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중국 실크로드 프로젝트 심장 간쑤성을 가다





로마군 후예가 지은 절 복원 … 십자가도 세워 '동서 문화 접속'









중국 간쑤(甘肅)성 진창(金昌)시 융창(永昌)현 리첸촌에 금산사(金山寺)라는 절터가 있다. 고대 로마군 후예들이 이곳에 정착해 세운 절이다. 요즘 이곳엔 공사가 한창이다. 총 연장 1.2㎞나 되는 성을 쌓고 그 내부에 절을 복원하고 각종 관광 시설을 짓고 있다.



 중국이 낙후된 서부지역 개발을 위해 고대 실크로드 경제권(一帶)과 21세기 해상 실크로드(一路)를 하나로 묶으려는 장기 국가 발전 계획 ‘이다이이루(一帶一路)’에 맞춰 진행하는 ‘리첸성 프로젝트’ 현장이다. 간쑤성은 실크로드 경제권을 의미하는 ‘이다이’ 건설의 핵심 지역이다. 복원 중인 절 한 중앙엔 이슬람 사원 형식의 건물이 자리 잡고 있다. 주변엔 불교의 사대천왕이 있고 관우상도 보인다. 돔형 건물 내부는 마무리 공사로 공개하지 않았지만 십자가도 있다.



 리첸성 입구엔 아예 로마군 조각이 세워져 있다. 쉬잉녠(徐英年) 진창시 선전부 부부장은 “로마군 후예가 세운 절에 동서 문명의 화합과 융화를 위해 불교와 기독교·이슬람교·힌두교가 공동으로 예배를 보고 각종 종교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있다”고 소개했다. 중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도 처음 있는 일이다. 2000년 전 로마군단을 일깨워 동서 문화 융합을 노리고 동시에 중화 문명과 경제 부흥을 노리는 ‘이다이이루’ 전략이라 할 수 있다.



 리첸성 옆에는 조그만 토담집 마을이 있다. 주민 수는 300여 명. 이 중 30여 명은 머리가 갈색이고 눈동자는 파랗다. 콧날도 서양인을 닮았다. 융창현과 그 주변에 이 같은 모습의 주민은 400여 명. 이들이 중국에 정착한 로마군 후예다.



로마군 후예인 뤄잉 간쑤성 융창현 관광국 대외담당.
 사연은 2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원전 53년 로마의 집정관이자 카이사르·폼페이우스와 함께 3두(頭) 정치의 당사자인 크라수스가 한나라와의 무역로를 개척하기 위해 4만의 병력을 이끌고 파르티아 왕국(오늘날의 이란·이라크)을 침략했으나 대패했다. 당시 크라수스의 아들 푸블리우스 크라수스는 6000명의 병력과 함께 포위망을 뚫고 서한으로 탈출했고 이후 그 후예들이 리첸에 정착했다.



 중국 서북민족대학 관이취안(關意權) 교수와 호주 애들레이드대학 데이비드 해리스 연구원 등은 2005년 리첸 주민들의 유전자 검사를 통해 이들이 고대 로마 병사들의 후예가 맞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로마군단이 사라진 뒤 20년이 지나 중국 한나라에 ‘로마’를 뜻하는 중국어 표현인 ‘리첸’이라는 마을 이름이 나타났다는 데 착안해 이 같은 사실을 추적했다. 리첸에서 로마까지의 거리는 약 1만㎞다.



 리첸성은 요즘 매일 수백 명의 관광객이 몰린다. 이 중 10%는 유럽인이다. 로마군 후예 대표 격인 뤄잉(羅英) 융창현 관광국 대외담당은 7일 “관광객이 몰려 주민들의 생활에 불편이 크다. 그러나 실크로드 경제권 건설을 촉진하고 동서 문화 화합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관광가이드를 하고 있다. 앞으로 리첸에 고대 로마식 종합 위락단지를 조성하는 게 로마군 후예들의 꿈”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쑨젠쥔(孫建軍·41)은 “정부가 로마인 후예 거주지 보존을 위해 토담집 개조를 금하고 있다. 관광객 안내를 하면 시 정부가 매년 1800위안(약 30만원) 정도를 보조하나 터무니없이 적다”고 말했다.



 간쑤성 장예(張掖)시는 말(馬)의 도시다. 고대 실크로드 시절 상인들은 이곳에서 말을 거래하고 좋을 말을 골라 티베트로 향했다. 지난 8일 이곳에선 중국 최초의 ‘말(馬)문화 국제포럼’이 열렸다. 천커궁(陳克恭) 장예시 당서기와 자요우링(賈幼陵) 중국마사협회장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두 시간에 걸친 포럼의 결론은 “말은 실크로드의 경제이자 중화 문화의 일부”라는 거였다.



 장예시 외곽 치롄(祁連)산 기슭에 위치한 세계 최대의 산단(山丹)군마장은 말 문화 창조의 선두 주자다. 한대부터 군마를 조련하고 방목했던 이곳은 2130년 역사를 자랑한다. 면적은 2195㎢에 달하고 사육하는 말만 1만 필이 넘는다. 산단 군마장에선 이미 전문 팀이 구성돼 한대부터 내려온 말 관련 서적을 연구해 말 조련과 사육·품종 등 체계적인 실크로드 말 역사와 문화 정리 작업에 들어갔다. 또 산단 군마장 산하에 식품공장을 만들어 말고기는 물론 사료와 관련 약품 등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말 레저산업 육성에도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미 홍콩과 일본의 경마 문화와 산업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레저로 인기를 끄는 승마 문화 조성을 위해 한국의 제주도를 주목하고 있다. 중국 최고 기수 중 한 명인 진중(<9773>鍾)이 지난 3월 제주도를 방문해 한국의 승마 문화를 보고 왔다. 그는 “실크로드 경제권 건설과 함께 중국 승마 문화의 체계적인 발전이 필요한 만큼 제주도의 선진 승마 문화를 배우고 협력도 추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실크로드 경제권 건설과 함께 농촌도 변화 바람이 불고 있다. 융창현 난바(南<58E9>)마을 주변은 대부분 자갈 사막이다. 농작물 재배가 어렵다 보니 산시성에서도 가장 가난한 마을이다. 그러나 올 초 마을 주민들이 현 정부의 도움을 받아 척박한 자갈 사막에도 재배가 가능한 ‘보리지’라는 한해살이 식물을 찾아냈다. 보리지는 독특한 오이향으로 샐러드나 생선 요리에 이용된다. 또 잎과 꽃은 향료나 화장품 제조에 사용되고 감기와 피부염·해열에도 효과가 있는 약초이기도 하다. 실크로드를 활용해 보리지를 국내는 물론 중앙아시아와 유럽으로 수출해 보자는 것이다. 현재 수만 평에 시험 재배해 가능성을 확인했다. 차이구이화(柴桂華)촌 서기는 “2년 후에는 마을 주변 수천만 평의 자갈 사막이 보리지 꽃으로 뒤덮여 현에서 가장 아름답고 소득이 높은 마을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 같은 변화는 간쑤성이 실크로드 경제권 건설을 위해 추진 중인 ‘1313 중화문명 전승·창조 프로젝트’와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이른바 ‘이다이싼취(一帶三區)’ 계획이다. 이다이는 실크로드 칭양(慶陽)~둔황(敦煌)을 잇는 1500여㎞ 문화구의 문화발전벨트 내 실크로드 유적지 발굴이다. 싼취는 ▶둔황 중심의 서 황하(河西) 문화생태구 ▶황허문화 중심의 란저우(蘭州) 문화산업구 ▶중화 시조 문화 중심의 룽둥(<96B4>東) 동남문화 역사구를 뜻한다. 황화 유역 고대 문명을 찾아내 서북부 중화문명 부흥을 꾀하고 이를 중앙아시아와 아랍·유럽으로 전파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미 지난해에만 관련 329개 항목에 293억 위안을 투자했다. 그 결과 성내 문화산업 총생산액이 108억 위안에 달해 전년 대비 20% 이상 성장을 기록했다. 우밍밍(吳明明) 진창시 당 서기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이다이이루’의 핵심은 기존 실크로드 경제 개념에 문화와 환경을 더해 새로운 중화문명을 창출하고 이를 해외로 확산시켜 동서 화합과 평화의 시대를 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란저우·진창·장예(간쑤성)=최형규 특파원



◆ 이다이이루(一帶一路) : 시진핑 주석이 지난해 9월 카자흐스탄 방문 시 실크로드 경제권 건설을, 지난해 10월 인도 방문 시 국회 연설에서 21세기 해상 실크로드 공동 건설을 각각 제기하면서 중국의 장기 국가 발전 전략이 됐다. 육상은 산시(陝西)성 시안(西安)에서 시작해 중앙아시아와 유럽까지, 해상은 동남아를 경유해 인도와 아랍·유럽·아프리카까지 이어진다. 서부 대개발에 중화 문명 세계화를 노린 중국의 경제·문화 발전 전략이다.



사진 설명



복원 마무리 공사가 한창인 중국 간쑤성 리첸촌의 리첸성 관광단지. 단지 내 돔형 사원에는 동서 문화 화합 차원에서 불교·기독교·이슬람교·힌두교 등 4개 종교의 종교시설들이 들어선다.



단지 바로 옆에 건설 중인 관광·숙박 시설.



로마군 후예들이 사는 리첸촌 마을 입구의 안내문. 중국어·영어·이탈리아어와 함께 한국어 안내문이 있다. 한국인 관광객도 유치하려는 것이다.



리첸촌 유적지 표지석.



로마군 후예들의 리첸촌 정착을 기념하는 비석과 개선문 형식의 조형물. [리첸=최형규 특파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