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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여·야 네 탓 공방 … ‘유민 아빠’ 불상사 땐 핵폭풍

22일 오후 충남 천안시 우정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2014 새누리당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김무성 대표가 모두 발언을 하기 위해 단상에 오르고 있다. [뉴시스]
마치 폭탄 돌리기를 연상시킨다. 서로들 “당신이 해결하라”며 떠넘기기 급급하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일찌감치 조정 능력을 상실했고, 새누리당은 여론과 권력 사이에 낀 채 주저하고 있다. 청와대는 뒷짐 진 상태다.

[세월호 정국] 출구 못 찾고 헤매는 정치권

실타래를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지, 해법의 열쇠를 쥐고 있는 당사자들 역시 답답해 한다. 운신의 폭은 넓지 않다. 상황을 질질 끌다 결국엔 유가족과 청와대만 남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적지 않다. 마주 보고 달리는 폭주기관차처럼 양쪽 다 치명상을 입을 수 있는 ‘치킨게임(chicken game)’으로 변질되는 양상이다. 과연 브레이크는 없는 걸까.

새누리 연찬회서 대응 방식 논쟁
23일 오전 충남 천안시 우정공무원교육원에서 새누리당 의원 연찬회가 이틀째 진행됐다. 의원 20여 명이 단상에 올라갔고, 방탄국회·공천방식·경제활성화 등 다양한 현안이 논의됐지만 핵심은 ‘세월호’였다.

강경론이 여전히 강했다. 안덕수(인천 서-강화을) 의원은 “(세월호 해결 방법은)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 야당이 과잉을 해 (유가족이) 너무 큰 기대를 갖게 됐다”고 진단했다. 이노근(서울 노원갑) 의원은 “수사권·기소권을 달라니 기가 막힌다. 양보라는 아름다운 용어로 포장하지 마라. 응급상황을 넘기기 위해 대한민국 정통성과 헌법적 가치를 무너뜨려선 안 된다”고 했다. 김상훈(대구 서구) 의원은 더 나아가 “광우병 파동에 나섰던 세력이 세월호 유족과 함께 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다. 심히 우려스럽다. 여야 협상이 결렬될 때마다 대통령이 나설 수 없지 않은가”고 반문했다. 홍문표(충남 홍성-예산) 의원도 “원칙과 온정의 기로에 서 있다. 하지만 국가를 책임진 집권 여당은 어렵고 고통스러워도 원칙을 저버려선 안 된다”고 했다.

하지만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의원도 적지 않았다. 정미경(경기 수원을) 의원은 “만약에 내가 (세월호) 엄마라도 자식 잃고 살 수 없을 것 같다. 평생 원망이 가슴에 맺혀 있을 거다. 가슴속 그 한풀이를 해줘야 하지 않겠나”고 호소했다. 황영철(강원 홍천-횡성) 의원도 “우리가 진정 유가족에게 따뜻했는가 돌아봐야 한다”고 했고, 정병국(경기 여주-양평-가평) 의원은 “대통령이 김영오씨 병실을 찾아가야 한다. 이제 야당에 맡길 게 아니라 우리가 직접 유가족과 협상해야 한다. 기소권·수사권을 주느냐 마느냐보다 더 선행되어야 할 건 신뢰를 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찬회 막판 김무성 대표가 “유가족을 만나겠다”는 뜻을 내비치자 일각에선 ‘김무성 역할론’을 제기하고 있다. 여야 협상이 사실상 무의미해진 상태에서 김 대표가 유가족과 청와대 사이에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그에겐 ‘해결사’ 정치인으로 각인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하지만 김 대표 측 관계자는 “지금은 여당 대표 아닌가. 지난해(철도 파업 때)와는 위상이 다르다. 섣불리 움직일 수 없다. 유가족을 만나겠다는 건 원론적인 입장일 뿐”이라고 전했다.

박영선 비대위 체제 25일 의총이 분수령
새정치연합 당내 기류도 요동치고 있다. 소속 의원 22명이 22일 “여·야·유가족이 참여하는 3자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강경파로 분류되는 우원식·이인영·정청래·최민희 의원 등이 참여했다. 지난 7일 여야 간 1차 협상 이후 46명 의원이 냈던 협상 반대 성명에 비해선 수적으로나, 내용적으로 수위는 약해졌지만 “기존 협상안을 인정할 수 없다”는 건 같다. 재협상안 합의 이후 “유족을 설득하자” “새누리당이 나서라” 등과는 분명 다른 목소리다. 일찌감치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비대위원장)은 “재재협상은 없다”고 단언했기에, 이번 성명은 사실상 박영선 체제 비토(거부)라는 해석이다.

때마침 박지원·박병석·유인태 의원 등 당내 중진 8인은 22일 회의를 하고 비대위원장과 원내대표의 분리안에 공감을 표했다고 한다. “박 위원장에 대한 문책성은 결코 아니다”고는 하나 결과적으로 박영선 체제의 힘을 빼는 꼴이다.

구심력을 잃은 당내 목소리가 다양하게 표출되고 있다. 비주류계 황주홍 의원은 “세월호특별법에 꽁꽁 묶여 있을 순 없지 않은가”라고 했고, 한정애 대변인은 “민생 법안과 세월호특별법을 투 트랙으로 가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전했다. 7·30 재·보선 참패 이후 내년 전당대회까지 잠복할 것으로 예측되던 당내 강경파와 온건파의 대결이 세월호특별법 파동으로 인해 예상보다 빨리 부상했다는 분석이다. 25일 의원총회가 박영선 체제 지속 여부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한편 문재인 의원은 23일 단식을 이어갔다. 41일째 단식 중인 ‘유민 아빠’ 김영오(47)씨의 병실에도 갔다. 그는 “단식을 언제까지 하느냐”는 질문에 “내가 중요한 게 아니다. 유민 아버지가 (단식을) 중단하는 게 중요한데 아직은 음식을 들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페이스북에 “세월호 참사는 정치권 공동의 책임인데, 문 의원은 혼자 단식을 지속하며 책임에서 빠져나가려 한다. 정말 야비하다”고 적었다.

대처도 IRA 대원 단식 사망으로 휘청
세월호 희생자 가족대책위는 22일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철야농성을 벌였다. 청와대는 “면담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최근 리얼미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야의 재협상안대로 통과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45.8%, 유가족 뜻을 따라야 한다는 의견이 38.2%였다. 박근혜 정부 책임론만큼 세월호 피로감이 있다는 뜻이며, 세월호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데 대한 반감이 적지 않다는 방증이다. 새누리당 고위 관계자는 “유가족이 단순히 대통령의 위로를 원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 면담을 하면 그들이 원하는 기소권·수사권을 관철시키려 할 텐데, 그건 청와대도 받아들일 수 없다. 그러면 또 ‘대통령 만나봤자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공격할 거고, 만나는 게 능사는 아니다”고 했다.

그럼에도 현 정국의 키를 쥐고 있는 건 김영오씨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는 41일째 단식 중이다. 자칫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면 “딸 잃은 아비마저 죽게 만들었다”는 후폭풍이 몰아칠 건 분명하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영국에서 1981년 보비 샌즈라는 IRA 무장대원이 자신을 죄인 취급하지 말고 정치범 대우를 해 달라며 단식에 들어가 66일 만에 사망했다. 당시 대처 총리는 ‘테러리스트와 협상은 없다’는 원칙을 견지했음에도 정치적 타격에 휘청거렸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야권, 특히 재야세력은 이제 김씨를 구심점으로 삼고 있다. 그를 전면에 내세워 전방위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해도 생사의 문제를 이겨낼 수 있겠는가. 청와대가 직접 나섰다간 자칫 정권 차원의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 새누리당 지도부가 불가피하게 완충역할을 해야 한다”고 전했다.


최민우 기자 min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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