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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 러시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이후 서방의 경제제재에 대한 러시아의 반응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금까지 국제무대에서 러시아가 보여준 모습은 맞제재로 대응하는 ‘강한 러시아’다. 하지만 러시아의 속사정이 의도만큼 여유롭지 않다는 신호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러시아가 내심 바짝 긴장하고 있는 이유다.

러시아는 경제제재가 금융 분야로 확대되면서 최악의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다. 러시아 기업들은 유럽 금융시장에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물론, 유럽의 은행들에 예치한 자산마저도 동결 당할 위기에 처해 있다.

2000년 대 들어 러시아 경제가 급속히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유럽 금융시장에서 자본을 빌려 경제발전에 투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젠 이런 식의 자금조달이 불가능해져 국내 자본을 동원해야 하는 데, 그게 넉넉하지 않다. 이 때문에 러시아 정부와 기업들은 유럽 이외의 지역에서 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 분주하다.

러시아 정부는 국내외에서 자본 확보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증세도 그 중 하나다. 고소득을 올리면서도 돈을 잘 풀지 않는 부유층을 대상으로 세금을 더 걷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경제활성화를 위해 대기업들의 사내유보금에 대해 과세를 하겠다는 것과 유사한 취지다.

러시아 내에서는 증세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러시아 내수시장이 아직 경제를 떠받칠 만큼 성장하지 못했고 중산층도 두텁지 않아 자칫 증세가 내수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결국 자본력이 약한 중소기업들과 유통업체들은 생존을 위협 받을 수 있다. 최근 조사결과에 따르면 러시아 경제는 조만간 더욱 힘든 상황을 맞게 될 것이고 이를 대비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소비자들이 상당수다. 이에 증세까지 거론되는 상황이 되자 소비자들은 더욱 지갑을 닫을 것이 뻔하다. 자칫 악순환의 고리에 물려들어갈 수도 있는 것이다.

러시아 정부는 자본의 해외 유출에 대해서도 민감하다. 자본 유출은 소련 붕괴 이후 지속됐고 이는 러시아 경제에 부정적으로 작용해왔다. 이를 해결한다면 경제발전을 위한 자본 동원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쉽지 않은 문제다. 엄격한 규제를 통해 자본 유출을 막으려 한다면 1990~2000년에 걸쳐 이룬 규제완화 정책의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다.

러시아 대기업들은 당장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러시아의 몇몇 대기업들은 자산을 이미 유럽의 은행에서 아시아 지역 은행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아시아가 예전과 달리 만족할 만한 비즈니스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어 오히려 러시아 기업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서방의 제재를 우려한 러시아 기업들이 대거 자산을 아시아 쪽으로 이동시킬 경우 심각한 부작용도 우려된다. 아시아의 새 파트너들과의 협력은 모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들의 투자는 적어도 5~10년 동안 비즈니스 거점을 유지해야 성과를 낼 수 있다. 기대만큼의 성과를 얻지 못할 경우 가뜩이나 부족한 자금이 묶이는 꼴이 된다. 지금처럼 러시아 기업들의 탈유럽이 가속화될 경우 아시아는 유럽 역할을 대체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성공 여부는 아무도 자신하지 못한다.

러시아 정부 내에서도 새 파트너 모색과 협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유럽에 근거를 둔 오랜 경제 파트너를 잃는 것뿐 아니라 아시아의 새 파트너와의 협력을 통한 시너지 창출도 자신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러시아 지도자들에겐 선택의 폭이 크지 않다. 지금껏 가 보지 않은 길을 가야 한다는 리스크에도 불구, 별다른 해법이 없는 것이 러시아의 현주소다.



이리나 코르군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대학의 국제경제대학원을 2009년 졸업했다. 2011년 한국외대 러시아연구소의 HK연구교수로 부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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