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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이 몰랐다면 '4개 보고라인' 조직적 은폐

윤 일병 구타 사망사건 결심공판이 5일 경기도 양주시 육군 28사단 군사법원에서 열렸다. 공판을 지켜본 시민들이 윤 일병 추모 메모지와 리본을 법원 정문 앞에 붙이고 있다. 시민들은 법정을 나서며 피고인석에 앉아 있는 가해 병사들에게 “인간이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고 질타했다. [양주=뉴스1]

윤모(20) 일병 구타 사망사건의 여파가 군 조직 전체를 강타하고 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4일 대국민사과 성명을 발표한 데 이어 5일엔 권오성 육군참모총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국방부는 5일 사건의 은폐 및 보고 누락 의혹과 관련해 특별감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6일부터 일주일간이다. 해당 사건이 발생한 28사단과 6군단, 3군 사령부, 육군본부, 국방부, 합동참모본부가 감사 대상이다. 합참이 포함된 게 이례적이다. 국방부 측은 합참의 경우 사건이 발생한 직후 상황실에 보고가 됐는지 여부와 어떻게 전파가 됐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5일 “실제로 은폐를 시도한 일이 있었는지, 보고가 누락됐는지 여부를 확인해 문제점이 발견되면 관련자를 엄중 문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20여 명의 감사관을 두 팀으로 나눠 권 총장을 포함한 지휘라인에 대해 강도 높은 감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조직적인 은폐 의혹뿐 아니라 보고 누락 의혹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익명을 요구한 육군의 핵심 관계자는 “감사가 예정돼 있어 자세히 밝히기 어렵다”면서도 “가혹행위와 구타에 의한 사망사건이라는 개괄적인 내용은 권 육군총장에게 보고됐지만 지속적인 구타와 엽기적인 가혹행위 등 구체적인 내용까지 보고되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4월 7일 윤 일병이 사망한 직후 구타 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이 보고됐으며, 8일과 9일에는 서면으로 사건 개요가 육군총장에게 보고됐다고 전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헌병이나 검찰 수사 결과에서 드러난 엽기적 행각들은 육군총장에게 자세히 보고되지 않았다는 얘기가 된다. 일종의 보고 누락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번 사건은 28사단에서 발생했지만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상급 부대인 6군단의 헌병이 조사했다고 한다. 조사에 나선 6군단 헌병은 윤 일병이 병원에 호송된 다음 날인 7일 오전 가해자 4명을 긴급 체포해 조사를 시작했다. 특히 본지 취재 결과 헌병은 사흘간의 조사 끝에 가혹행위 일체를 자백받고 군 검찰에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육군 수사 관계자는 “4월 10일께 지금 여론이 들끓고 있는 가혹행위가 대부분 파악됐다”며 “군 검찰에서는 윤 일병에게 치약을 먹이고 윤 일병 선임이 지난해 12월 물고문을 당했다는 정도의 또 다른 가혹행위만 추가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 같은 내용은 공소장에 그대로 들어가 있다”며 “다만 어느 선까지 보고됐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윤 일병이 사망한 지 사흘 만에 이미 가혹행위 전모를 군 수사기관이 파악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그만큼 은폐 또는 보고 누락기간은 늘어난다. 수사기관에서 일반 사망사건으로 쉽게 여겼을 수는 있지만 군 인권센터가 7월 31일 폭로해 세상에 알려지기 전까지 거의 넉 달 가까이를 숨긴 셈이다.

 이제 핵심은 누가, 무슨 의도로 윤 일병 사건을 은폐하거나 보고 누락을 했느냐다. 일단 육군총장의 경우 사단·군단·군사령부 등 작전계통을 통한 보고를 받는다. 또 검찰이나 헌병 등 수사기관도 총장의 보고라인에 들어 있다. 여기에 기무 등 정보기관도 총장이 기대는 곳이다. 결국 보고라인은 4개가 넘는다. 만일 지금까지의 해명대로 총장에게 정확한 진상이 보고되지 않았다면 이들 모두가 일종의 ‘배달사고’를 낸 셈이 된다. 그래서 감사 결과에 따라 대대적인 추가 문책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사건 발생 직후 육군의 후속 조치를 되짚어 보면 총장이 사건 진상을 어느 정도 파악했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육군은 사건 발생 직후인 4월 11일부터 28일까지 부대 정밀진단을 실시했다. 권 총장은 5월 1일 지휘관 화상회의를 통해 “고질적인 적폐 척결”을 강조하기도 했다. 뒤이어 6월 9일에는 35년 만에 구타·가혹행위 근절을 지시하는 일반명령(14-156호)을 하달했다. 이런 지시들은 모두 총장이 구체적인 사안을 파악하지 않고서는 취하기 어려운 조치들이라는 지적이다.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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