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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위안부 할머니 부끄럽게 여긴 부끄러운 우리

채병건
워싱턴 특파원
미국 가톨릭계 잡지인 ‘아메리카’에 지난 6월 28일(현지시간) 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기고문이 실렸다. 데니스 핼핀 존스홉킨스대 객원연구원은 “수만 명의 소녀와 젊은 여성들이 일본군에 의해 회유당하거나, 협박당하거나, 납치되거나, 팔리거나, 사로잡혀 성노예가 됐다”고 명기했다. 위안부가 마치 돈을 목적으로 자발적으로 충원됐다는 식의 반역사적 주장을 하는 일본 우익을 정확하게 반박했다. 핼핀 연구원은 그러면서 자신의 경험담을 함께 담았다.



 “40여 년 전 나는 미국 평화봉사단의 일원으로 서울에 있었다. (그때) 지역 사회의 인사들로부터 다 쓰러져 가는 한 작은 가게에는 들르지 말라는 얘기를 들었다. (이 가게는) ‘일본의 창녀였던 여자가 운영한다’면서다. 위안부들은 돌아왔어도 대부분 가족도 없이 버림 받았고, 반기는 사람이 없는 가혹한 현실을 견뎌야 했다.” 핼핀 연구원은 “교황이 위안부 생존자들을 껴안고 도울 수 있다”며 “위안부를 만나 하느님의 사랑과 희망, 관용의 메시지를 전하는 데 교황만 한 분은 없다”고 제안했다.



 한 달 후인 지난달 30일 오후 한국에서 온 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옥선·강일출 할머니가 백악관을 찾았다. 오후 4시쯤 시작된 백악관 실무진과 면담은 두 할머니들이 기구한 인생 역정을 토로하며 2시간 넘게 계속됐다. 한 배석자는 “할머니들의 얘기에 누가 끼어들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전했다. 이옥선 할머니는 “도망치다 잡혔더니 다시는 도망가지 못하게 하겠다며 일본군이 칼로 내리쳤다”며 다리의 칼자국을 실무진에게 보여줬다. 강일출 할머니는 “위안부로 끌려갔다 돌아오니 가족들은 어디로 갔는지 다 사라졌다”고 했다. 백악관의 폴렛 애니스코프 공공업무국장은 티슈를 꺼내 눈자위를 훔쳤다고 배석자는 전했다. 이날 저녁 워싱턴의 한 호텔에서 열린 ‘미주 한인 풀뿌리 활동 회의’에서 만난 이옥선 할머니는 심경을 묻는 기자에게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물론 백악관 인사가 위안부 할머니들을 만났으니 뭔가 결정적인 해법이 곧 나오리라고 믿는다면 기대가 현실을 앞서가는 순진함이 된다. 그럼에도 위안부 할머니들의 문제는 이제 국제사회에서도 ‘인권의 문제’가 됐다. 애니스코프 국장은 “위안부는 인권의 문제로 인권보다 앞서는 것은 없다”고 할머니들에게 밝혔다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 되기까지 너무 오래 걸렸다. 당사자였던 한국 사회는 불과 십수 년 전까지 위안부 할머니들을 터부시했다. 우리는 가해자와 피해자를 구분하지 못했고 그저 수치만을 의식했다.



 방한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위안부 할머니들을 만난다. 교황이 위안부 할머니들의 고통을 껴안고 위로해 주기를 바라는 것은 종교를 떠나 모든 이들의 바람일 게다. 이를 통해 한때 위안부 할머니들을 부끄럽게 여겼던 우리의 부끄러운 모습도 함께 치유됐으면 한다.



채병건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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