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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호 칼럼] 엇갈린 남북의 반일과 친일

지금 동북아에서 노골적인 친일 행보로 국제사회의 이목을 끄는 나라가 있다. 북한이다. 지난 10일 김정은의 오른팔로 알려진 리수용 북한 외상은 미얀마에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상과 회담했다. 양국 외상이 만난 건 2004년 7월 이후 꼭 10년만이다. 기시다는 북한에 납치됐거나 실종·사망한 일본인들에 대한 전면 조사를 요구했고, 북한은 이를 받아들여 다음달 초 조사결과를 일본에 통보해줄 전망이다. 납치자에 비해 실종·사망자 공개는 부담이 덜하다. 따라서 북한이 적지 않은 숫자의 실종·사망자 내역을 전달하고, 일본은 화답 차원에서 만경봉호의 입항을 허가하는 등 대북 제재를 추가 완화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북한의 ‘친일 행각’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최근 일본 기자들을 잇따라 초청해 주민들과의 인터뷰를 시켜주고 있다. 인터뷰 말미에 주민들은 “일본과 잘 지내고 싶다”는 말을 잊지 않는다. 또 일제 시대 북한에서 살다 숨진 일본인(약 3만명)의 후손들도 초청해 조상이 묻힌 곳을 찾게 하고 있다. 이 장면은 동행한 일본 기자에 의해 일본 전역에 전파된다.

이렇게 북일 간에 밀월이 이어지면서 일본에선 뿌리깊던 반북 감정이 약화되고, 대신 반한 감정이 위험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반감은 도를 넘었다. 또 매일 신문지상을 장식해 온 북한 비판 기사가 사라진 가운데 한국을 비난하는 기사는 급증했다. 지난달 3일, 일본이 전격적으로 대북 제재 조치를 일부 해제했다. 예전 같으면 “북한에 면죄부를 줬다”는 비난이 쏟아졌겠지만 일본 조야는 잠잠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지지율도 하락하지 않았다. 이처럼 일본인들의 반북 감정이 묽어진 데는 과거사 문제에 대한 남북의 대응 차이도 작용했다고 한다.

아베의 과거사 망언이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 한국은 강도높은 비난성명을 내며 반발했지만, 북한은 상대적으로 잠잠했기 때문이다. 입만 열면 항일 빨치산이 세운 한민족의 ‘적통국가’라고 강조하는 북한이 역대 일본 총리 가운데 가장 반한(反韓)적인 아베와 손잡는 모순을 보인 셈이다. 북·일의 밀착은 북한의 핵개발을 막기 위한 한·미·일 공조를 약화시키고, 아베의 우경화 행보를 도와주는 부작용이 크기에 더욱 우려스럽다.

사실 북한은 오래 전부터 ‘친일’을 해온 나라다. 2002년 방북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 총리와 합의한 ‘평양선언’에서 북한은 배상 대신 1965년 한국이 일본과 수교하면서 확보한 ‘청구권’을 보장받는 데 그쳤다. 일본이 동의해줄 가능성이 없는 배상을 고집하는 대신 수십억 달러의 청구권 자금을 얻어내는 게 실리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고립과 빈곤을 돌파하려면 일본과 손잡는 게 살 길이란 인식에서 김정은은 아베와 밀착하려는 것으로 봐야 한다. 말로는 항일의 선봉임을 떠들면서도 외교만큼은 현실주의 노선을 걷는 게 북한이다.

문제는 우리 정부다. 친일 프레임이 두려워선지 동북아가 요동치는 상황에서 국익을 위해 당연히 해야 할 만남마저 피하고 있다. 정상회담이야 열기 어렵다고 치자. 매년 7~8번씩 만나온 한·일 외교장관이 박근혜 정부 1년 반 동안 딱 3차례, 그것도 다자 외교무대에서 짬을 내는 형식으로 만난 건 위험 수준이다.

양국간엔 과거사 외에도 현안이 많다. 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제안한 한·중·일 원자력 안전협의체나 일본이 제안한 한·일 자유무역협정(FTA)이 대표적이다. 이런 화두를 놓고 양국 장관이 자주 얼굴을 맞대야 위안부 문제 해법을 도출하고, 북·일 밀착에 제동을 걸 동력도 생기지 않겠는가. 야당에서도 “대일 감정 외교의 무익한 연장은 결코 국익에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를 정부는 깊이 따져봐야 한다.


강찬호 정치 에디터 stoncol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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