밝히고 있다”며 “이런 정보들은 결국 이용자가 더욱 편리하고 재미있게 구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애플의 아이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스마트폰 설정에서 ‘자주 가는 위치(frequent location)’ 기능을 사용할 경우 이용자의 집 주소와 평소 자주 가는 곳을 주소·일시 리스트와 함께 지도상에서 그대로 볼 수 있다.

 한국은 어떨까. ‘국산 포털’ 네이버 역시 내가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 스마트폰에서 위치정보를 활성화한 뒤 네이버를 실행하면, 현재 있는 곳의 실시간 날씨정보를 동 단위로 가르쳐준다.

 이 같은 고객의 위치정보 저장이 불법은 아닐까.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개인 위치정보의 수집과 이용은 정보 주체(사용자)의 ‘동의’를 받아야만 가능하다(18, 19조). 또 개인 위치정보의 수집·이용 또는 제공 목적을 달성한 때에는 개인 위치정보를 즉시 파기하도록 하고 있다(23조).

 하지만 현실에서는 법률 해석에 시각차가 있다. 올 6월 국내에서는 애플의 위치추적 서비스 소송이 기각됐다. 애플이 아이폰 위치추적 정보를 수집해 사생활을 침해당했다고 판단한 국내 아이폰 사용자 2만여 명이 제기한 집단소송에서 법원이 원고 측 청구를 기각한 것이다. 재판부는 당시 애플이 수집한 정보는 개인을 식별하지 않은 형태로, 제3자가 원고들이 사용하는 기기나 위치를 알 수 없고 이런 위치정보가 외부로 유출된 사례를 찾아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원고들이 애플로부터 위자료를 배상받을 만한 정신적 손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애플에 손해배상 의무가 없다고 판시했다. 이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대부분의 업체가 이용자의 동의 절차를 밟고 개인정보를 수집·이용하고 있지만 정보가 유출·악용될 수 있다는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며 “특히 위치정보법에서 ‘목적이 달성됐을 때에는 개인위치정보를 즉시 파기한다’는 문구는 법률 해석에 이견이 많아 분쟁의 소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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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