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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센티브 줘서라도 … 지휘관, 가혹행위 적발 유도해야"

박근혜 대통령이 5일 청와대와 정부세종청사에서 동시에 열린 영상국무회의를 주재했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윤 일병 구타 사망사건과 관련해 “모든 가해자와 방조자들을 철저하게 조사해 일벌백계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오른쪽은 박 대통령의 모두 발언을 듣고 있는 한민구 국방부 장관. [청와대사진기자단]

윤 일병 사망 사건으로 드러난 병영 내 신종 가혹행위를 막으려면, 구타 문제를 양성화하는 동시에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5일 국방부에 따르면 군대 내 폭행·가혹행위·폭언(욕설)으로 인해 형사처벌을 받은 장교·사병 수는 2011년 938명에서 2012년 647명, 지난해 558명으로 2년 만에 40.5% 감소했다. 윤 일병 사건이 발생한 육군 역시 2011년 563명에서 지난해 399명으로 줄었다.

 그러나 흔적을 남기지 않는 신종 가혹행위는 여전히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문책이 두려워 사건을 은폐하기 급급하다 보니 병영 내 가혹행위 등이 점점 교묘하고 음성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육군 관계자는 “가혹행위는 한여름의 잡초 같아 잠깐만 방심해도 다시 자라난다” 고 말했다.

 가혹행위가 사라지지 않는 원인은 군 특유의 폐쇄성과 진급 문제에 있다는 분석이 많다. 군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조사관으로 활동했던 김호철 변호사는 “군대라는 조직은 직업군인들의 생존 기반이고, 생존의 주요한 수단은 계급 상승”이라며 “군대 내에서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계급 상승에 치명적이기 때문에 군 스스로 이러한 문제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으려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왕선 전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조사관도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부대의 구조적인 문제로 사고가 났는데도 정신질환 등 개인의 성격에 관한 문제로 몰고 가는 경향이 많다”며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생각은 안 하고 사건이 터질 때마다 땜질처방식으로 하다 보니 자살과 은폐가 반복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인균 대표는 “구타나 가혹행위를 적극적으로 적발하는 지휘관에게는 인사상 책임을 묻지 말고 인센티브를 줘서라도 병영 부조리 문제를 양성화하는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형식적인 부대 관리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지난 6월 발생한 22사단 총기난사 사건을 일으킨 임모 병장은 ‘사건 당일 초소에 그려진 자신을 조롱하는 해골 모양의 그림을 보고 순간적으로 화가 치밀어 범행을 저질렀다’고 군 조사에서 진술했다.

 유 전 조사관은 “당시 유족들의 요청으로 22사단 총기난사 사건 현장검증에 갔는데 연대장이 매주 1회씩 부대 관리를 했다고 말하는 걸 들었다”며 “부대 진단을 매주 1회 하는 것보다 제대로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약하다는 주장도 있다. 지난해 형사처벌을 받은 558명 중 실형을 선고받은 인원은 13명에 불과하다. 대부분 불기소 처분(341명)을 받거나 벌금형(78명)에 그쳤다. 군에서도 15일간 영창에 보내는 게 가장 센 징계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선임연구위원은 “군인들은 영창에 가는 것에 대해 큰 불이익을 느끼지 않고 있다”며 “피해자가 수사 기록을 가지고 사회에 나가 민사소송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제대 후에도 끝까지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대표는 “학교생활기록부처럼 군 생활 중에 폭행 등으로 인해 처벌받은 기록을 남겨 취업 시 불이익을 줘야 한다”고 했다. 김종대 디펜스21 편집장은 “예비역으로 채워진 상담관제도를 개선해 전문 상담가로 교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병대 모델’을 참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해병대는 2011년 부대원 4명이 숨진 총격 사건을 계기로 ‘구타 천국’ 오명을 벗기 위해 적극적인 조치를 취했다. 폭행 사실이 발각될 경우 영창은 물론 해병대의 상징인 ‘빨간 명찰’까지 회수했다. 또 1250(한 달에 책 2권, 전역 때까지 50권 독서)운동을 정착시키고, 매일 1시간씩 선·후임병을 섞어 체육활동을 하는 등 부대원들 간의 스킨십을 강화했다. 해병대 관계자는 “이등병이 자유시간에 책을 읽고 시험준비를 하는 식으로 생활관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며 “이런 노력들이 자연스럽게 병영 내 악습을 없애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천권필·채승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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