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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거청춘' 밥은 먹고 다니냐





[젊어진 수요일] 청춘리포트 - 자취생 20인 밥상 보고서
청년 인구의 42%, 128만명 자취생활
방학에도 등록금 알바, 취업스터디
시간도 돈도 부족해 식사는 늘 뒷전





















 ‘자취’는 청춘의 지배적인 주거 형태입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12년 기준으로 청년 인구(19~24세) 가운데 41.8%(약 128만 명)가 자취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청춘리포트는 서울에서 자취하는 대학생 20명의 일주일(7월 28일~8월 3일) 식단을 추적했습니다. 아침·점심·저녁 298끼에 이르는 식단입니다. 대부분이 값싸고 먹기 편한 음식 위주로 끼니를 해결하다 보니 심각한 영양 불균형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지금 청춘들에게 이보다 더 다급한 물음이 또 있을까요. 얘들아, 밥은 제대로 먹고 다니니? 



정강현 청춘리포트팀장



자취(自炊). 스스로 밥을 지어먹고 산다는 뜻이다. 원룸·고시텔 등에서 홀로 사는 ‘자취 청춘’들은 과연 자취를 하고 있는 걸까.



 청춘리포트팀이 추적한 자취생 20명의 1주일 식단은 ‘자취’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허술했다. 이들이 1주일간 먹은 식사는 모두 298끼. 그 가운데 직접 차려먹은 식사는 47끼(15%)에 불과했다. 그나마 그 중 절반이 넘는 28끼는 반찬이 하나 또는 둘뿐이었다. 반찬 없이 한 그릇에 담아 먹는 볶음밥 종류가 13끼였고, 통조림·냉동식품 등으로 해결한 식사가 11끼였다. 2명은 냉장고를 아예 쓰지 않았다. 밥솥코드를 꽂아본 적이 없다는 자취생도 3명 있었다.



 특히 자취 청춘에게 아침식사는 아예 없다시피 했다. 20명 중 7명이 1주일간 모든 아침식사를 건너뛰었다. 딱 하루씩 아침을 챙겨먹은 이들은 3명. 메뉴는 각각 방울토마토 10개, 초코파이, 단팥빵 등이었다. 식사라고 부르기에 민망한 메뉴였다. 1주일 내내 아침을 챙겨먹은 자취생은 정모(26)씨와 조모(23·여)씨뿐이었다. 그러나 역시 영양 구성 면에서 부실했다. 정씨의 아침 메뉴는 김밥 한 줄이 전부였다. 정씨는 “아르바이트가 오전 6시부터라 출근하면서 김밥 한 줄씩 사간다”고 말했다. 그는 “군대 전역 이후로 자취방에서 밥을 해먹은 적이 한 번도 없다. 전기료도 아낄 겸 냉장고 사용도 안 한다”고 말했다.



 조씨의 아침 메뉴는 고구마·도넛·시리얼·과일 등이었다. 조씨는 “고구마 10여 개를 한 번에 쪄서 냉장고에 넣어 두고 아침마다 먹거나 시리얼 등으로 아침을 해결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6일간 아침을 챙겨먹은 김모(30·여)씨 역시 메뉴는 스낵바와 바나나·커피가 전부였다. 김씨는 “편의점의 ‘2+1 행사’로 스낵바를 대량 구매한다. 아침으로 스낵바만 먹은 지 넉 달째”라며 “변비에 걸려 바나나를 같이 먹고 있다”고 말했다.



 연세대 식품영양학과 이종호 교수는 “아침을 거르면 저녁에 폭식으로 이어지기 쉽고 이런 불규칙한 식습관이 지속되면 위장질환을 유발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자취생들은 아침·점심을 건너뛸 경우 저녁때 몰아서 음식을 섭취했다. 평균 식비가 아침은 끼니당 2187원이지만 저녁은 9234원으로 4배 이상 많았다. 대학생 김석빈(19)씨는 “하루 한 끼 먹는 날도 많은데 한 번 먹을 때 배부르게 많이 먹는 편”이라며 “그 때문인지 만성 장염을 앓아 한약을 복용했다”고 말했다. 김수민(23·여)씨도 “저녁 약속이 있거나 전날 밤 많이 먹으면 다음 날 아침·점심은 굶는 편”이라고 말했다.





 돈도 시간도 부족한 자취 청춘들은 아르바이트와 취업스터디 등에 치이느라 끼니를 건너뛰고 있었다. 특히 방학은 대학생들이 등록금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집중해서 하는 시기다. 대학생 이명낭(23·여)씨는 “월요일마다 저녁을 굶곤 한다. 취업스터디가 오후 7시에 끝나는데 아르바이트 시작 시간은 7시 반이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서모(25·여)씨는 “올해 안에 취업하려고 스터디를 3개씩 했다. 밥 먹는 데 시간을 쓰면 그만큼 하지 못하는 일이 생긴다”고 말했다. 서씨는 “ 취직하면 잘 챙겨먹을 거라 생각하며 스스로 위안하기는 하지만…”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1인용 식재료를 구입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많았다. 자취 생활 1년6개월째인 이모(24·여)씨는 “프랑스 연수 시절 자취했을 땐 버섯 2개, 치즈 2조각 등 낱개로도 살 수 있었지만 한국에선 다 묶음으로 판다”며 “직접 해 먹는 게 오히려 식비가 더 많이 든다”고 말했다. 이씨는 또 “음식물쓰레기 봉지가 2L부터 판매된다”며 “ 자취생이 2L 봉지를 다 채우려면 한 달 동안 부엌에 음식물쓰레기를 모아 둬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이씨처럼 음식물쓰레기는 자취 청춘들의 최대 적이다. 작은 방에 음식물쓰레기 냄새가 배면 웬만해선 빠지지 않아서다. 이 때문인지 냄새가 안 나도록 음식물쓰레기를 냉장고 냉동실에 얼려서 보관한다는 자취생도 있었다.



 전반적으로 자취 청춘의 식사는 간편하고 빠르게 먹을 수 있는 메뉴에 집중돼 있었다. 밥은 대부분이 즉석밥이었고, 카레·볶음밥·스파게티 등 한 그릇에 담아 먹어 설거지를 줄일 수 있는 메뉴를 선호했다. 에너지바·시리얼·빵 등 먹는 데 채 10분도 걸리지 않는 식사를 선호했다. 식단도 거의 바뀌지 않았다. 조모(26)씨는 자취방에서 차려먹은 9끼 모두 깍두기 반찬이었다. 파프리카·치킨너깃·김이 한두 개씩 더해질 뿐이었다.



 식사 시간도 불규칙했다. 점심을 오후 2시 이후에 먹은 경우가 37끼였다. 오후 3시 이후에 점심을 먹은 경우도 14끼나 됐다. 늦은 밤 야식이나 술자리 안주로 저녁을 대체하는 자취생도 많았다. 과일을 챙겨먹은 끼니는 15끼에 불과했다. 1주일 동안 과일을 한 번도 먹지 않은 자취생도 전체의 절반(10명)에 달했다.



 이종호 교수는 “ 저렴한 가격으로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음식에 치우쳐 있다”며 “각종 식품 첨가물과 단순당·유지류에 치중된 식단을 볼 때 영양소 불균형이 의심된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식사 습관이 불규칙적인 자취생의 경우 과일과 채소·우유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만으로도 건강에 도움이 된다”며 “1회 분량 구매가 힘들 면 손질해 냉동 보관했다가 나눠 먹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서준 기자, 고한솔(서강대 영문과) 인턴기자



[사진설명]



강모(24)씨 하루 평균 섭취량 전문가 진단 하루 필요 열량에 크게 못 미치고 많은 양의 기름진 식사로 심각한 영양 불균형이 우려된다. 과다한 지방 섭취는 추후 성인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박모(22·여)씨 하루 평균 섭취량 전문가 진단 빵·스낵류 등 기름기(지질)를 과다 섭취하고 있으며 칼슘·철분 섭취가 부족하다. 체질량지수는 낮지만 내장 지방이 많은 마른 비만일 가능성이 높다.



분석:연세대 식품영양학과 이종호 교수 연구실 (김민경·김민주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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