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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바꾸는 체인지 메이커] 자신감으로 온라인에 새 바람 … 오프라인 세상도 바꿀까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지난해 7월 방한 중 진행한 연세대 강연에서 여성들에게 “평생 당신 꿈을 응원해줄 배우자를 만나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을 두려워하지 말 것, 가정을 이루고 싶다 해서 일에 열정을 쏟길 두려워하지 말 것”을 강조했다. [중앙포토]
한 여성기업인 모임에서 짧은 발표를 한 적이 있다. 이야기가 끝나자 누군가 물었다. “여성이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고자 할 때 가장 경계해야 할 사람은 누구인가?” 내 대답은 이랬다. “친절한 공감자(共感者)다. ‘그만하면 애썼다. 마음 가는 대로 하라’며 등 토닥거려주는 사람들이다.”

<38> 페이스북 COO 셰릴 샌드버그

청중들의 얼굴에 ‘뭔 소리야?’ 하는 표정이 떠올랐다. 나는 말을 이었다. “직위가 올라가고 영향력이 커질수록 여성의 불안감은 커진다. 사람들이 자신을 욕심 많은, 설치는 여자라 생각할까 봐 노심초사한다. 가족에 대한 죄책감도 깊어진다. 그만 주저앉고 싶을 때 바로 그 공감자들이 나타나 속삭인다. ‘그만둬 버려, 나댄다는 욕 안 먹어도 되고 스트레스도 사라질 거야’. 거기 호응하면 당신 커리어는 단절된다.” 그리고 덧붙였다. “다 던져버리려 할 때 ‘정말 할 만큼 했냐, 네 자신을 스스로에게 충분히 증명했냐’고 진지하게 되물어주는 사람을 만나라. 당신에게는 더 큰 야망이 어울린다고 격려해 주는 친구를 사귀어라.”

나로 말하자면 위기의 순간마다 바로 그런 이야기를 해주는 멘토가 있어 지금껏 경력을 이어올 수 있었다. 한 분은 “칼이 짧으면 한 발 더 다가가 찔러라”는 말로 나를 독려했다. 또 한 분은 “장(長) 역할을 해 보기 전엔 사표를 쓰지 말라”고 조언했다. 엄마 없이 크다시피 하는 아들에게 미안해 울 때 또 다른 한 분은 이런 이야기를 해줬다. “상처 없는 어린 시절이 어디 있어. 엄마가 정말 애쓰고 있다는 걸 아이가 알면 되는 거야.”

저서 『린인』 통해 여성의 사회진출 독려
지난해 여름, 나는 일면식도 없는 한 여성의 책에서 그와 비슷한 위로와 격려를 받았다.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 셰릴 샌드버그(Sheryl Sandberg·45)의 『린 인(Lean In)』이다. 우리 말로 바꾸자면 ‘뛰어들라’ ‘들이대라’ 정도가 될 이 책 제목은 샌드버그가 여성의 사회 진출을 독려하고자 만든 비영리 재단(LeanIn.org)의 이름이기도 하다. 영어 원서에는 다음과 같은 부제가 붙어있다. ‘여성, 일, 그리고 주도하려는 의지(Women, Work and the Will to Lead)’. 말 그대로 여성에게 “자신감을 가지고 세상의 변화를 주도하라”는 주문이다. 다른 누구도 아닌 샌드버그의 말이기에 강력하고 설득력 있다. 한편으로는 본인이 책 서문에서 예견한 것처럼 ‘남녀 모두의 심기를 건드리며’ 거센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일부 여성은 엘리트 고액 연봉자의 배부른 주장이란 비판을, 어떤 남성들은 이미 알파 걸이 넘치는 세상에서 여자가 어떻게 더 잘 나가냐는 비아냥을 쏟아냈다.

책 출간 1년이 조금 더 지난 지금, 샌드버그는 논란에서 살아남았을 뿐 아니라 미국의 가장 유력한 여성 대통령 후보 중 하나로 급부상했다. 사업적 성공 또한 눈부시다.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보다 더 높은 연봉을 받는 페이스북 2인자로서, 자신이 수립한 수익 모델을 통해 흑자를 이루고 회사 가치를 크게 끌어올렸다. 스스로 1조 원 이상의 재산을 일군, 미국의 최연소 여성 갑부가 됐다. 그녀 말처럼 온갖 종류의 두려움에 맞서 위험을 감수한 대가다.

유대계인 그녀는 워싱턴D.C.에서 태어나 마이애미에서 자랐다. 하버드대 경제학과와 경영대학원을 최우등 졸업한 뒤 맥킨지, 미국 재무부 등을 거쳐 2001년 구글에 입사했다. 그녀가 신생 벤처인 구글 입사를 망설이자 당시 CEO이던 에릭 슈미트가 했다는 말은 유명하다. “직업 선택 시 중요한 단 한 가지는 성장 속도다. 로켓에 탈 기회가 생긴다면 어떤 자리인지 묻지 마라. 그냥 올라 타라.”

이후 그녀는 글로벌 비즈니스 책임자로서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이 회사 매출의 절반이 그녀 부서에서 발생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2008년 새 로켓으로 옮겨 탄다. 페이스북이었다. 다른 기업으로부터 CEO 자리를 제안 받은 상태였지만 페이스북의 가치를 알아보고 스물 세 살 저커버그 밑에서 일하기로 한다. 그녀는 2012년 하버드 경영대학원 졸업식사에서 이런 요지의 말을 했다. “실시간 소통이 일반화한 세상에서 커리어는 더 이상 사다리가 아니다. 정글짐이다. 수직 승진 같은 건 생각지도 마라. 직함이나 연봉에 매몰되지 마라. 대신 회사의 사명(mission)과 성장성, 담당 업무의 영향력을 따져라. 이력 말고 직무능력을 쌓아라.”

그 몇 달 뒤 그녀는 세계 최대 지식포럼인 TED 무대에 선다. 사람들은 그녀가 소셜 마케팅의 미래를 이야기하리라 짐작했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샌드버그는 ‘왜 여성 리더는 소수인가’라는 주제 하에, 사회 최상위층에 오른 여성들의 은밀한 금기를 깨뜨렸다. 이들은 자신이 ‘여성이기에 주목 받는 상황’을 극도로 꺼린다. 남성과 대등하게 경쟁해 이겼다는 사실을 무엇보다 중시한다. 하지만 무대에 오른 그녀는 여자로서의 자기 삶을 담담히 털어놓기 시작했다. 실패한 첫 결혼, 재혼과 임신, 극심한 입덧, 자리에서 밀려날까 출산휴가 중에도 노트북을 끼고 산 사연. 회사에서 결국 울음을 터뜨린 이유. 그녀는 이런 경험과 주변 여성들의 삶을 통해 몇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고 했다. 유능하고 야망이 큰 여성은 남녀 모두로부터 미움을 받는다. 여성들은 이를 해결하고자 끊임없이 자신을 희생하고자 한다. 반복된 부정적 경험은 그녀에게 불안·두려움·죄책감을 안긴다. 결국 자신감을 잃고 뒤로 물러 앉게 된다.

자녀 위해 9시 출근, 5시 30분 퇴근 철저
샌드버그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여성들이 먼저 ‘일을 주도하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역설한다. 포춘 500대 기업 CEO 중 여성은 겨우 4%, 미국 상원에서 여성 의원은 20%에 불과하다. 더 많은 여성이 내면의 두려움을 깨고 리더가 되겠다는 열망을 품을 때 세상은 바뀐다. 그 자신도 중역이 됨으로써 기업 문화를 바꾸고, 여성 후배들의 멘토이자 롤 모델로서 긍정적 영향력을 행사하게 됐음을 설명한다. 그렇다고 무한 경쟁에 뛰어들라는 것은 아니다. 그녀는 매일 9시에 출근해 5시30분에 퇴근한다. 그녀는 “아이들과 저녁을 함께 하려면 어쩔 수 없다. 못 다 한 일은 아이들을 재운 뒤 한다. 중요한 건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발언하고 자신감 있게 실천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아울러 배우자의 지원 없이 여성이 고위직에 오르기는 어렵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그 자신도 사업가 남편과 가사 및 육아를 절반씩 부담하게 되기까지 지난한 논쟁을 거쳤음을 고백한다.

TED 발표 이후 샌드버그는 베스트 셀러 작가이자 사회운동가로서의 명성을 더하게 됐다. 지난 4월에는 재산 절반을 기부한다고 공표했다. 산업계를 넘어 정치·사회 영역으로 무섭게 영향력을 확장해 가고 있다.

샌드버그가 즐겨 인용하는 저커버그의 말이 있다. “위험을 짊어져라. 두려움을 모른다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두려움 자체를 없앨 수는 없다. 하지만 맞서 싸울 수는 있다. 대차게 한 번 붙어보지도 않고 회의 테이블에서 지레 물러앉고 마는 여성들에게 샌드버그가 주는 진심 어린 조언이다.


이나리 은행권청년창업재단 기업가정신센터장 naree@dcam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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