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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속으로] 오늘의 논점 - 이석기 내란음모 재판결과

중앙일보와 한겨레 사설을 비교·분석하는 두 언론사의 공동지면입니다. 신문은 세상을 보는 창(窓)입니다. 특히 사설은 그 신문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가장 잘 드러냅니다. 서로 다른 시각을 지닌 두 신문사의 사설을 비교해 읽으면 세상을 통찰하는 보다 폭넓은 시각을 키울 수 있을 겁니다.

중앙일보 <8월 12일자 30면>
이석기 내란음모 무죄가 면죄부는 아니다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중앙일보>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2심에서 감형됐다. 서울고법 형사 9부(부장 이민걸)는 11일 이 의원의 내란선동 및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1심대로 유죄로 인정했다. 내란음모 혐의는 무죄로 판단해 이 의원에게 원심(징역 12년, 자격정지 10년)보다 낮은 징역 9년에 자격정지 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내란선동을 한 것은 분명하지만 내란 시기, 대상, 수단, 역할 분담 등 실행계획을 합의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내란음모의 주체로 지목된 지하혁명조직 RO에 대해서도 “그 존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나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결국 항소심 판결은 ‘범죄 사실의 인정은 합리적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는 형사소송법(307조)을 따른 것으로 보인다. 사실 검찰은 내부 제보자로부터 넘겨받은 이 의원의 발언 등이 담긴 녹음파일 외엔 2심 재판 때까지 결정적인 추가 증거를 찾아내지 못했다.

 판결 결과에 대해 변호인 측은 “내란음모가 무죄이면 내란선동도 당연히 무죄”라며 “대법원에서 내란선동까지 무죄로 파기 환송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항소심 판결문을 꼼꼼히 보면 재판부가 피고인들의 행위에 대해 모두 면죄부를 준 게 아니다.

 재판부는 “이 의원은 내란을 선동해 대한민국의 민주질서를 실질적으로 해쳤고 이 사건 회합 참석자들이 가까운 장래에 내란범죄를 결의해 실행할 개연성이 있다”고 인정했다. 입증 부족으로 내란음모 혐의가 무죄라는 것이지 결코 피고인의 행위에 잘못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는 취지다.

 이번 판결로 대법원의 최종 판단과 헌법재판소의 통진당 위헌정당해산 심판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대법원과 헌재의 판단이 헌법과 법률을 충실히 따를 것으로 믿는다. 이 과정에서 결과를 견강부회식으로 해석해 정쟁(政爭)의 대상으로 이용하는 일이 벌어져선 안 될 것이다.

한겨레<8월 12일자 31면>
‘내란음모 무죄’, 당연한 판결이다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한겨레>
법원이 11일 이석기 의원 등의 내란음모 사건 항소심에서 내란음모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지하혁명조직이라는 ‘아르오’(RO)의 실체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법원은 그러나 이 의원 등이 지난해 5월12일 합정동 모임에서 한 강연 등은 내란선동이라며 유죄를 선고했고, 참석자들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도 그대로 인정했다.

 내란음모 무죄 판결은 당연하다. 내란음모죄가 성립하려면 실제로 내란을 실행하려는 ‘합의’가 있어야 하고, 그 합의에 ‘실질적 위험성’이 있어야 한다는 게 대법원의 기존 판례다. 법원이 인정한 대로, 내란이 모의됐다는 지난해 5월12일 모임에선 온갖 이야기가 어수선하게 오갔을 뿐 어떻게 내란행위를 벌일 것인지 역할 분담이나 구체적 준비방안에 대한 합의가 없었다. 이 의원 등에게 이를 실행에 옮길 힘과 가능성이 있었던 것 같지도, 곧바로 실행에 옮길 만한 급박한 상황인 것 같지도 않다. 실행 가능성 자체가 없는 내란음모 혐의에 대해 법원이 증거부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것은 그런 점에서 법원칙을 지킨 합당한 판단이다.

 그러나 법원이 이 의원 등에게 굳이 내란선동죄를 적용한 데 대해선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법원은 이 의원이 강연에서 전쟁에 대비한 물질적 준비를 언급한 것이 선동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 의원의 강연 자체에서 폭력적 파괴행위를 명시적으로 언급한 대목은 찾아보기 어렵다. 내란음모 혐의가 무죄인 터에 내란선동 혐의는 인정하는 것도 어색하다. 무엇보다 이런 판결로 정치적 소수파의 정부 비판이나 과격한 선동이 처벌 대상으로 굳어진다면 자칫 표현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 법원은 “정부 정책에 대한 건전한 비판이나 대안 제시를 넘은 체제전복 선동 등은 용납할 수 없다”고 판시했지만, 용인할지 말지를 가르는 기준부터 자의적일 수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정치집단을 선동죄로 처벌하기 위해선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험’이 있어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는데, 이 의원의 강연에 그 정도로 급박한 위험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이번 판결은 헌법재판소가 심리중인 통합진보당의 정당해산심판 사건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다. 법원이 유죄로 인정한 내란선동 혐의는 명백하게 이 의원 등의 개인 문제이지, 정당 조직 전체의 문제일 순 없다. 이를 두고 통합진보당이 민주적 기본질서를 해친다고 법률적으로 인정하긴 어려워 보인다. 대법원과 헌재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논리 vs 논리] 중앙 “내란음모 무죄는 증거부족 탓” 한겨레 “실질적 위협 못 돼”

지난 11일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오른쪽) 등에 대한 내란음모 사건 항소심 선고공판이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렸다. 이날 내란음모 혐의에 대해선 무죄, 내란선동에 대해선 유죄가 선고됐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11일, 서울 고등법원에서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한 항소심이 있었다. 이석기 의원은 1심에서는 내란음모와 내란선동 혐의에서 모두 유죄 판단을 받았다. 항소심에서 법원은 내란음모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을 뒤집었다. 그러나 내란선동 및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유죄’ 판결을 내렸다. 이로써 이석기 의원의 형량은 징역 9년, 자격정지 7년으로 1심 때의 징역 12년, 자격정지 10년보다 줄어들었다.

 여기에 대한 한겨레와 중앙의 입장은 사설의 첫 문장에서부터 확연히 갈린다. 한겨레는 법원이 항소심에서 이석기 내란음모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는 사실을 앞세운다. 중앙은 2심에서 ‘감형’되었다는 표현으로 사설을 시작한다. ‘무죄’와 ‘감형’이라는 어휘 선택 속에는 두 신문의 생각이 오롯이 녹아 있다.

 근거가 다르면 판단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두 신문은 판결문의 서로 다른 구절을 주목한다. 중앙은 “피고인들이 내란선동을 한 것은 분명하지만 이에 대한 실행계획을 합의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재판부의 판단을 눈여겨본다. 아울러, 지하혁명조직인 RO에 대해서도 법원이 “존재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으나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그 실체가) 증명됐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한 점도 놓치지 않는다. 한마디로 “입증 부족으로 내란음모 혐의가 무죄라는 것이지 결코 피고인의 행위에 잘못이 없기 때문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반면, 한겨레는 내란음모의 ‘실질적 위험성’에 초점을 두고 사건을 해석한다. “내란음모죄가 성립하려면 실제로 내란을 실행하려는 ‘합의’가 있어야 하고, 그 합의에 ‘실질적 위험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기존 판단이었다. 이런 잣대로 볼 때 한겨레는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에 대한 무죄 판결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문제가 된 5월12일 모임의 논의에서는 ‘합의’라고 할 만한 내용이 없었을 뿐더러 이 의원 측이 내란을 실제로 옮길만한 힘과 가능성이 있었던 것 같지도, 실행에 옮길만한 급박한 상황인 것 같지도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겨레는 “실행 가능성 자체가 없는 내란음모 혐의에 대해 법원이 무죄선고를 한 것은 법원칙을 지킨 합당한 판단”이라며 논의를 갈무리 짓는다.

 정리하자면 한겨레는 내란음모 혐의가 실질적인 위험성이 없기에 무죄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반면, 중앙은 증거가 부족할 뿐 피고인의 행위에 잘못이 있다는 입장이다.

 유죄 판결이 내려진 내란선동죄에 대해서는 두 사설이 갑론을박하는 모양새를 보인다. 중앙은 “이 의원은 내란을 선동해 대한민국의 민주질서를 실질적으로 해쳤다”는 재판부의 판단을 소개한다. 이에 비해 한겨레는 “정치적 소수파의 정부 비판이나 과격한 선동이 처벌 대상으로 굳어진다면 자칫 표현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한다. 문제를 전혀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는 양상이다.

 철학자 J.S. 밀은 ‘타인 위해의 원칙(The harm to others principle)’을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는다. 이는 남에게 해를 끼치는 않는 이상 무엇을 하건 개인의 자유로 존중해야 한다는 원칙을 말한다. 타인 위해의 원칙이 무너진 순간, 민주주의 사회는 독재의 나락으로 떨어져 버린다. 이번 유죄판결이 표현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한겨레의 판단에는 자유주의의 기본 생각이 깔려있다.

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
 중앙도 표현의 자유를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중앙은 ‘사회에 대한 위협’이라는 관점에서 판결을 받아들인다. 중앙은 법원이 “이 의원이 내란을 선동해 대한민국의 민주질서를 실질적으로 해쳤고 이 사건을 회합 참석자들이 가까운 장래에 내란범죄를 결의해 실행할 개연성이 있다”고 한 점을 소개한다. 재판부 판결문에도 현직 국회의원이 내란 선동죄를 저지른 것은 “대한민국의 존립 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매우 중대하고 급박한 해악을 끼치는 것”이라는 표현이 들어있다. 여기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표현을 눈여겨 보아야 한다. 자유민주주의는 남북대치상황이 이어지는 우리 현실에서 ‘국가안보’와도 맥이 닿아 있다. 이석기 의원의 재판을 둘러싼 두 사설의 논쟁은 표현의 자유와 자유민주주의 사이에서 외줄타기 하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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