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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명복 칼럼] 타슈켄트 팰리스의 추억

배명복
논설위원·순회특파원
한국국제협력단(KOICA) 개발협력 단기봉사단의 일원으로 지난주 우즈베키스탄에 다녀왔다. 수도 타슈켄트에 머무르는 동안 일행의 숙소는 롯데 시티 호텔 타슈켄트 팰리스였다. 6년 전에도 묵었던 호텔이다. 건물은 그대로인데 느낌은 완전히 달랐다. 잠자리는 편안했고, 아침식사도 훌륭했다. 종업원들의 서비스도 흠잡을 데 없었다. 호텔의 격이 확 달라진 느낌이다.

 타슈켄트에 엄밀한 의미의 특급호텔은 없다. 그 아래 등급인 4성급 호텔이 7개 있다. 대부분 국영이다. 건물은 번듯하지만 글로벌 기준으로 보면 하나같이 미드 레벨 이하의 호텔들이다.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이슬람 카리모프 대통령의 지시로 우즈베크 정부는 2012년 한국의 롯데호텔에 타슈켄트 팰리스 호텔 인수를 제안한다. 카리모프 대통령은 지금까지 일곱 번 방한했고, 그때마다 롯데호텔에 묵었다.

 롯데가 보낸 실사팀은 인수 후 직영은 채산이 안 맞지만 몇 가지 조건이 충족된다면 위탁경영은 해볼 만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우즈베크 정부가 조건을 수용함에 따라 롯데가 총지배인으로 파견한 사람이 올해로 호텔리어 경력 27년째인 이종락 부장이다. 그는 후배 직원 한 명과 함께 지난해 4월 타슈켄트에 부임했다.

 이 부장은 3개월간의 호텔 개·보수 공사를 진두지휘했다. 객실 소음의 원인이 되는 공조(空調)시설을 전면 교체하고 230개 넘는 모든 객실의 침장류(寢裝類)를 최고급으로 바꿨다. 조식 메뉴도 국제 수준에 맞게 새로 짰다. 호텔의 컨셉트를 국제 기준으로 중간급 이상의 비즈니스 호텔로 잡고, 무선 인터넷 성능도 대폭 향상시켰다. 본사와 모스크바 롯데호텔 직원들을 불러다 220명의 종업원에 대한 서비스 재교육도 시켰다. 제복도 최고급으로 바꿔 자존감과 자긍심을 심어줬다. 이런 과정을 거쳐 지난해 10월 재개장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불과 한 달 만에 롯데 시티 호텔 타슈켄트 팰리스는 세계적 호텔 평가 사이트인 트립어드바이저가 선정한 타슈켄트 최고의 호텔로 등극했다.

 같은 호텔이라도 누가 경영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천양지차(天壤之差)다. 총지배인의 역량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아무리 잘 지은 호텔이라도 경영이 부실하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 외양은 으리으리한데 막상 투숙해 보면 허점투성이인 호텔도 많다. 호텔의 품격을 결정하는 것은 건물이나 시설만이 아니다. 관리와 운영이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

 단기간의 압축성장을 통해 한국은 국가로서의 틀은 웬만큼 다 갖췄다. 시스템이나 제도, 인프라도 수준급이다. 늦게 시작한 만큼 최첨단 시설과 제도도 많이 도입했다. 경영 능력만 받쳐준다면 완전한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밖에서 본 한국은 겉만 번드레할 뿐 경영은 엉망인 싸구려 호텔 같다. 시스템과 제도가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고 삐걱거린다. 소음이 심하고, 고장이 잦다. 호텔 대한민국에선 편안하게 잠을 잘 수가 없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4개월이 넘었지만 대한민국은 세월호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국가의 관리와 운영을 제대로 했다면 그런 참사가 일어나지도 않았겠지만 일어났더라도 국정의 난맥과 공백이 이처럼 길게 이어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국가 경영의 중추인 청와대에서 정부, 국회, 정당까지 뭐 하나 제대로 돌아가는 게 없다. 청와대와 여당은 세월호특별법과 관련한 유족들의 무리한 요구와 이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야권 탓이라고 주장하고 싶겠지만 그동안 청와대와 여당이 보여온 행태를 보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최종 책임은 나에게 있다”며 유족들에게 여한이 없도록 진상조사에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 하겠다고 눈물을 흘리며 약속한 사람은 대통령 자신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언제 그랬느냐는 식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지 1년반이 됐지만 그동안 뭐 하나 제대로 이룬 게 없다. 관리 능력이 없으면 공감 능력이라도 있어야 할 텐데 그마저도 안 보인다. 아무리 원칙이 중요하다고 해도 40일 넘게 단식한 사람 손 한 번 못 잡아준단 말인가. 영화 보고, 시장 상인들 만날 시간은 있어도 세월호 유족들 얼굴 잠깐 볼 시간은 없단 말인가. 나와 청와대부터 철저히 조사받을 테니 여야가 합의한 특별법안을 받아들이자고 했다면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마음에서 우러나는 진정성을 갖고 손님을 대하는 것이 호텔 경영의 핵심”이라고 이 부장은 말했다. 호텔 경영과 국가 경영이 같을 수야 없지만 진정성이 고객과 국민에 대한 서비스의 본질이란 점에선 다를 게 없다. 호텔리어도 파악하고 있는 경영의 요체를 이 나라의 지도자는 모르고 있는 것 같다.

배명복 논설위원·순회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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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