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군대 못 믿겠다 … 매주 면회 가서 내 아들 내가 지킨다"

6일 오전 충남 논산시 육군훈련소에서 신병수료식이 열렸다. 가족과 친구들이 갓 이등병 계급장을 단 병사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논산=프리랜서 김성태]

“매주 면회 갈 생각이다. 아무도 못 믿는다. 내 아들은 내가 지켜야 하지 않겠나.”(강숙·47·여·경기도 남양주시)

 “마흔에 얻은 아들이 의대를 휴학하고 의무병으로 간다. (윤 일병) 가혹행위 사고가 의무대에서 일어났다는데 전역할 때까지 부모로서 편하게 잠을 못 잘 것 같다.”(김현식·60·전남 여수시)

 6일 오전 충남 논산시 연무읍 육군훈련소. 지난 6월 30일 입소했던 훈련병 1759명의 신병수료식이 열렸다. 대부분 바로 부대에 배치되고, 일부는 2~4주 추가 교육을 받는 장병들이 거의 6주 만에 가족과 만났다.

 오가는 얘기엔 불안감이 깊게 배어 있었다. 28사단 윤모(20) 일병 사망 사건과 22사단 일반전초(GOP) 총기난사 등 최근 잇따라 일어난 군대 내 사건 때문이었다. 박모(23) 이병은 “어제(4일) 정신교육 때 처음으로 소대장에게 윤 일병 사고 소식을 들었다”며 “어떤 선임을 만날지 긴장된다”고 말했다. 김모(21) 이병은 “훈련소에서는 동기들과 생활해 괜찮았는데 신경이 많이 쓰인다”고 했다.

 부모들의 걱정은 더 했다. 김승임(47·여·광주광역시)씨는 “아들이 아토피가 심해 때론 밤새 긁는다. 그 때문에 옆에 선임병이 잠을 못 자면…”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아들 문태영(21) 이병은 “얼마 전 체력단련에서 1등 했다”며 “어머니가 생각하는 것처럼 약하지 않다”고 어머니를 위로했다. 아들을 껴안으며 “무조건 건강하게만 돌아와 달라”고 하는 부모도 보였다.

 정점희(51)씨는 “아들이 훈련소에 있는 동안 다섯 번 통화하면서 ‘군대가 괜찮아졌다’고 안심했는데 윤 일병 사건이 터졌다”며 “그야말로 천국에서 지옥으로 떨어진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에서 온 유숙원(48·여)씨는 “입대할 때만 해도 아들이 편한 곳에 가길 바랐는데 이젠 그게 아니다”며 “그저 안전한 곳에서 좋은 사람들과 지내기를 바랄 뿐”이라고 했다.

 강숙씨는 아들 김현우(21) 이병에게 “(군에서) 너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잖니. 괴롭히면 괴롭힌다, 아프면 아프다고 꼭 집에 알려야 한다”고 신신당부했다. 김 이병은 “ 다 그런 건 아니니 걱정 마시라”고 답했다. 김현식씨는 “40년 전 내가 군대에 있을 때 구타는 많았지만 정신적 고문은 없었고 잠도 제대로 재웠다”며 “21세기 군대에서 이런 일이 생긴 걸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군 지휘부에 대한 불만도 많았다. “병사가 맞아 죽을 때까지 지휘관들은 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나”(이은숙·56·여·경기도 양평군), “나라가 자식을 빌려서는 바르게 쓰고 돌려보낼 생각을 않는 것 같다”(김관숙·50·여·충남 천안시) 등이었다.

 육군훈련소 주변 식당 주인에 따르면 윤 일병 사건이 알려진 뒤 처음 입소식이 열렸던 지난 4일의 분위기도 종전과 달랐다. 훈련소 근처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안화식(62)씨는 “훈련소에 들여보내기 전에 마지막으로 음식을 사주면서 자신은 아예 먹을 것을 입에 대지도 않고 울기만 하는 엄마들이 상당수였다”고 전했다.

 6일 퇴소식엔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과 새정치연합 국방위 간사인 윤후덕 의원, 유은혜 원내 대변인, 백군기·서영교·박수현 의원 등이 참석했다. 퇴소식 후 열린 부모와의 간담회에서 이정욱(58·여·경남 거제시)씨는 “가슴이 아파 윤 일병 사건 보도를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며 “옆에서 방관하지 말고 조금만 도와줬더라면 그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박영선 위원장은 “군내 전문상담사·무기명 신고제를 도입하고 인터넷 편지 등으로 부모와 소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논산=신진호·권철암·정종문 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