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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플러스 25회] 돈으로 법을? '입법로비' 충격 실태

[앵커]

앞서 보신 입법로비 의혹, 이런 게 정치권에 대한 원포인트 로비라면 꾸준히 국회의원들을 관리하는 보험성 로비라는 것도 있습니다. 특히 기업에는 국회의원들과 보좌관들을 평소에 관리하는 대관 업무 파트라는 게 있습니다. 이들의 합법적이라는 이름에 감춰진 보험성 로비도 취재했습니다.

[기자]

박상은 새누리당 의원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두 달째 진행되고 있습니다.

"동구, 중구의 희망 박상은 위원장 화이팅!"

이달 초 조사를 받기 위해 인천지방검찰청에 나온 박 의원을 그의 인천 지역 지지자들이 응원하는 진풍경이 벌어집니다.

박 의원은 아직도 자신의 혐의를 강하고 부인하고 있습니다.

[박상은/새누리당 의원: (의원님 혐의를 인정하십니까. 거액의 뭉칫돈 출처에 대해서 한마디 하시죠.) …….]

"박상은 화이팅!"

[박상은/새누리당 의원: (공천헌금 혐의가 있습니다. 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해운조합 비리 유착됐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거액의 뭉칫돈에 대해서 한마디 하시죠.) …….]

시작은 엉뚱하게도 박 의원의 현금 도난 신고였습니다.

현직 국회의원의 차에서 현금 2000만 원과 각종 서류가 들어있는 봉투가 사라졌습니다. 의원실에서 신고를 했고 경찰은 수사에 나섰는데요. 알고 보니 해당 의원의 비서가 불법 정치자금으로 검찰에 신고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난 11일 인천 중부경찰서에는 한 건의 신고가 들어옵니다.

[인천중부경찰서 관계자 : 그렇게 신고 들어와서 우리가 확인을 하다 보니까, 운전기사분이 용의자로 특정해서 확인하다 보니까….]

박 의원의 사무실 앞에 주차된 차에서 현금 2000만 원과 각종 서류가 사라졌다는 내용.

수사에 나선 경찰은 주변 CCTV 등을 확인해 박 의원의 운전기사인 김모 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판단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김씨는 이 현금과 서류들을 검찰에 제출하기 위해 가져간 것이었습니다.

자신이 모시던 의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검찰에 신고한 겁니다.

[인천중부경찰서 관계자 : 우리 언론에서 궁금한 것은 왜 그 사람이 검찰에 갔을까 그거 잖아요. 우리야 돈 잃어버렸다는데 현역 국회의원 차에서. 막 (조사)하다 보니까 하루 만에 대충 (용의자가) 누군지 나와서 하다 보니까 검찰에 가 있다고….]

단순한 현금 도난 사건이 정치권 비리 의혹 수사로 바뀌는 순간이었습니다.

박 의원 측은 김씨가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도난 신고한 현금은 의원실 운영자금이고, 서류도 일반적인 정책자료일 뿐이라는 겁니다.

오히려 김씨가 경찰 수사에 압박을 느낀 나머지 내부 고발자 행세를 한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박 의원에 대한 비리 고발은 여기저기서 더 이어집니다.

전직 비서관이 박 의원의 비리를 폭로하겠다며 국회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선 겁니다.

[장관훈/박상은 의원 전 비서관 : 저희가 지역에서 볼 때는 지도자의 역할을 못하는 것 같고, 파렴치한 분을 척결하겠다는 그런 뜻으로 시작을 했습니다.]

박 의원이 강제로 자신의 급여를 후원금으로 내도록 해 착취했다는 겁니다.

[장관훈/박상은 의원 전 비서관 : (박 의원이) 너는 월급여를 100만 원만 가져가라. 저는 '안 된다, 150만 원은 가져가야 한다' 그렇게 해서 일부는 후원금 계좌에다 넣었고요.]

박 의원에게 상황은 더 불리하게 흘러갑니다.

박 의원이 2000만 원이라고 신고한 도난 현금이 알고 보니 3000만 원이었던 겁니다.

[노동일/경희대 교수 : 그 돈을 자기가 집에서 가져왔다면 2000만 원인지 3000만 원인지 모를 리가 없는데 그것을 2천만원이라고 했다가 3000만 원이라고 하니까. 사실 돈의 액수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던 부분이 분명해 보이니까….]

그런데 이 사건은 수많은 비리가 드러난 해운업계의 정치권 입법 로비로 방향을 트는 계기를 맞게 됩니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제공한 해운업계의 구조적 비리를 쫒던 검찰 수사가 박 의원을 정조준합니다.

[박범계/새정치민주연합 의원 : 해운업계 관련 비리 의혹이 가히 점입 가경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박상은 의원의 아들 자택에서 수억원대의 현금 뭉치가 발견됐다고 합니다.]

박상은 의원의 아들 집을 압수수색한 검찰이 이곳에서 미국 달러화와 일본 엔화가 섞인 약 6억원가량의 현금 뭉치를 발견한 겁니다.

이 돈의 출처를 통해 해운업계와 지역 의원들 간의 오랜 유착 관계를 밝힐 수 있을 것으로 검찰은 판단하고 있습니다.

해운업계는 관련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들에게 실제로 음성적 입법 로비를 했던 것일까?

취재팀은 박상은 의원의 최측근 인사와 어렵게 통화를 할 수 있었습니다.

놀라운 얘기를 꺼냅니다.

[박상은 의원 측 관계자 : 항만노조(항운노조) 같은 경우 이 의원과 저도 관계가 나쁘지 않은데, 미안하지만 그런 건 문제가 있는거죠. (어떤 문제죠? 왜 문제가 있죠?) 청목회하고 똑같은 건이예요. (쪼개기 말씀하시는 거죠?) 그렇죠. 쪼개기인데 실질적으로 자기네들하고 이해관계가 있는 국회의원과 (관계유지)하면서 자기네 위상을 계속 유지하는 거죠.]

인천항운노조의 조합원들이 지역구 의원들에게 소득공제 한도인 10만 원씩을 쪼개기 수법으로 후원해 왔다는 내용.

[박상은 의원 측 관계자 : 거기서 이제 예를 들어 000도 보내주고, 000도 보내주고, 박상은도 보내주고…. (보낸다는 것은 후원금을 보낸다는 말씀이시죠?) 그렇죠. 직원들 명의로 100명만 보낸다고 하면 1000만 원 아닙니까.]

과거 청원경찰들의 입법로비로 큰 파장을 낳은 청목회 사건과 같은 구조라는 설명입니다.

항운노조 측은 이에 대해 직원들 개인이 자발적으로 해당 의원들을 후원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취재팀은 해운업계와 지역구 의원들의 관계를 파악하기 인천지역 의원들의 300만 원 이상 고액 후원금 내역을 분석해봤습니다.

우선 6억 원의 돈뭉치 출처에 대한 수사를 받고 있는 박상은 의원은 2012년 4곳의 해운 관련 업체의 관계자로부터 각각 300만~500만 원의 후원금을 받았습니다.

19대 국회 들어 박 의원이 이런 식으로 해운 관련 기관에서 후원 받은 돈은 모두 2210만 원에 이릅니다.

해운업계는 왜 그토록 박 의원에게 정성을 기울인 걸까.

바로 전해인 2011년 박 의원은 해운법 개정안을 발의합니다.

핵심 내용은 두 가지.

먼저, 도서접경지역 항만을 다니는 선박의 제작 비용을 국가가 보태주는 내용입니다.

[박상은/새누리당 의원(2011년 4월 14일) : 선박의 건조에 쓰던 비용을 국가 재정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해운법 일부 개정 법률안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특히 개정안은 선박의 안전 관리를 해운조합에 넘기도록 했습니다.

특혜를 넘어 오랜 부실로 개혁 대상이었던 해운 업체가 스스로를 관리 감독하도록 한 겁니다.

[김민전/경희대 교수 : 정치자금법 위반이 없다고 할지라도, 일반 유권자들은 박상은 의원이 '주로 해운관련 협회로부터 돈을 받아 정치하는구나'를 알 수 있어야 하는데 우리는 모르고 있다는 거죠.]

다른 의원들의 경우는 어떨까.

분석 결과, 해운업체들의 고액 후원금은 여당의 중진급 의원들에게 몰렸습니다.

해운업체 관계자들은 박상은 의원 2210만 원을 비롯해 윤상현, 황우여 의원 등에게 각각 2000만 원, 2500만 원을 후원했습니다.

업체 대표 명의로 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고 일부는 아내와 자녀의 명의를 써서 후원금을 냈습니다.

개인명의이긴 하지만, 로비 목적이 아니냐는 의심이 가는 대목입니다.

특히 일부 업체는 세월호 사건과 직접 연관된 곳이었습니다.

인천의 작은 해운업체.

세월호의 상습 과적 파트너로 지목돼 관련 임원이 구속 기소됐습니다.

과적에다 화물 고박도 제대로 하지 않아 세월호를 침몰에 이르게 한 혐의입니다.

[인천항 물류 관계자 : 저런 것들이 없어요. (처음부터 없었다는 거죠?) 네. 로프도 배에서 제공하는 거. 도구 자체가 그거란 말이에요.]

그런데 이 업체 대표의 부인은 지난 2012년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에게 500만 원을 기부했습니다.

화물 고박 인력을 공급하는 다른 용업업체 대표도 윤 의원에게 500만 원을 후원했습니다.

비용 절감을 위해 세월호에 부실 고박을 하면서 국회의원에게는 거액의 후원금을 낸 겁니다.

그러나 해당 의원 측은 "합법적인 정치자금으로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이른바 '해피아'의 실체와 함께 해운업계의 비리가 줄줄이 드러났습니다.

그런데 정치인들도 이런 해피아 비리의 한 고리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겁니다.

지난해, 국회에선 전에 없던 일이 일어났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말부터 적지 않은 여야 보좌진들이 대기업의 대관 조직, 즉 관청을 상대하는 조직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박지원 의원실 뿐만 아니라 김현숙, 이언주, 김세연, 김태환 등 여야 의원실 보좌진들이 앞다퉈 국내 10대 기업으로 영입된 겁니다.

이들의 몸값이 높아진 건 국회 내 대관업무를 수행하는 기업들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입니다.

대기업과 그 계열사, 금융 공기업에 각종 협회까지 이릅니다.

[현직 국회의원 보좌관 : 기업의 대관팀이 만들어진 것이 역사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최근 들어서 많이 만들어지기 시작을 했고.]

특히 19대 국회 들어 '경제민주화’에 대한 요구가 커지자 대기업들의 대관 활동은 더욱 강화됐습니다.

[현직 국회의원 보좌관 : 갑과 을 문화, 당에 을지로위원회가 생길 정도로 하도급 업체나 협력업체 문제, 경제민주화에 역행하는 사례들을 국회에서 많이 질타하다 보니까, 국회 동향 정도를 수시로 더 많이 파악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습니다.]

국내 대기업은 실제로 대관 조직을 어떻게 운영하고 있을까.

먼저 5대 기업 홍보 임원들에게 대관 활동에 대해 물었습니다.

SK를 제외하고는 모두 대관 조직의 존재 자체를 부인했습니다.

대부분 말을 아끼며 부인했고 일부는 거부감을 표시하기도 했습니다.

[대기업 A임원 : 저희는 대관조직에 대해 아는 게 없어서 대답 드릴 게 없을 것 같은데요?]

[대기업 B임원 : 대관이라고 하면 대관업무만을 위한 별도 조직이 있다고 하는 건 제가 답변하기 힘든 것 같은데요? 그 부분은요?]

현행법상 로비 자체가 위법이어서 기업들에게는 민감할 부분일 수 밖에 없습니다.

[정선섭/재벌닷컴 대표 : 여론의 지탄을 받을 수 있는 우려가 높고, 그런 식으로 두지는 않아요. 하지만 예산으로서는 편법적으로 홍보비라든가 기업활동비라든가 광고판촉비의 형태로 녹여져 있지 않나….]

규모는 수십 명에서 많게는 100명이 넘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기업들은 대외협력실, 전략기획실, CR실과 같은 이름으로 정부와 국회를 관리하는 조직을 꾸리고 있었습니다.

[대기업 대관 관계자 : 이름을 대관조직이라고 명시적으로 하지는 않고 다른 형태의 이름으로 달고 있어요. 주 업무는 대관업무라 주로 대관업무 외에 다른 일반적인 업무를 맡지는 않고 대관 정보수집, 그 업무가 소속 사람들의 주 업무….]

기업 CEO들의 국정감사 출석을 막는 것 외에도, 기업에 불리한 법안 발의는 막고, 유리한 법은 상정시켜야 하는 것이 이들의 주요 업무입니다.

[정선섭/재벌닷컴 대표 : 산업이 점점 다각화되고 신사업이 등장할수록 기업에서는 그런 전문가를 모아서 자기네들의 이익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집단 인·허가권을 가진 쪽에 로비를 해서….]

그러다 보니 식사와 술 등 향응 접대가 빠질 수 없습니다.

[대기업 대관 관계자 : (법인카드를 갖고 접대 하나요?) 그런 경우는 많이 있고요. 밥 식사 접대는 흔한 일이고요. 식사 술 이런 거 법인카드로, 그런 식으로 많이 사람들을 만나야 되니까 활용하죠.]

국회 보좌진들도 이들의 로비가 상시적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현직 국회의원 보좌관 : 국회 문턱이 굉장히 높단 말이야. 그러니까 그 문턱을 낮추기 위해 평상시에 하는 거지. 그게 대관팀의 주업무라고 본다고.]

[현직 국회의원 보좌관 : 의원회관에 자주 와서 자꾸 말을 걸고, 커피를 먹고 대화를 시도하는 것 자체가 빈도수가 많다 보면 업무에 부담이 되죠.]

하지만 이런 관행에 대해 기업만 나무랄 수도 없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습니다.

[현직 국회의원 보좌관 : 기업의 문제가 아니고, 기업이 그렇게 하게 만든 국회가 문제죠. 기업은 속성이 그 기업의 이윤을 조금이라도 더 남기기 위해서 노력하게 돼 있어, 그들의 속성이야. 그렇다면 그것을 거기에 넘어가지 않고 균형 있게 그것을 막아설 수 있는 것은 국회의 일인 거지.]

사업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무엇이든 해야 하는 기업을 비판하기에 앞서 그런 기업 생리를 활용하는 의원들이 더 문제라는 겁니다.

일부 의원들은 자신의 의정 활동을 빛내기 위해 기업들을 괴롭힌다는 지탄도 받습니다.

[현직 국회의원 보좌관 : 그거 자체가 의원이 열심히 일한 걸로 포장이 되니깐 법안 수가 많아지고, 그러니깐 각 방에서 경쟁적으로 개정법안을 내려다 보니까. 국민들 괴롭히거나 기업 활동을 괴롭히는 법안들이 대책 없이 쏟아져 나오는 거야.]

일부 기업에서는 사내 경제연구원이나 로펌 등을 통해 아예 법안을 만들어서 의원실에 가져다 주는 경우까지 있습니다.

[대기업 대관 관계자 : 의원실에서 필요한 재계나 기업 측에서 필요한 내용을 담은 법안들은 의원실에 초안을 만들어서 갖다 줄 때도 있고. 관련 협회나 전경련 등에서 중요한 사안인 경우 모여서 회의를 합니다. 서로 조율을 하고….]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회 인근의 오피스텔이나 호텔에는 방을 찾는 기업 관계자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습니다.

의원실 보좌진과 상시적으로 만나야 하기 때문입니다.

[여의도 인근 호텔 관계자 : 회사 근무하시는 분들 말씀하시는 거죠? 저희는 꾸준히 들어오고 있고요. 저희랑 기업 제휴가 되어 있는 곳들이 있어서 그런 분들은 아무래도 출장차 오셔가지고 저렴하게, 저희랑 기업 제휴 맺어서 저렴하게 투숙하시는 분들이 많죠. (그럼 그런 분들은 하루 이틀이 아니라 1주일, 2주일, 한 달 이렇게?) 한 달까지는 아니고 대부분 짧은, 3~4일에서 1주일 정도 머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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