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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 앞두고 … 같은 책으로 국회서 한 번, 지역서 한 번

투명한 ‘책값’ 김승수 전주시장이 전북 정무부지사 시절인 지난 2월 25일 연 ‘투명출판기념회’. 당시 김 시장은 변칙적인 후원금 모금 관행을 깨기 위해 금액이 확인되지 않는 돈봉투를 사절하고 투명한 박스에 책값 2만원만 받았다. [중앙포토]

#1. 지난달 3일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선 새누리당 황인자(비례대표) 의원의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책 제목은 『남(男) 다른 정치』. 황 의원은 지난해 12월 선거법 위반 혐의로 유죄가 확정돼 직을 상실한 김영주 전 의원을 승계했다. 의원 배지를 단 지 7개월도 안 돼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2. 지난해 9월 국회 예결위원장이던 새누리당 이군현 사무총장의 출판기념회엔 1000여 명의 인파가 몰렸다. ‘봉투’를 내기 위해 늘어선 긴 행렬 사이에 3~4명의 장관이 눈에 띄었다. 한 장관이 함께 온 일행들에게 “돈은 잘 챙겨왔지”라고 거듭 확인하다 기자들을 만나자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의원들이 어디에도 신고하지 않고 음성적으로 자금을 만들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인 출판기념회. 대부분의 의원이 임기 중 한 차례 이상 출판기념회를 연다. 국회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지난 6월까지 1년6개월간 96회의 의원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국정감사 대상인 공공기관들은 ‘필참’이다. 의원들에게 눈도장을 찍으려는 피감기관 관계자들이 출판기념회에 몰리고, 최대한 ‘손님’을 끌어모으려는 의원들 탓에 잡음이 불거진 적도 많다.

 최근 당내 경선에 출마한 한 새누리당 A의원은 출마 직전 산하기관이 많은 곳으로 상임위를 옮기고 곧바로 출판기념회를 열어 선거비용을 마련했다. A의원은 “정치자금이 빠듯한 상황이니 이해해 달라”고 했다.


 한 여당 중진 의원은 똑같은 책으로 국회에서 한 번, 자신의 지역구에서 또 한 번 출판기념회를 열어 두 번 지갑을 열어야 하는 피감기관으로부터 원성을 샀다.

 출판기념회가 열리는 시점도 ‘속 보이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국감이 열리는 9월과 새해 예산안이 처리되는 시점인 연말 사이에 집중돼 ‘저의’를 의심받곤 했다.

 의원들의 출판기념회는 동료 의원들에게도 부담이다. 새누리당의 한 3선 의원은 “몰라서 넘어가는 경우를 제외하곤 모든 의원의 출판기념회에 다 참석해 책값을 낸다”며 “10만원은 좀 적은 것 같아 최소 20만원은 내고 있는데 출판기념회가 몰려 있으면 사실 상당히 불편하다”고 털어놓았다.

 ◆김무성· 유인태 등은 출판회 안 해=드물게 출판기념회를 열지 않은 의원들도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비롯해 정갑윤 국회부의장, 이한구·유승민·진영·유기준·서상기·주호영·김태환·한선교·김세연 의원 등이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2011년 12월 열린 출판기념회 에서 신용카드 결제기기를 설치해 정가만 받았다. 김무성 대표는 “대필이나 짜깁기를 하지 말고 직접 자기가 삶과 비전을 써야 한다”고 충고했다. 한선교 의원은 “모금을 염두에 둔 것처럼 비치는 게 싫어 출판기념회를 열지 않았다”며 “만일 책을 내게 되면 서점에 맡겨 팔지 국회에서 팔진 않겠다”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엔 유인태·이목희·인재근·최민희·진성준·김기준 의원 등이 출판기념회를 하지 않았다. 주승용 의원은 예전엔 출판기념회를 한 적이 있지만 지난 2월 “정치개혁에 앞장서겠다”며 예정됐던 출판기념회를 취소했다. 유인태 의원은 “3년 전 출판 제안이 왔지만 책을 내면 현직에 있는 사람들의 실명을 거론해야 하고, 그 얘기를 빼고 나면 내 자랑뿐인데 그런 책은 내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실성이 떨어지는 정치자금법의 문제를 지적했다. 현행법상의 모금 한도(연간 1억5000만원·선거 있는 해는 3억원)로는 지역구 사무실 운영도 힘들다는 것이 의원들의 주장이다.

이가영·이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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