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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식 정통에 대한 배반 … 전 세계 대중들 열광

샘 페킨파 감독의 ‘와일드 번치’의 한장면.
미국의 경제호황, 그리고 매카시즘 광풍이 불던 1950년대. 정의로운 보안관과 무법자(혹은 아메리카 인디언)의 대결로 상징되던 정통 서부극에도 균열이 시작됐다.

마카로니 웨스턴의 사회적 의미

지금은 정통 서부극으로 여겨지는 ‘하이 눈’(1952)은 사실 수정주의 서부극의 시작을 알린 영화다. ‘하이 눈’에는 역마차 추격전, 기병대 액션과 같은 서부극의 전형적 요소가 등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소외되고 고립된 서부 사나이의 심리를 묘사하는 수정주의 서부극의 특징이 두드러진다. 이 영화에서 액션 장면은 마지막의 몇 분에 불과하다. 주인공 케인(게리 쿠퍼)의 고뇌를 묘사하는 데 치중한다. 정통 서부극의 주인공들이 전능한 능력을 발휘하는데 반해 ‘하이 눈’의 주인공은 절체절명의 순간, 여성인 에이미(그레이스 켈리)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다.

훗날 마카로니 웨스턴에 이식된 ‘장르 혼합’ 역시 수정주의 서부극에서 먼저 시작됐다. ‘OK목장의 결투’(1957)를 만들었던 존 스터지스 감독은 1960년 구로사와 아키라의 ‘7인의 사무라이’를 각색해 ‘황야의 7인’을 선보였다. 이 영화는 율 브린너, 찰스 브론슨, 스티브 맥퀸 등 반(反)영웅(anti hero)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이들은 고용된 총잡이라는 점에서 정통 서부극의 주인공과 달랐다. 선과 악의 구분이 모호해진 것은 이후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연기한 마카로니 웨스턴 배역들의 원형이 됐다.

세르지오 레오네는 가장 미국적인 영화 ‘벤허’(1959)의 조감독 출신이었다. 하지만 ‘무법자’ 삼부작을 통해 그는 선도, 악도 없는 황량한 서부와 하드보일드 액션, 자신의 이익만을 쫓는 인간군상, 안티 히어로라는 마카로니 웨스턴의 공식을 정립했다.

수정주의 서부극은 마카로니 웨스턴을 낳았고, 마카로니 웨스턴은 다시 미국 서부극에 영향을 미쳤다. 샘 페킨파로 대표되는 하드보일드 장르가 할리우드에 안착한 것이다. 페킨파의 ‘와일드 번치’(1969)는 마카로니 웨스턴에 비정함과 잔혹함을 더한 이종교배의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마카로니 웨스턴의 시대는 끝났지만 그 유산은 아직도 수많은 영화감독들과 배우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 감독들 가운데에서도 마카로니 웨스턴에 대한 오마주(hommage·존경·경의라는 뜻의 프랑스어)를 바치는 경우가 많다.

올 여름 개봉해 500만 관객을 앞두고 있는 ‘군도: 민란의 시대’를 연출한 윤종빈 감독은 말을 타고 황야를 달리는 장면이나 등장인물 간의 대결 구도 등에 마카로니 웨스턴을 차용했다. 줄리아노 젬마, 리 밴 클리프 주연의 마카로니 웨스턴 ‘분노의 날(Day of Anger·1967)’에 쓰였던 메인 테마 음악을 삽입하기도 했다.

‘놈놈놈’으로 한국형 마카로니 웨스턴을 만들었던 김지운 감독은 할리우드 연출 데뷔작 ‘라스트 스탠드’(2013)에서 ‘하이 눈’의 구조를 빌렸다. 작은 마을을 습격하는 악당들과 이에 맞서는 외로운 보안관. 말을 타고 달리는 악당이 괴물 스포츠카로 갈아탔을 뿐이다.

당대의 B급 영화였던 마카로니 웨스턴에 왜 이렇게 열광하는 걸까. 영화평론가들은 마카로니 웨스턴이 갖고 있는 ‘도발성’과 극적 재미에서 이유를 찾는다.

영화평론가 김봉석씨는 “서부극은 미국의 신화인데 이탈리아 등 유럽 나라들이 서부극을 만들면서 이 신화를 노골적으로 뒤집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세르지오 레오네는 여기서 한 발 나아가 ‘옛날 옛적 서부에서’(Once Upon A Time in The West·1968),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Once Upon A Time In America·1984)처럼 미국 신화의 붕괴를 그린 걸작들을 만들어 냈다”며 “B급 영화로 출발했지만 레오네 같은 거장들이 개입하면서 영화사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독특한 지위를 얻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화평론가 오동진씨는 “마카로니 웨스턴의 매력은 정통에 대한 배반, 기성질서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저항”이라며 “60~70년대 자본주의 발달로 인한 황금만능주의가 팽배할 때 마카로니 웨스턴 속의 탐욕스런 인간상이 부조리한 사회를 은유하면서 관객의 공감과 재미를 불러일으켰다”고 말했다. 이어 “복잡한 해석은 차치하고라도 복합적이고 중층적이며 선과 악의 경계가 불분명한 마카로니 웨스턴의 극적 재미에 관객들이 열광한 것은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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