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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5만원짜리 요것 VOD가 5만 편

CJ헬로비전의 ‘티빙스틱’을 TV와 연결하면 스마트폰으로 다양한 채널·VOD를 선택해 볼 수 있다. 구글의 ‘크롬캐스트’, 에브리온TV의 ‘에브리온TV캐스트’, 가온미디어의 ‘스마트 HDMI동글’, SK텔레콤 ‘스마트 미러링’ 등의 OTT도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5만~6만원 정도의 기기 값으로 다양한 콘텐트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이용자가 늘고 있다. [사진 CJ헬로비전]

지난 5월 결혼한 문모(37)씨 부부는 혼수로 대형 벽걸이 TV를 장만했지만, 남들 다 한다는 유료방송이나 인터넷TV(IPTV)는 신청하지 않고 있다. 대신 TV로 보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으면 구글 크롬캐스트를 이용한다. 집 안에 설치된 무선 공유기를 이용, 스마트폰·태블릿 등에서 보는 콘텐트를 TV에서도 볼 수 있게 해주는 오버더톱’(OTT, Over The Top) 기기다. 문씨는 “집에 있는 시간이 많지 않은 맞벌이 신혼부부가 매달 유료방송 요금을 내는 건 돈 낭비”라며 “5만~6만원 정도 하는 OTT 기기로 인터넷 주문형비디오(VOD)를 보는 게 훨씬 실속 있다”고 말했다.

 OTT 기기가 일반 가정의 거실을 점령할 기세다. 초고속 무선통신 환경이 구축되고, 스마트 기기로 즐기는 콘텐트가 다양해지면서 정보기술(IT) 업체는 물론 이동통신사·콘텐트 사업자 등이 잇달아 OTT 기기를 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CJ헬로비전은 최근 스마트폰 기반 유료 방송 서비스인 ‘티빙’을 TV에서도 이용할 수 있는 ‘티빙스틱’을 출시했다. 방송 프로그램·영화 같은 VOD 5만 편과 케이블·종합편성·보도전문채널 150여 개 등 티빙이 서비스하는 콘텐트를 큰 화면으로 즐길 수 있다. ‘티빙스틱 리모컨’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 받고, 손가락만한 USB 모양의 기기를 TV HDMI 단자에 꽂으면 된다. 스마트폰 콘텐트를 와이파이를 통해 TV로 전달하는 ‘캐스팅’ 방식을 이용, TV로는 영상을 보면서 스마트폰으로는 메시지 전송 등 다른 작업도 가능하다.

 이 회사 이종한 기술실장은 “무선 공유기가 설치된 가정은 물론, 와이파이가 잘 구축된 콘도·펜션·기숙사 등에서도 TV·프로젝터와 연결해 시청할 수 있다”며 “지상파 방송은 직접 수신해 보면 되기 때문에 사실상 거의 모든 채널을 볼 수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OTT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알린 건 구글이 지난해 7월 글로벌 시장에 내놓은 크롬캐스트다. 구글은 공식 통계를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시장조사기관 팍스어소시에이츠는 지난해에만 전 세계적으로 380만대가 팔린 것으로 추산했다. 한국에선 올해 5월부터 크롬캐스트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구글코리아는 티빙·호핀 등의 콘텐트를 제공하고 있다. 단, 콘텐트 이용료는 별도로 내야 한다.

 방식은 조금 다르지만 SK텔레콤이 선보인 ‘스마트 미러링’도 있다. 이 제품은 와이파이를 통해 스마트폰의 영상을 다른 디스플레이에 거울처럼 옮기는 ‘미러링’ 기술을 활용해 스마트폰에 저장된 영상이나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를 TV에서 시청할 수 있다. 다만 콘텐트를 전송 할 때는 스마트폰에서 다른 작업을 할 수 없다.

 이밖에 에브리온TV는 2월 에브리온TV 250여개 채널을 TV에서 볼 수 있게 해주는 ‘에브리온TV캐스트’를 선보였다. 가온미디어의 ‘스마트 HDMI동글’, 디지털존의 ‘위보 에어링크’, 모두시스의 ‘트윙글 에어플러스’ 등도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OTT 기기는 방송 편성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보고 싶은 콘텐트를 TV로 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스마트TV나 유료방송과 비슷하지만, 훨씬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1인 가구와 젊은 세대, 세컨드 TV를 둔 가정을 중심으로 사용자가 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초기 단계이다보니 확실한 콘텐트 유통망이나 플랫폼은 갖춰지지 않은 상황이다. OTT 기기를 통해 모바일과 TV를 연결하는 플랫폼·유통망을 선점하면 각종 수수료와 광고 등으로 수익이 기대된다. 더욱 다양한 모바일 콘텐트의 이용을 촉진할 수도 있다. 예컨대 홈쇼핑 방송 등은 화면이 작은 스마트폰보다 큰 TV 화면으로 보는 게 소비자가 상품을 더 자세히 살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이 OTT 기기 시장에 뛰어든 이유다.

 뉴스·스포츠를 제외하고는 실시간 시청의 강점이 사라지는 방송 환경의 변화도 OTT 기기 확산에 한몫하고 있다. 국내 VOD 시장 규모는 2014년 2300억원(추정)으로 2008년(482억원)의 약 5배로 성장했다. 가온미디어 고재영 이사는 “정규 방송이 아닌 온라인 스트리밍이나 VOD 위주로 시청 행태가 변화하면서 모바일과 TV 간의 장벽이 사라졌다”며 “OTT 기기가 유료방송용 셋톱박스를 대체하면서 영향력을 더욱 확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 유료방송 월 이용료가 100달러를 넘기는 미국에서는 이참에 유료방송을 끊고 OTT로 갈아타는 이른바 ‘코드 커팅(cord cutting)’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011~2013년 미국에서 유료 방송 가입자는 760만 명 감소했다. KT경제경영연구소 천병준 연구원은 “미국에선 단순한 볼거리를 제공하던 OTT 콘텐트 제공업체가 직접 양질의 콘텐트를 제작하며 몸집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OTT 기기의 활용이 대중화되더라도 코드커팅이 나타날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국내 유료방송 이용료가 미국보다는 현저히 싼데다, 지상파 콘텐트 선호도가 높은 40대 이상 중·장년층을 당장 끌어들이는 데 한계가 있는 탓이다. 저작권 문제도 있다. 지상파 측에서는 티빙·호핀 같은 서비스는 모바일에서 사용하는 것에 한해 저작권 계약을 맺었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이를 OTT 기기로 TV 화면에 내보내는 것은 계약 위반으로 보고 있다.

손해용 기자

◆OTT 기기=‘오버더톱’(Over The Top) 기기의 약자. OTT란 기존 방송 사업자 외에 제 3 사업자들이 인터넷을 통해 드라마·영화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뜻한다. OTT 기기는 소비자들이 이런 콘텐트 서비스를 즐길 수 있게 해주는 장치를 아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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