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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가라오케와 기자회견

최형규
베이징 총국장
얼마 전 중국 간쑤성 실크로드 경제권 취재를 갔다 받은 충격이 아직도 새롭다. 중국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의 무슨 경제 발전이나 문화 유적지 말하자는 게 아니다. 싱겁게도 기자의 일상사인 기자회견 충격이다. 고대 실크로드 거점이자 말(馬)과 옥수수의 도시이기도 한 장예(張掖)를 방문했을 때다. 성 선전부장(차관급)이 내외신 기자회견을 한다는 연락이 왔다. 시간은 오후 8시20분. 회견이 예정된 호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렸더니 정면에 보이는 네 글자, ‘부젠부싼(不見不散).’ 서로 만날 때까지 기다린다는 뜻이다. 그 앞엔 짙은 화장에 짧은 치마를 입은 아가씨들의 미소가 손님을 유혹했다. 언뜻 봐도 가라오케였다. 잘못 찾아온 줄 알았더니 가라오케 바로 옆에 회견장이 보였다. 10분도 안 돼 호텔 복도는 가라오케 손님과 기자들이 뒤섞였다. 어색한 충격이었다. 그리고 “만약 한국이라면…” 하고 상상해봤다. 아마 행사를 준비한 공무원이 정신병자 취급을 받지 않았을까. 회견장엔 100여 명의 기자가 있었다. “선전부장이 세긴 세구나” 했다. 부장이 간단하게 인사말을 하고 즉석 질의응답이 시작됐다. 20분쯤 지났을까. 갑자기 “저는 홍콩 침례대학의 학생 ○○○입니다”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기자회견장에 웬 대학생. 학생의 질문은 이랬다. “미국도 실크로드 경제권 건설을 외치고 있다. 중국은 어떤 전략으로 미국과 차별화하고 맞설 것인가.” 참고로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은 중앙아시아에 투자를 늘려 실크로드 경제권을 복원하고 미국 영향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국가전략을 2011년 제시했다. 학생의 질문을 받은 선전부장은 “신경 안 쓴다. 미국은 그들 전략이 있고 우린 우리 전략이 있다”고 한 뒤 중국 실크로드 전략을 10분 넘게 소개했다. 계속 대학생 3~4명의 질문이 이어졌지만 부장은 성실하게 답했다. 엄선된 기자들만의 각본 질문과 답변으로 기억된 중국의 과거 회견과 달랐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두 시간 가까이 계속된 회견에서 선전부장의 답변은 데이터와 함께 구체적이고 논리적이었다. 실크로드의 역사와 국가전략, 황화문명의 기원, 심지어 창조 문화산업의 학문적 이론과 현황까지. 물론 자료도, 주변 도움도 받지 않았다. 부패로 기억되는 중국 공직자에 대한 잔상이 걷히는 충격을 맛봤다. 동시에 ‘그에 견줄 한국 공무원은 몇 명’ 하고 자문해봤다. 회견 후 장예시 선전부 관계자에게 물었다.

 - 하필 가라오케 옆에서….

 “안 되는 이유라도 있나요. 부장도 아무 말씀 안 하시던데.”

 - 학생들은 왜.

 “아, 홍콩에서 언론을 전공하는 중국 유학생 50여 명 견학 프로그램입니다. 학생들의 견문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되니까요.”

 - 부장 능력이 대단한 것 같습니다.

 “누구든 업무파악 제대로 못하면 바로 잘리는데. 시진핑 주석 취임하고 특히.”

최형규 베이징 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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