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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전엔 백댄서, 이제는 댄싱 킹

김설진의 스타일은 현대무용으로 묶기엔 부족하다. 마그리트·뭉크·달리의 그림을 즐겨본다는 그는 ‘초현실주의’를 지향한다고 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마이클 잭슨을 동경한 소년은 10살 때부터 제주 신산공원에서 형들을 따라 밤새 브레이크 댄스를 연습했다. 고2 때인 1998년 무작정 서울로 올라와 백댄서 오디션을 봤고 3년간 김원준·코요태·조성모의 등 뒤에서 활동했다. 그런 그가 진짜 춤꾼들이 참여한 Mnet의 댄스경연 프로그램인 ‘댄싱9’에서 가장 앞에 우뚝 섰다. 지난 15일 마지막 무대가 방송된 ‘댄싱9’ 시즌2의 MVP 김설진(33) 얘기다.

 22일 서울 이촌동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독창적이면서도 풍부한 표현력을 보인 무대에서와는 달리 수줍은 표정으로 담백하게 이야기하는 사람이었다.

 “댄스가요가 잘 나갔던 시절이었어요. 그런데 매일 10팀 가까이 데뷔해도 다음날 10팀 넘게 사라졌어요. 아는 형님들도 고깃집, 바, 클럽 쪽으로 발을 돌리더라구요.”

 그러다 찾은 곳이 학교였다. 수능점수를 보지 않는다는 이유로 서울예대를 선택했다. 실기는 현대무용 서적에 나오는 동작들을 얼기설기 연결해서 봤다. 운좋게 합격해 2년을 다닌 뒤 졸업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에 진학했다.

 한예종을 졸업한 다음에도 새로운 춤을 경험해보고 싶다는 갈증은 더해 갔다. 2008년 유럽을 향했다. 그리고 어느 스튜디오에 붙은 공고를 보고선 벨기에 무용극단 ‘피핑 톰’의 오디션을 봤다. 예전 방한 공연을 보고 매료됐던 극단이었다.

 “오디션은 ‘손과 물건이 자석으로 돼 있으면 어떨지 표현하라’는 식이었어요. 이력서는 종이쪼가리로 생각해요. 해외 오디션은 ‘학교’에서 배운 대로 남들과 똑같은 걸 보여주는 사람들은 탈락시켜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8일 내내 오디션을 본 뒤 합격했죠.”

 ‘피핑 톰’은 극단 전체가 30명 남짓한 규모이지만 무용수는 5명에 불과하다. 2살 아이나 노인들이 무용수로 활약한 적도 있다. 그는 지난해 말까지 세계를 돌며 300여 회 공연을 마쳤다. “우리나라에서 공연할 때 제일 많이 듣는 소리가 뭔지 아세요? (손가락을 입에 대고) ‘쉿’이예요. 고급 예술이라고 단정짓는 것 같아요. 외국에선 킥킥대는 소리도 들리곤 하는데. 공연 뒤 댄서와 관객이 어울려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 나누는 풍경도 한국에만 없어요.”

 그러다 다른 장르의 춤을 더 알고 싶다는 생각에 ‘댄싱9’의 문을 두드렸다. 그는 첫 무대부터 독특한 스타일로 심사위원뿐 아니라 화면 밖 시청자까지 사로잡았다. 기이한 각도로 꺾이는 신체, 흐느적대다 갑작스레 튀어오르는 움직임…. 그의 춤 인생처럼 브레이크 댄스에 현대무용의 동작이 섞여 있는 몸짓이었다. 사실 그는 ‘김설진’만의 춤을 세계에 알린 ‘피핑 톰’에서의 공연으로 프랑스 언론 등에서 극찬받은 바 있다.

 지금은 지인들과 공연 프로젝트를 꾸리기 위한 ‘모종의 작업’에 들어갔다고 한다. “공연을 하고 나면 공연비만 줄 뿐 월급을 주는 곳이 별로 없거든요. 튼튼한 프로젝트 그룹을 만들고 싶어요.”

 한국의 ‘피핑 톰’을 만들고 싶은 거냐고 묻자 그가 말했다. “자존심 상하지 않나요, 그러면? 우리만의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극단을 만들고 싶어요.”

글=이정봉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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