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현장에서] 제작비 모자라 … 감동만큼 아쉬움 컸던 뮤지컬 '꽃신'

뮤지컬 ‘꽃신’. 나라가 힘이 없어 지켜주지 못했던 소녀들의 이야기가 제작비가 부족해 초라하게 만든 무대 위에서 펼쳐지고 있다. [사진 ㈜뮤지컬꽃신]

이지영
문화부문 기자
관객들 눈이 벌개졌다. 5일 밤 서울 대흥동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 400여 관객들이 “너무 마음이 아프다”며 울먹였다. 일제 강점기 위안부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창작뮤지컬 ‘꽃신’을 보고서다.

 ‘꽃신’은 총제작비 1억여원을 들여 만든 작품이다. ‘고스트’ 150억원, ‘디셈버’ 50억원, ‘프랑켄슈타인’ 40억원 등 최근 공연한 뮤지컬들의 제작비와 비교해보면 비상식적인 액수다. ‘꽃신’의 제작자는 영화 ‘바리바리 짱’ ‘꿍따리 유랑단’을 만들었던 이종서씨다. 지난해 8월 광화문에서 위안부 피해자 고(故) 이용녀 할머니의 노제를 본 뒤 ‘꽃신’을 구상했고, 재능기부로 참여할 배우·제작진을 모았다. 17일까지 서울 공연을 마친 뒤 성남·대전·포항 등 지방 순회공연을 할 계획이다.

 ‘꽃신’의 뜻에 공감하는 사람은 많았다. 극본·작곡 모두 재능기부로 완성했고, 김진태·윤복희·서범석·강효성 등 유명 배우들이 주연을 맡아줬다. 40여 조연·앙상블 자리를 놓고 오디션 공고를 내자 323명이 찾아왔다.

 하지만 돈은 모이지 않았다. 기업·개인의 투자를 전혀 받지 못했다. 그나마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에서 창작 지원금 6000여 만원을 받아 제작비를 댈 수 있었다. 이씨는 “나머지는 영화 만들려고 모아뒀던 돈을 털어 충당했다”고 말했다.

 부족한 제작비는 작품 속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꽃신’의 무대는 1000만원짜리다. 경사로와 계단으로 구성된 대형장치 하나를 배우들이 손으로 이리 돌렸다 저리 돌렸다 하며 공연 시간 2시간을 채운다. 또 오케스트라 반주 대신 녹음 반주(MR)를 사용했다. 앙상블 배우 중엔 아마추어도 여럿이다. 이들이 노래를 부를 땐 가사 전달조차 제대로 안됐다. 예술적 완성도 측면에서 평가한다면 VIP석 9만9000원짜리 뮤지컬 공연이라 보기 어려웠다. 남자 주인공을 맡은 배우 서범석씨는 “솔직히 무대는 대학극 수준밖에 안 된다. 2억원만 더 있어도 훨씬 좋은 공연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관객들 반응은 따뜻했다. 극 말미 주인공인 위안부 피해 할머니가 “우리를 오래오래 기억해주소. 그래야 다시는 이런 일이 안 생길 거 아니오”라고 말할 때 울컥하지 않을 한국인이 있을까. 5일 공연을 보기 위해 경기도 가평에서 왔다는 주부 김정희(35)씨는 “메시지가 마음에 와 닿는다”고 했다. 역사성과 진정성의 힘이다.

 그래서 부족한 완성도에 대한 아쉬움은 더욱 커졌다. 더욱이 ‘위안부’는 중국 진출도 가능한 콘텐트다. 5일 공연은 중국국립오페라극장 등 중국의 국영단체 관계자 3명도 함께 관람했다. ‘꽃신’의 중국 공연을 검토하기 위해 2박3일 일정으로 방한한 것이다. 샤오 리준 세기극장 총경리는 “중국 정부 차원에서 일제의 만행에 대한 홍보를 많이 하고 있다”면서 “‘꽃신’은 중국에서도 역사적 의미가 큰 작품”이라고 말했다.

 일본 아베 정부는 “위안부 강제연행은 없었다”며 계속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 기업에서든, 정부에서든, 투자를 제대로 받아 ‘꽃신’을 전세계 관객들이 감동할 예술작품으로 숙성시킬 방법은 없을까. 세계 10위권 경제대국 한국과 연매출 3000억원 규모의 뮤지컬 업계가 생각해봐야 할 숙제다.

이지영 문화부문 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