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김종문의 스포츠 이야기] 심판 권위주의 vs 민주주의

김종문
프로야구 NC 다이노스 운영팀장
심판 A는 마운드에 오른 대통령에게 머리를 숙이지 않았다. 야구계 안팎에서 논란이 됐다. 그때 A는 한마디했다. “이건 내가 주재하는 경기야. (그의 표현 그대로를 옮기면 it’s my game).” 그라운드에 들어선 순간 대통령일지라도 심판의 지시를 따라야 한다는 게 A의 생각이었다.

 스포츠 심판들은 A처럼 자존심이 무척 세다. 그렇지만 일부 심판은 매끄럽지 못한 진행이나 권위적인 판정 때문에 눈총을 받는다. 일각에선 ‘보이지 않는 손’이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오심 의혹도 있다.

 최근 야구계에 오심을 바로잡는 방법이 도입돼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7월 22일부터 적용한 ‘심판 합의판정 제도’다. 간단히 설명하면 규칙상 번복이 불가능하던 아웃-세이프 판정에 대해 결과를 뒤집을 길을 터놓았다. 세 명의 심판과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 파견한 경기운영위원이 모여 비디오를 보면서 다시 판정한다. 한 달 새 합의판정을 요청받은 케이스 가운데 절반 조금 넘는 비율로 최종 판정이 뒤집어졌다. 경기장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자체 카메라를 설치해 비디오 판독을 하는 미국의 경우와 비슷한 수준이다.

 물론 결과가 바뀌는 데 따른 혼란도 있다. 하지만 새로운 볼거리라는 묘미에다 오심이 사라지면서 선수·감독·팬, 심지어 심판의 만족도까지 쑥 올라갔다. 심판 B는 “손을 들고 나면 ‘아차’ 하는 순간이 있다. 실수했다고 느껴도 과거엔 규정상 번복하지 못했는데 이제는 만회할 기회가 있어 부담을 덜고 자신감도 더 생겼다”고 말한다. 제도 시행 이후 과거 논란이 된 명백한 오심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가 됐다.

 열성 야구팬인 이주헌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교수는 “야구규칙에 합의라는 말이 들어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 소통과 토론에 익숙하지 않고, 권위를 지키기에 급급했던 우리 문화에서 실수를 인정하고 어필을 수용한 뒤 다른 전문가들의 판단까지 제도적으로 받아들였다”며 “정확한 판정으로 다수의 승복을 이끌어내는 데 의미가 크다”는 것이다. 방송 리플레이(replay) 화면 같은 보완장치를 활용해 선수와 팬이 결과를 예측할 수 있어 합의 과정을 사실상 견제할 수 있다는 점도 판정의 공정성을 확보하게 해줬다.

 우리 사회나 조직도 심판들처럼 외로운 결단이나 고독한 판단보다는, 함께 의논하고 다수의 지혜를 빌려 보다 공정한 결정을 내리면 어떨까. 공정할수록 정의에도 한 걸음 더 다가가는 것은 아닐까.

김종문 프로야구 NC 다이노스 운영팀장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