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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 속에 하나 된 한국 … 이제 공동선 위해 협력하길"

프란치스코 교황은 15일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이 전달한 노란 리본을 달고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집전했다. 교황이 미사에 참석한 세월호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있다. [대전=사진공동취재단]


“파파(Papa·교황님).”

교황, 세월호 가족이 준 리본 달아
900㎞ 십자가 메고 온 희생자 아빠
오늘 직접 세례 주기로 약속도
"십자가는 바티칸으로 가져 갈 것"



 김학일(52)씨가 프란치스코 교황을 불렀다. 교황이 돌아보자 김씨가 길이 130㎝ 나무십자가(아래 사진)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저 십자가에는 300명의 억울하게 죽은 영혼이 함께 있습니다. 교황님께서 억울하게 죽은 영혼들을 위해 미사를 집전해 주시기 바랍니다.” 유흥식 천주교 대전교구장(주교)을 통해 설명을 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15일 교황이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집전하기 직전 옷을 갈아입는 제의실에서 벌어진 일이다. 김씨의 요청에 화답하듯 교황은 미사에서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인해 생명을 잃은 모든 이와 여전히 고통 받고 있는 이들을 성모님께 특별히 의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비극적인 사건을 통해 모든 한국 사람이 슬픔 속에 하나가 되었으니 공동선을 위해 연대하고 협력하는 그들의 헌신적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파파”라고 교황을 부른 김씨는 세월호 사고로 희생된 안산 단원고 김웅기(17)군의 아버지다. 역시 희생된 단원고 이승현(17)군의 아버지 이호진(56)씨와 함께 지난달 8일 길이 130㎝, 무게 6㎏ 십자가를 메고 경기도 안산시를 출발해 걸어서 전남 진도 팽목항까지 갔다가 지난 14일 대전에 도착했다. 약 900㎞를 걸어간 것이었다. 그러곤 15일 미사에 참석해 다른 희생자 가족 등과 함께 교황을 만났다.



 이날 미사에는 천주교 수원교구가 추천한 세월호 희생자 가족과 생존자 37명이 참석했다. 그중 10명은 교황을 직접 만났다. 세월호유가족대책위원장 김병권(50)씨 등 희생자 가족과 구조된 학생 2명 등이었다. 가톨릭 신자가 아닌 가족도 있었다.



 만남은 약 15분간 비공개로 진행됐다. 오간 얘기는 김 위원장이 미사가 끝난 뒤 취재진에게 전했다. 가족들은 교황에게 바라는 바를 말했다. “실종자 10명을 찾을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 “광화문 미사 때 그곳에서 33일째 단식하는 희생학생 아빠를 안아 달라” “우리 아이들이 왜 죽어갔는지 이유를 알고 싶다. 진상규명 특별법이 제정돼야 한다” 등이었다.



 교황은 얘기하는 희생자 가족들의 손을 일일이 잡고 고개를 끄덕였다고 한다. 가족들은 노란 손수권과 노란 리본·팔찌, 그리고 희생자들의 사진이 든 B4 용지 크기의 앨범 수첩을 교황에게 전달했다. 교황은 이때 받은 노란 리본을 바로 가슴에 달고 미사를 진행했다. 김 위원장은 “교황께서 세월호 희생자를 잊지 않겠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나타낸 것 같다”며 “매우 만족스럽고 교황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팽목항 도보 순례단이 ‘아이들의 눈물’이라며 팽목항에서 떠온 바닷물을 이날 교황에게 직접 전하려 했으나 경호 문제로 액체 성분을 갖고 경기장에 들어오는 것이 금지돼 취소했다. 생존 학생들은 스페인어와 영어로 쓴 편지를 교황에게 건넸다. 이들은 “(희생된) 친구들의 억울함을 빨리 풀어 달라고 하고 싶었는데 너무 떨려 말이 안 나와 얘기를 못했다”고 했다.



 교황은 가족들에게 묵주를 선물하고 “기억하겠다”고 말한 뒤 자리를 떴다. 김학일씨가 “파파”라고 교황을 부른 건 바로 그때였다. 팽목항에 가져갔던 십자가는 교황을 만나기 전에 미리 제의실에 갔다놨다. 천주교 교황방한위원회는 이날 “교황이 십자가를 바티칸으로 가져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팽목항 십자가 도보 순례를 마친 뒤 이날 교황을 만난 이호진씨는 16일 교황으로부터 직접 세례를 받는다. 천주교 관계자는 “이호진씨가 2년여 동안 세례를 받기 위해 준비했으나 아직 받지 못했다는 소식을 듣고 교황께서 내일(16일) 숙소인 교황청대사관저에서 세례를 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교황수행기자단=고정애 특파원, 대전=최종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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