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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배당 않고 쌓아둔 사내유보금에 10% 세금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6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제47차 세제발전 심의위원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뉴시스]
최경환 경제팀의 핵심 정책인 가계소득증대세제 3대 패키지(기업소득환류세제·근로소득증대세제·배당소득증대세제)가 윤곽을 드러냈다. 기업소득환류세라는 채찍을 통해 기업들이 내수에 돈을 풀도록 유도하는 동시에 임금·배당을 많이 올려주는 기업에는 세금 감면이라는 당근을 주겠다는 것이 골자다. 이는 기획재정부가 내년도 세법개정안을 마련하면서 가장 큰 공을 들인 제도다. 기업소득이 가계소득으로 흐르게 해 내수를 살리겠다는 최경환노믹스의 철학이 담겨 있어서다. 3대 패키지는 내년부터 박근혜 정부 임기 마지막 해인 2017년까지 3년간 시행된다. 임기 안에 가계소득 증대를 이끌어내겠다는 최 부총리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이 중 핵심은 기업소득환류세제다. 기업이 투자·임금·배당을 통해 내수에 풀지 않은 채 남겨놓은 유보금에 과세하는 제도로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다. 페널티(징벌) 성격의 세금이기 때문에 과세 대상과 세율·공제항목이 어떻게 정해지느냐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먼저 과세대상은 자기자본 500억원 초과법인(중소기업 제외)과 대기업그룹으로 불리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기업으로 정해졌다. 기재부는 삼성·현대·SK·LG와 같은 국내 대표그룹 계열사를 포함해 4000개 기업을 대상으로 보고 있다.

 특히 세금 공제항목에 투자·임금·배당 외에 납품단가 인상분이 새로 추가됐다. <본지 7월 30일자 16면> 환류세 대상인 대기업이 하청 중소기업의 납품가를 올려주면, 인상분을 세금 부과 대상에서 빼겠다는 얘기다. 중소기업이 이 돈으로 근로자 임금을 올려주거나 투자에 쓰도록 하기 위해서다. 대기업들이 환류세를 내지 않기 위해 임금을 올릴 경우 대기업 근로자만 혜택을 볼 뿐 중소기업 근로자는 소외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들인 조치다. 한국거래소 산하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코스피200에 소속된 우량 상장사의 기업소득환류세 부담은 3312억원인 것으로 분석됐다. 환류세를 물지 않으려면 세금의 10배인 3조3000억원 가량을 투자나 임금·배당·납품가 인상에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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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율은 모든 기업에 10%로 똑같이 적용된다. 다만 과세 방식은 업종별 특성을 고려해 기업들이 두 개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우선 설비투자가 많은 제조업체는 당기순이익의 60~80%에서 공제항목(투자·임금·배당·납품가 인상분)을 뺀 나머지 금액에 대해 세금을 내면 된다. 기재부는 그동안 논란이 된 해외투자·계열사투자와 비업무용부동산 구입금액은 투자로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기업들이 환류세를 내지 않기 위해 내수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해외투자나 계열사 지분 투자를 늘리거나 업무와 관계 없는 땅을 사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이와는 달리 서비스·금융업체처럼 평소 투자가 많지 않은 기업은 당기순이익의 20~40%에서 임금·배당·납품가 인상분을 뺀 나머지가 세금 부과 금액이 된다.

 임금이나 배당으로 내수에 돈을 풀어 환류세를 면제받은 기업들에는 세금 감면 혜택을 준다. 근로소득증대세제와 배당소득증대세제가 그것이다. 근로소득증대세제는 근로자의 임금을 올린 기업의 법인세를 깎아주는 제도다. 내년 임금증가율이 최근 3년(2012~2014년) 평균 임금증가율보다 높으면 중소기업(근로자 300인 미만)은 10%, 대기업은 5%씩 임금증가분만큼 세액공제해주는 방식을 통해서다. 배당소득증대세제는 배당을 일정 기준 이상 늘린 상장기업의 대주주와 소액주주의 세금을 깎아주는 제도다. 대주주는 배당소득세를 6%포인트(31%→25%), 소액주주는 5%포인트(14%→9%)씩 각각 낮춰준다. 외국인투자자와 기관투자가는 기존에 별도 세율을 적용받고 있어 이번 혜택 대상에서 제외됐다.

 반응은 엇갈린다. 오윤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3대 패키지가 세원 확보 차원이 아니라 경제성장을 유도하기 위한 정책세제로서의 의미가 크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 고 말했다. 반면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금대로 제도가 시행된다면 임금보다는 투자나 배당에 돈이 몰릴 가능성이 크다”며 “가계소득 증대라는 정책 목표를 살리려면 중소기업 근로자의 임금 상승에도 기업들이 순이익을 많이 쓰도록 제도를 정교하게 다듬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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