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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땅 꺼짐 현상 대부분은 상·하수도관 누수 탓

22일 오후 3시 27분쯤 서울 서초구 서초동 교대역 인근에서 도로가 함몰돼 차의 한쪽 바퀴가 빠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뉴스1]
중국 도가(道家)의 3대 경전에 속하는 『열자(列子)』의 천서편(天瑞篇)에는 하늘이 무너질까봐, 땅이 꺼질까봐 걱정하며 밥 못 먹고, 잠 못 자는 기(杞)나라 사람이 등장한다. 그는 “하늘은 공기가 모여있는 것이니 무너질 리 없고, 땅은 사방에 있는 것이라 꺼질 리 없다”는 친구의 말을 듣고 정상적 삶을 되찾는다. 열자는 이 일화를 소개하며 “하늘과 땅이 사라질지도 모르지만 사람의 힘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니 신경 쓰지 말고 평정심을 유지하며 살라”고 가르친다. 쓸데없는 걱정이라는 ‘기우’(杞憂·기나라 사람의 걱정)라는 말의 유래다.

 하지만 이제 적어도 땅 꺼짐에 대한 염려는 공연한 걱정이 아니고, 반드시 사람이 어떻게 할 수 없는 문제도 아니다. ‘싱크홀(sinkhole)’에 대한 공포는 점점 커가고, 서울시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들이 이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반을 속속 만들고 있다.

 국내의 여러 전문가들은 우선 ‘싱크홀’이라는 용어를 되도록 사용하지 말자고 주장한다. 싱크홀은 학술용어가 아니기 때문에 발생 원인이나 크기에 따른 해당 기준이 정해져 있지는 않다. 한국시설안전공단의 이태형 연구원은 “요즘 우리나라에서 싱크홀이라 불리는 것들은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 석회석 암반이 지하수나 빗물에 녹아 지반이 대규모로 사라지며 생겨나는 것과는 구별된다. 주로 지하 매설물이나 토목공사 때문에 빚어지는 도로 함몰이나 지반 침하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과테말라에서 3층 건물이,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집이 통째로 땅속으로 사라지는 것과는 다르다는 얘기다.

 실제로 22일 서울 서초구 교대역 인근에서 일어난 도로 함몰은 하수관 파열로 새어 나온 물에 의한 지반 침하로 조사됐다. 서울 송파구 석촌동 지하차로와 인근에 나타난 도로 위의 구멍과 대형 지하 동공(洞空)도 지하철 공사 때문에 발생한 ‘사고’로 밝혀져 가고 있다.

 석촌동 싱크홀 원인 규명을 위한 서울시 조사단에 참여한 우종태 경복대(건설환경디자인과)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싱크홀의 대부분은 지하에 매설된 상하수도관의 누수 때문에 생겨났다. 특히 1960~70년대에 설치된 콘크리트 하수관의 이음새 균열이 주범”이라고 지적했다. 우 교수는 “상수관은 수압 확인 방법으로, 하수관은 탐사 로봇 투입의 방법 등으로 누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관리를 맡고 있는 기관에서 지불해야 할 비용이 예방의 걸림돌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적어도 차량 운행 중에 도로 속으로 빨려 들어갈 위험은 상당 부분 막을 수 있다는 의미다.

 물론 해외 사례와 같은 대규모 지반 침식에 의한 싱크홀이 국내에서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이수곤 서울시립대(토목공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정밀한 지질조사가 이루어져 있지 않고, 부분적이나마 돼 있는 지질조사 자료를 건설 공사에 제대로 활용하지도 않는다. 서울시내에도 대형 싱크홀이 생겨날 수 있는 석회암 지대가 여러 곳에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각 지역의 정밀한 지반정보 관리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불특정 지역에서 싱크홀 발생을 사전에 감지할 수 있는 첨단기술은 아직 없다. 미국 플로리다 지역에서 싱크홀 피해 컨설턴트로 일하는 잭 디파토는 “현재로서는 의심 지역에서 구멍을 뚫어보거나 레이더로 지하 구조를 확인하는 방법이 가장 일반적이다. 땅속에 넣어 지반의 상태를 확인하는 장비를 개발하는 업체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의심지역을 특정하지 않는 한 조기 발견은 어렵다는 얘기다. 그는 “인구가 늘고 땅에 대한 개발이 진행되는 한 인류가 싱크홀 위험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상언 기자, 박종화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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