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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경의 남자를 위하여] 남자가 종교를 말하는 방식

김형경
소설가
이따금 아내의 종교 활동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남자들을 만난다. 그들은 아내가 교회나 성당에 다니는 일을 못마땅해한다. “아내 따라 다녀봐요. 사랑받을 텐데.” 장난처럼 말을 건네면 이어지는 답도 비슷하다. “한두 번 따라 가봤는데 설교 내용이 적합하지 않더라, 시끄러워서 못 있겠더라, 사람이 많아서 엉덩이 붙일 데도 없더라” 등등. 남자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그 핑계 속에 담긴 진짜 이유를 짚어보게 된다.



 아내의 종교 활동에 대해 불평하는 남편들의 마음 속에는 자신이 아내의 주요한 관심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에 대한 불안이 있다. 심지어 아내의 사랑을 더 많이 받는 듯 보이는 상대가 감히 대적할 수도 없는 존재라니, 오이디푸스기의 불안이 솟구칠 만도 하다.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다”라고 말한 사람처럼 어떤 남자들은 종교가 의존 대상을 넘어 중독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 종교에 중독된 아내가 기어이 자신과 가정을 떠나 모든 생을 그곳에 쏟아부을까봐 두려워한다. 현실에서 이따금 그런 사건들이 터지면 남자들의 걱정은 힘을 얻는다. 그럴 때조차 엄마가 집을 비우기만 해도 덜컥 겁먹었던 유년기의 분리 불안이 작용하는 셈이다. 남편들은 또한 아내가 종교적 신념을 자기에게 강요하는 일을 불편해한다. 어떤 가장은 “전도 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아내의 신앙 생활을 허락했다고 한다. 반면 대부분의 남편들이 “한두 번은 따라가 보았다”고 할 만큼 아내들은 자신이 맛보는 축복을 남편에게도 맛보여주고 싶어 한다.



 남편들이 아내의 종교 활동에 대해 걱정하는 갖가지 이유는 사실 남자들의 내면 문제가 투사되는 현상이다. 아내 이외의 여자에게 늘 관심을 두며 그 사실을 아내가 모르기 바라는 이들은 남편 쪽이다. 일이든 알코올이든 어떤 대상에 중독되는 성향도 남자가 더 강하고, 자기 신념을 타인에게 주입하려는 성향도 남자가 더 크다. 가장은 온 가족이 자기 신념을 따라주기 원하며, 아내가 종교 활동을 하지 않기 바라는 의지도 관철시키고 싶어 한다.



 종교는 인류의 지혜를 실어 나르는 그릇이다. 문화권에 따라 언어와 상징이 다를 뿐 똑같은 기능을 하면서 공동체 구성원에게 사랑과 자비를 가르쳐 왔다. 자기보존 본능에 충실한 인간이 2000년 이상 지켜온 습속이라면 인류에게 그만한 유익함이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아마도 절대자 앞에 엎드릴 수 있는 이들의 순복된 선연심과 간곡한 사랑이 가정과 인류를 지켜왔을 것이다.



김형경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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