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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복식 전 단식 중인 세월호 유족 손 꼭잡고 말 들어줘

124위 시복미사에 앞서 펼쳐진 카 퍼레이드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월호 유가족 김영오씨의 손을 잡고 위로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프란치스코 교황은 쉴 새 없이 사람들의 손을 잡았다. 보는 이들이 그의 손이 부르틀까봐 걱정할 정도였다. 검게 코팅된 창문을 내리고 시민 한 명 한 명에게 시선을 건네기도 했다. 눈을 맞추려고 까치발을 든 이들에게는 눈인사로 화답했다. “그의 파격(破格)은 더 이상 파격이 아니다”라는 평을 듣는 교황은 한국에서도 상대방이 ‘황송함’을 느낄 만큼 몸을 낮추며 친근하게 다가섰다.

파격으로 벽 허무는 교황

 16일의 광화문 시복식 미사 직전 교황은 세월호 유족들 앞에 차를 세웠다. 30일 넘게 단식 농성을 이어가던 김영오(57· 단원고 학생 고(故) 김유민양의 아버지)씨의 손을 잡고 한참 동안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 자리에서 노란 종이에 쓴 편지도 받았다. 김씨는 교황의 옷깃에 달린 노란 리본 모양의 배지를 바로 세워줬다.

 전날 대전 솔뫼성지에서 열린 아시아청년대회 도중 교황은 갑자기 고개를 들어 청년들에게 “피곤한가”라고 물었다. “노(No)”라는 대답이 울려퍼졌다. 교황은 방긋 웃으며 “연설할 때 종이를 보고 하는 게 아니라더라. 나는 영어가 서툴다”며 이탈리아어로 강론을 시작했다. 한국·캄보디아·홍콩 청년들의 질문에 30분 가까이 성서 이야기를 곁들이며 대답했다. 예정에 없던 일이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침묵 기도도 갑작스럽게 이뤄졌다. 기도 전에는 남북한의 분단에 대해 “한 가족이 둘로 나뉜 것은 큰 고통”이라며 “다만 형제간에 쓰는 언어가 같으니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청년대회에 앞서 세월호 유족들과 만난 자리에서 교황은 “십자가를 지고 도보 순례를 한 세월호 희생자 승현군의 아버지 이호진(56)씨가 아직 세례를 받지 못했다”는 한 유족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 자리에서 교황은 “세례식을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김씨의 세례식은 17일에 치러질 예정이다.

세월호 유족에게 세례식 약속
교황은 자신을 ‘거리의 사제’라고 부른다. 취임 이후 처음 브라질을 방문했다가 바티칸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그는 “부에노스아이레스(교황의 모국인 아르헨티나의 수도)에서는 사람들이 나를 ‘카예헤로(Callejero)’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카예헤로는 ‘거리의’ 또는 ‘걷기를 좋아하는’이라는 뜻의 스페인어다. 길을 걸으며 사람들을 만나는 일을 즐긴다는 의미다. 지난 6월에는 로마의 거리에 나온 한 환자에게 다가가 얼굴에 입을 맞췄다.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의 군중 속에 있던 환자를 껴안은 적도 있다.

 그는 한국에서도 걸으며 사람들을 만났다. 도중에 여러 아이들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방문 첫날인 14일에는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정문에 도착하기 전에 차에서 내려 20m가량을 걸었다. 환호하는 시민들에게 교황은 연신 손을 흔들었다. 건물에서 나올 때도 마찬가지였다. 장시간 기다린 가톨릭 신자들과 일반인들을 향해 손인사를 건넸다. 그가 탄 차는 도보 속도로 천천히 움직였다. 교황은 기다리던 지체장애인의 손을 잡아줬다.

“셀카 촬영 자연스럽게 보여”
기차(KTX)에 탄 15일 오전에도 마찬가지였다. 갑작스러운 교황의 등장에 일반 승객들은 크게 놀랐다. 대전역에서 기다리던 신자들에게도 교황은 손을 내주었다. 대전월드컵경기장에 들어가는 길에는 아버지가 번쩍 들어올린 어린이의 이마를 어루만졌다.

 교황은 늘 ‘셀카’ 촬영에도 흔쾌히 응했다. 15일 청년들과의 만남에서, 16일 서소문 성지 방문에서도 스마트폰을 들고 다가오는 이들을 피하지 않았다. 유흥식 천주교 대전교구장은 “교황과의 셀카 촬영이 특이한 일이 아닌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자연스러워 보였다”고 말했다. 페데리코 롬바르디 교황청 대변인은 “과거 남아메리카, 리우데자네이루, 이탈리아 로마 등에서 교황이 행한 일들이 한국에서도 똑같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라며 “이것이 어느 곳에서나 드러나는 자연스러운 교황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교황의 모습은 이미 여러 곳에서 확인됐다. 지난 5월의 중동 방문 때 교황은 갑작스럽게 차를 세웠다. 베들레헴에서 공개 미사가 치러지는 구유 광장으로 이동하던 길이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리 장벽 앞에서 교황은 차에서 내려 5분 동안 평화를 위한 기도를 올렸다. 그리고 즉석에서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대통령을 교황청으로 초청했다. 양측은 교황의 초대를 받아들여 다음 달인 6월 바티칸에서 만나 포옹하고 평화의 상징인 올리브나무를 함께 심었다.


유재연 기자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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