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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 '잊혀질 권리' 법제화 필요한가





논쟁의 초점   유럽연합(EU)의 최고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ECJ)가 지난 5월 ‘잊혀질 권리’를 받아들이면서 전 세계적으로 이를 인정할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우리 방송통신위원회는 잊혀질 권리의 법제화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의 검색업체인 구글은 유럽재판소의 판결을 받아들여 개인정보 삭제 전담팀을 설치, 운영 중이다. 자신의 정보를 지워달라는 요청 역시 구글에 쇄도하고 있다. 신중한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법제화를 경계하는 의견을 각각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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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 정당하게 처리해야



이민영
가톨릭대 법학부 교수
1995년 발간된 MIT 교수 니컬러스 네그로폰테의 저술 『디지털이다(Being Digital)』는 미디어기술의 역사를 되짚어보고 모두가 동감하는 상호작용의 세계와 정보의 세계가 결국 하나로 합쳐질 것을 예견하고 있다. 하지만 디지털혁명의 순기능 이면에 현실적으로는 기술디스토피아가 상존한다. 디지털화한 대용량의 정보가 저장·보존되고 인터넷으로 총칭되는 그물망에 연결되어 국경을 넘나들며 유통되고 다시 축적되는 동안 발전된 네트워크기술과 진화된 검색엔진 등으로 변화된 디지털 환경의 편익은 새로운 정보와 함께 그 속에 식별가능성을 지닌 개인정보를 필요로 한다.



 ‘대한민국헌법’이 명시적으로 열거하고 있지는 않지만, 우리 헌법 제10조와 제17조 등에서 도출되는 ‘기본권(기본적 인권)’으로 헌법재판소에서 인정하고 있는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은 정보주체(이용자)의 개인정보에 관한 자기통제권능으로 이해된다. 여기서 파생되어 개별법 차원으로 인정될 수 있는 개인정보 관련 권익은 헌법에 배치되지 않는 한 실정법령으로 규정되는 테두리에서 보장받을 수 있다.



 ‘잊혀질 권리’라는 개인정보 관련 권익이 1995년 ‘유럽연합 준칙’을 근거로 보호됨을 지난 5월 유럽사법재판소에서 판단했지만, 우리 법제가 이를 반영하고 있는지, 아니면 이를 수용할 것인지는 합헌적 법 해석으로 인정하거나 헌법합치적 입법으로 명문화해야 할 사안이다. 물론 헌법상 기본적 인권으로서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으로부터 파생되는 개인정보 관련 권익 중 하나로 ‘잊혀질 권리’를 볼 수 있다는 견해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잊혀질 권리’ 도입은 그 요건·범위·효력·한계 등에 관해 사회적 합의로 추인될 만한 법익교량(큰 이익과 작은 이익 사이를 비교함) 과정이 필요하다.



 세간의 우려로 지적되듯 ‘잊혀질 권리’ 제도화로 인해 ‘언론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 하지만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역시 우월한 지위의 ‘표현의 자유’와 마찬가지로 절대적 기본권은 결코 아니다. EU 집행위원회도 유럽재판소 판결에 관한 진상보고서를 통해 ‘잊혀질 권리’가 절대적 우위의 권리가 아님을 재확인했다. 구체적·개별적 이익형량(언론자유의 제한은 언론의 자유를 보호함으로써 얻는 이익과 그것을 제약함으로써 얻는 이익을 비교해 더욱 큰 이익을 가져 오는 쪽을 우선해야 한다는 원칙)이 관건이다.



 공정하고 적법하게 취급되어야 할 개인정보가 그 처리 목적에 부적합하거나 적절하지 않게 처리되는, 혹은 수집 목적에 비추어 과도하거나 부정확하게 처리되고 있다는 점이 인정된다면 제3자에게 정보주체의 요구사항을 알리고 해당 정보의 삭제·처리정지 또는 링크차단 등의 의무를 개인정보 처리자에게 부과하고 있던 EU 정보보호 규정안에 ‘잊혀질 권리’가 포함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유럽재판소 표결내용에서는 이를 포괄하는 ‘삭제청구권’으로 수정되었음은 주목할 만하다. 중요한 것은 그 심사 평가는 독립적인 전담기관이 맡되 공동규제적 구조도 고려할 만하다. 잊혀질 권리를 요청하는 사람이 수수료를 내게 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



 잊혀질 권리를 법제화하는 과정에서 현행 법을 고려해야 한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서 정보의 삭제요청 등을 규정하고 있지만 ‘사생활침해나 명예훼손 등 타인의 권리침해’를 전제로 하고 있다. 특히 공적 인물의 삭제 등 요청에 대해 삭제·임시조치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개인정보 보호법’은 언론의 취재·보도 등을 위해 처리하는 개인정보에 대해서는 개인정보처리 등 규율사항 일부의 적용을 배제하고 있으며,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의 경우 인터넷뉴스서비스 및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으로 인격권이 침해된 사람은 정정보도청구권·반론보도청구권 등을 행사할 수 있게 돼 있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이민영 가톨릭대 법학부 교수





표현의 자유, 알 권리 고려해야



황성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그동안 유럽을 중심으로 논의되어 왔던 소위 ‘잊혀질 권리’에 대한 관심이 올해 5월 유럽사법재판소의 판결을 계기로 해서 국내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누구나 자신의 개인정보나 사생활에 관한 정보, 그리고 자신의 명예와 관련된 정보가 포털이나 검색엔진을 통해서 함부로 검색되거나 유통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측면만을 본다면 당연히 잊혀질 권리가 인정되어야 한다. 이것을 법제도적으로 수용될 필요가 있다. 여기서 필자는 독자를 위해 간단한 문제를 내고자 한다.



 “정치인 A는 과거에 공직선거법 및 정치자금법 위반의 이력이 있는 사람이다. 정치인 A는 향후 총선에서 국회의원으로 출마하고자 한다. 그런데 포털이나 검색엔진을 통해 자신의 이름을 검색해 보면 공직선거법 및 정치자금법 위반에 관한 기사나 자료 등이 검색된다. 이에 정치인 A는 자신의 과거 이력과 관련된 이러한 기사나 자료 등이 더 이상 검색되지 않도록 포털이나 검색엔진에 대해 요구했다. 포털이나 검색엔진은 이러한 요구를 받아주어야 할까.”



 이 같은 문제에 대한 필자의 생각은 정치인 A의 이러한 요구를 받아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만약 정치인 A의 이러한 요구를 잊혀질 권리에 근거해 받아 주어야 한다면, 좀 더 일반화해 자신에게 불리한 정보를 마음대로 삭제하게 하거나 검색결과를 노출시키지 않게 할 수 있다면, 특정인에 대한 다양한 견해의 형성과 공정한 평가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 즉 우리 사회의 또 다른 중요한 가치인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에 대한 침해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잊혀질 권리가 갖는 한계 내지 딜레마가 존재한다.



 만약 잊혀질 권리가 개인정보나 프라이버시와는 전혀 무관하게, 단순히 자신이 싫어하는 과거를 타인의 기억으로부터 삭제할 수 있거나 타인이 볼 수 없게 할 수 있는 권리로 무분별하게 확장된다고 한다면 잊혀질 권리는 또 다른 ‘검열’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우리는 분명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사실 국내에서는 인터넷을 통해 일반에게 공개된 정보로서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 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피해당사자가 포털 등에 30일 동안 해당 글을 블라인드 처리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임시조치’제도가 운영 중이다. 그런데 이러한 임시조치제도는 현재 피해당사자의 피해구제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반대로 해당 글을 게시한 자의 이의제기 절차를 인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정치인 등이 남용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어 오히려 표현의 자유 및 알권리를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잊혀질 권리가 법제화되는 경우에는 기존 제도와의 충돌문제뿐만 아니라 표현의 자유 및 알 권리를 더욱더 침해하는 상황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누구나 자신의 과거와 관련해 세상 사람들이 알게 하고 싶지 않은 정보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러한 과거의 사실도 우리 역사의 한 부분이다. 누구나 자신의 과거와 관련해 이러한 정보가 검색되지 않도록 혹은 유통되지 않도록 할 수 있다고 한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는 과연 어떠한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특히 국민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정치인 등의 공인과 관련된 공적인 정보는 민주주의가 발전하기 위해 일반 국민들에 의해 평가되어야 할, 그리고 공유되어야 할 정보다. 만약 그러한 정보가 잊혀질 권리를 근거로 삭제될 수 있거나 검색되지 않을 수 있다고 한다면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는 과연 발전할 수 있을까.



 여기서 우리는 개인정보의 보호, 사생활의 보호 이외에도 민주주의, 표현의 자유, 알 권리라는 가치도 존재한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잊혀질 권리의 문제는 이들 상충하는 가치들 간의 조화의 문제로 귀결되게 된다. 국내에서 잊혀질 권리에 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경우 우리는 이 점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황성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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