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변기통 핥게 해" "이유 없이 실탄 장전 총 겨눠"

“선임병이 경계 근무 중 실탄이 든 총을 아무 이유 없이 겨누며 위협했다. 정신이 들게 한다며 소총에 착검된 대검으로 멍이 들 때까지 때렸다.”(A병장)



본지, 병사 108명에게 물었더니
"대검으로 때리고 곤충·먼지 먹여 … 소원수리 내면 소문 나 왕따당해"
5명 중 1명꼴로 가혹행위에 노출

 “변기통을 핥게 하고 먼지를 뭉쳐 먹게 했다. 고막이 터질 정도로 뺨을 때리거나 욕설을 하는 것은 기본이었다.”(B상병)



 병영 내 가혹행위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악마 같은 괴롭힘’도 있었다. 본지 기자들이 지난 5일 하루 동안 서울역과 용산역, 동서울터미널에서 현역 병사 108명을 만나 직접 취재한 결과다. 이들 중 직·간접적으로 가혹행위를 경험한 병사는 22명이었다. 5명 중 1명이 가혹행위에 노출된 셈이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2명 중 구타 등 가혹행위를 직접 당한 병사는 6명. 다른 병사가 당한 가혹행위를 보거나 들은 병사는 16명이었다. 구타(6명), 괴롭힘(14명), 따돌림(3명), 성추행(2명), 언어폭력(2명). 종류도 다양했다.



 취재에 응한 병사들은 “보복이 두렵습니다” “부대가 알게 되는 것 아니죠?”라며 조심스러워했다. "부대에서 언론과 인터뷰 하지 말라고 교육 받았다”고 밝힌 병사도 적지 않았다. 인터뷰에 응한 병사들도 누가 볼까봐 주변을 살폈다. 본지가 병사의 이름과 소속 부대명을 싣지 않는 이유다.



 B상병은 말을 이어가는 동안에도 과거의 일이 떠오른 듯 몸을 떨었다. B상병에 따르면 신병 시절 선임병들은 “내무실 청소를 제대로 못했다”며 그에게 변기통을 핥게 시켰다. 구타를 당한 날도 많았다. B상병이 소원수리함에 구타 사실을 적어 넣었으나 바뀌는 건 없었다. 소원수리서를 본 부사관은 지휘관에게 알리지 않았다. 오히려 B상병에 대한 괴롭힘은 더 심해졌다. 이를 알게 된 부대원들은 그를 ‘투명인간’ 취급하며 왕따시켰다. B상병은 “부모님께 전화를 할 때 선임병들이 옆에서 감시했다 ”고 말했다.



 C병장은 이병 시절 총기 번호를 외우지 못하면 면봉으로 관물대를 닦거나 한 달치 식단표를 외워야 했다. C병장은 “병장이 맞선임(바로 위의 고참)을 불러 혼을 냈고 다시 맞선임이 나를 혼내는 ‘내리갈굼’이 계속됐다”고 말했다. 또 D일병과 E병장은 언어폭력을, F일병은 잠 못 자게 하는 괴롭힘을 당했다고 말했다.







 부대 내에서 강제추행 등 성폭력이 있었다는 병사도 있었다. G병장은 “올해 초 바로 옆 부대에서 선임병이 자신의 동기들과 같이 후임병에게 성폭력을 했다가 교도소에 갔다”며 “그 부대에선 신병이 가혹행위를 못 견디고 탈영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개미 등 곤충을 먹이거나 구토할 때까지 음식물을 강요하는 경우도 있었다. H상병은 “신병이 들어오면 군기를 잡기 위해 벌레를 먹으라고 지시한다”며 “많이 없어지긴 했지만 지금도 가끔 있는 일”이라고 했다. 가혹행위마다 별도의 이름이 붙어있었다. 악기바리(PX 등에 가서 음식을 계속 먹이는 행위), 매미(선임이 허락할 때까지 침상에 매달려 있는 것), 벽면대기(벽을 바라보 는 것) 등이다. I병장은 “컵라면 3~4개를 후임병에게 한번에 다 먹게 한다”며 “못 먹으면 욕설을 하고 먹으면 ‘잘한다’고 박수를 친다”고 말했다.



 가혹행위 방지 대책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이 적지 않았다. J일병은 “소원수리함에서 지난해 전역한 소대장 지갑이 나올 정도로 관리가 제대로 안 되고 있다”며 “상담도 간부가 ‘없지?’라고 묻고 끝낸다”고 말했다. K병장은 “소원수리를 다 같이 모여서 쓰는데 그때마다 선임이 ‘허튼 수작 부리지 마라’며 미리 경고를 한다”고 했다.



 ◆수도권 사단에서도 구타·가혹행위=6일 수도방위사령부에 따르면 경기도 남양주의 71사단 소속 전모(21) 일병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3월 수차례에 걸쳐 선임병들로부터 진압봉과 야구방망이로 엉덩이를 맞았다고 주장했다. 또 선임병들이 자신의 부모를 욕하도록 강요했다고 말했다. 구타로 다리를 다친 전 일병은 현재 군 병원에서 두 달째 치료를 받고 있다. 수방사 검찰은 가해자로 지목된 7명 중 3명을 상대로 수사하는 한편 이미 전역한 4명에 대해선 관할 검찰·경찰에 사건을 이첩해 함께 조사하고 있다.



안효성 기자, 고한솔·공현정·김호정·문채석·박은서·신중후·윤소라 대학생 인턴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