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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웠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당신의 웃음과 인간미

광대의 마지막은 비극적이었다. 할리우드 배우 로빈 윌리엄스의 자살 소식은 수많은 이들에게 웃음과 위로를 줬던 그의 출연작들을 떠올릴 때 고약한 역설이 아닐 수 없었다. ‘미세스 다웃파이어’ ‘쥬만지’ ‘죽은 시인의 사회’ ‘굿 윌 헌팅’ ‘패치 애덤스’ 등 숱한 출연작에서 따뜻한 휴머니즘과 웃음을 보여줬던 로빈 윌리엄스. 젊은 시절 알코올과 코카인 중독에 빠졌던 그는 이를 극복하는 듯 했지만 2000년대 중반 다시 술을 입에 댔고 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다. 두 번의 이혼, 가까웠던 지인들의 죽음 등 신산한 개인사가 원인이었던 걸로 보인다. 설상가상으로 병마도 그를 덮쳤다. 부인 수전 슈나이더는 14일 성명을 내고 “로빈의 정신 상태는 맑았으며 파킨슨병 초기 진단을 받아 극심한 우울증과 불안 증세를 겪었지만 용감하게 싸웠다”고 밝혔다.

11일 63세로 삶 마감한 로빈 윌리엄스

1951년 시카고에서 태어나 줄리어드 스쿨 연기학교에서 연기를 전공한 그는 87년 공군 라디오 DJ 역을 맡은 ‘굿모닝 베트남’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가 되면서 스타덤에 올랐다. “생존인물 중 가장 웃긴 사람”(연예전문지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1997년)이란 평이 일찌감치 나온 것처럼, 그는 타고난 광대였다. 스탠드업 코미디로 다진 기본기, 역할에 맞춰 변화시키는 팔색조의 목소리는 하루살이 스타들이 명멸하는 전쟁터 할리우드에서 그를 독보적인 존재로 떠오르게 했다. 세대와 국적을 불문하고 수많은 ‘후학’들에게 그는 페이소스가 묻어나는 웃음 연기의 롤모델이었다.

스스로도 영화 배우보다는 코미디언으로 불리는 걸 좋아했다. ‘투씨’의 더스틴 호프먼과 더불어 할리우드 여장 연기의 모범 사례가 된 ‘미세스 다웃파이어’(가정부 할머니 역, 1993), 스타 목소리 연기 붐의 시초로 불리는 ‘알라딘’(램프 요정 지니 역, 1992), 게이 소재 영화로서 당시 유례없는 흥행을 한 ‘버드케이지’(게이 나이트클럽을 운영하는 남자 역, 1996) 등은 제목만 들어도 여전히 절로 웃음이 지어지는 출연작들이다.

웃음이 그의 연기의 한 축이었다면 다른 하나는 진중한 인간미였다. “현재를 즐기라(Carpe Diem)”고 권위에 찌든 명문학교 학생들을 선동하는 교사(‘죽은 시인의 사회’)나 가난한 수학 천재(맷 데이먼)를 “네 잘못이 아니야(It’s not your fault)”라며 감싸안는 심리학 교수(‘굿 윌 헌팅’)는 자연인으로서 그가 보여줬던 인간미와도 무관하지 않다. 낙마 사고로 척추를 다쳐 불구가 된 ‘슈퍼맨’ 크리스토퍼 리브가 대수술을 받는 동안 줄리어드 스쿨 동기이자 절친으로서 코믹한 분장을 한 채 리브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그는 2000년대 중반 리브 부부가 차례로 세상을 떠나자 그들의 아들을 키우겠다고 자청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자신의 아픔을 감춘 채 아이들의 몸과 마음 모두를 치료하고자 했던 의사로 등장한 ‘패치 애덤스’(1998)속 모습은 ‘설정’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불행히도 영화 속에서 보여줬던 웃음은 현실 속 지친 그를 지켜주는 온기로 이어지진 못했다. 광대의 비극이다. 두 번째 결혼에서 태어난 딸이자 배우인 젤다(25)는 12일 트위터(@zeldawilliams)에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속 한 구절을 올렸다. “사랑해요. 보고 싶어요. 항상 하늘을 바라볼게요”라는 말과 더불어. “아저씨는 어느 누구도 갖지 못한 별들을 갖게 될 거야. 아저씨가 밤에 하늘을 바라볼 때면 내가 그 별들 중 하나에 살고 있을 테니까. 내가 그 별들 중 하나에서 웃고 있을 테니까(…).”

젤다의 말처럼 어떤 방식으로 떠났든 그는 관객들의 가슴 속에 항상 웃고 있는 별로 남을 것이다. RIP(Rest in Peace), 로빈 윌리엄스.


글 기선민 기자 murphy@joongang.co.kr, 사진 AP=뉴시스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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